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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화 Mar 31. 2022

05. 감정지도와 컬러링

감정 카드를 만들기 , 어떤 감정의 카드를 만들 건지 정해야 했다. 우리는 단순하고 명확한 감정보다 미묘하고 정의하기 어려운 감정들 위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카드들은 '미묘' 감정이 부족해서 아쉬웠기 때문에 그런 감정들을 바탕으로 120개가 넘는 감정을 정리했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들은  조심스럽게 다뤄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 미움, 우울함 등의 감정들은  많이 리스트에 넣었다. 간단하게 표로 감정의 세기로 정리를  뒤엔 관련해서 유의미한 조언을   있는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감정의 종류를 넣기도 하고 빼기도 했다.


표로 분류를 하다 보니 감정이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데, 세기/농도?로 분류를 하는 게 맞는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배제했던 단순하고 명확한 감정들, 예를 들면 '싫다' 같은 단순히 부정적인 감정들이 필요할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고. 대분류가 되는 기본형의 감정들을 리스트에 추가하고 너무 비슷한 감정들은 제외했다.


그리고 감정의 관계에 집중을 하며 배치를 하는  좋을  같아서 어떻게 컬러링에 들어가야 할지, 감정의 관계들을 어떻게 보면 좋을지 고민을 하다가 문득 머릿속에 뭔가 떠올랐다. 바로 화이트보드에 아래와 같은 표를 그리고 기본 감정들을  끝에 배치했다. 표를 그려놓으며 나는 속으로'유레카!!' 외쳤다.


감정지도의 시작


정리된 표

 기본 감정들이 x,y값을 달리하면 감정과 감정 사이에 놓이면 복합적인 감정이 되고, 모두가 연관 지어 이어지지 않을까? 여러 감정이 비슷하게 작용을 한다면 오히려 복잡할 수도 또는 평온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이 마구 떠올랐다. 기획자 우희에게 바로  표를 설명하고, 우린 이런저런 얘기들을 했다. 감정카드 관련 회의를  때마다  시간씩 시간 가는  모르고 대화를 했던  같다.


이후에 우희가 여러 감정 관련된 책을 읽다가 우리가 만든 감정 지도가 심리학자가 발표현 감정 원형모형과 흡사하다고 알려줬다. 조금 다른 부분(높은 각성과 낮은 각성으로 분류되어 있었다.)이 있긴 했지만 그 모형도 추후에 감정 지도가 완성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내가 글보다 시각적인(이미지) 것들로 정리하고 표현하고 만들어내는 일을 한다면 우희는 많은 책을 읽으며 이론적인 부분과 다양한 정보를 가져와 우리가 하는 감정카드 작업의 전문성을 높여나갔다.


줄인다고 줄인 110개의 감정지도 초안.  표에는 없지만 혼란스럽다와 모르겠다가  있다.


화와 기쁨의 관계는 섞이기 어려워서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다른 감정들은 가까운 감정들이 서로 연속성이 있고 영향을 받지만, 기쁨과 화남 감정은 그렇지 않았다. 아예 다르게 배치를 하거나, 공간이 비워져야 할 것 같았다. 두 감정에 관계를 생각하다 보니 '화'는 우리가 가장 잘, 조심스럽게 표현해야 하며 안고 묵히기보다 제대로 마주하고 풀어나가야 할 감정이라는 생각에 다다르자. 화는 해소되어 마음이 편안해지거나 통쾌해져야 하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화, 미움 감정 옆에는 편안한 감정들과 통쾌한 감정들을 배치했다.


감정 배치가 끝난 후엔 채색에 들어가야했다.  작업 전부터 생각해둔 일러스트가 있어서 바로 우희에게 공유했다.


감정들이 1-2가지 컬러가 아닌 미묘한 감정들이 섞인 다채로운 컬러로 표현하고자 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일러스트로 표현하고자 했다.  영향은 단순한 그러데이션이 아닌 서로에게 스며드는 느낌이 들었으면 했다. 그래서 내가 즐겨 쓰는 스프레이 브러시를 이용해 미묘한 감정의 흐름과 섞임 들을 표현하면서 초안을 그렸다.


어떤 형상이 명확하게 보이기 보다 색만으로 감정이 드러나도록 색을 계속 뿌리고 지우고 쌓으며 브러시질을 백만 번도  했다. 가장 먼저 노랑을 깔고  기본 감정들이 나타내는 색들 슬픔-채도 낮은 푸른색, 놀람 -파랑과 대비 , -빨강, 기쁨-따뜻하고 밝은 , 무감정 - 흰색을 덮고,     칠해나갔다.


과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모든 색상(농담, 색조, 명암)은 빛과 같은 고유한 심리적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맑은 날엔 기분이 가볍고, 비가 오는 칙칙한 날엔 우울한 것과 같다. 빛이 있을 때 색을 확인할 수 있고, 빛과 색은 우리 뇌에서 감정을 처리하는 영역과 동일한 부분을 통과한다고 한다. 이 연구결과와 이론을 바탕으로 컬러링 기획을 세웠다. '컬러의 힘'이라는 책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빛=색, 햇빛=노랑에서 노란색은 감정의 밑바탕이 되는 색으로 보기도 한다는 걸 알았고, 그래서 컬러링은 노랑 바탕색에서 시작이 됐다.


100장이 넘는 카드를 채색하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W: 근데 컬러를 혼자  정할  있겠니?


S: 큰 틀을 이런 식으로 깔아놓고, 네가 보내준 '색깔별로 연상되는 감정 리스트' 보면서 스프레이 뿌리는 중이야.


W: 호오 신기하구만! 여유롭다 어디 갔지? 여유롭다가 보고 싶어.


S: 아직ㅋㅋ 갈 길이 멀었음 ㅋㅋㅋㅋ 초벌 작업해놓고, 감정 하나 하나 보면서 다시 다듬어 나가려고.


W: 이해합니다 창작의 고뇌... 감정이 100개나 되니 정말 힘들 듯.


S: 응 그리고 진짜 ㅋㅋㅋㅋ 화남, 슬픔 감정 작업할 땐 우울하고... 기쁨 쪽 보면 행복해...


W: ㅋㅋㅋㅋㅋㅋㅋㅋ


S: (역겹다 카드 이미지) 이거 봐 역겨워...


W: 어우 야... 나 욕할 뻔했어. 진짜 역겨워...


S: 스프레이 작업한 거라서 진짜 곰팡이 핀 것 같고...


W: ㅋㅋㅋㅋ진짜. 근데 정말 색깔과 언어는 중요하구나.. 나 우리 감정카드 좀 잘 시작하고 싶어서. 프로젝트 마감을 늦추더라도 좀 더 잘 준비해서 하고 싶어.


S: 좋아! 우리 너무 급하게 하진 말자... 감정 다루기는 조심스러운  같아. 하면 할수록 이거 만만치 않을걸- 싶어.


 


1차 컬러링이 완료된 후, 우리 프로젝트의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 주변의 심리 관련 전문가들을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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