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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화 May 08. 2022

08 브랜드 캐릭터의 탄생

캐릭터 기획 스토리

 지금 나는 프리랜서 작가이자 디자이너 생활을 하고 있지만, 나름 3년의(정확히 말하자면 2년 8개월) 직장 경력이 있다.


시작은 캐릭터 업계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회사에서 진행하는 인턴 교육생 프로그램이었다. 휴학하고 인턴 경험을 쌓으려고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지인의 추천으로 지원서를 냈는데, 됐다.


2-3개월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었고 교육 프로그램이 끝나면 이 중  두 명을 인턴으로 채용하는 제도였는데, 회사 입장에서 보자면 2개월 인재육성을 한 다음 인턴으로 6개월 쓰고 정직원으로 전환할지 말지 본다는 거였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뭐야? 싶은 점이 많은데(월 지원금이 20만원 정도였나)그래도 그때 정말 많이 배우긴 했다. 그래서 그냥 사람을 정말 신중하게 뽑은 회사구나- 하고 생각하고 넘기고 싶지만.. 최종으로 인턴으로 선정된 두 명은 독실한 00교인이었고. 대표님도 그 종교인이었고. 심지어 대표님은 인턴 교육 중 '~이 우주가 만들어진 건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지만, 신이 만들었다고 하면 설명이 돼요.'라는 말씀도 하셨다. 나는 종교와 종교인들을 존중하지만(지인 중에 종교인들도 많다. 나는 이따금 ccm과 어렸을 때 교회에서 배운 찬송가를 즐겨 부르고, 성당의 경건한 분위기를 좋아하며 템플스테이를 다니는 무신론자다.) 6명 중 교인이 두 명이었는데 그 두 명이 선정되었다는 건 조금 읭스러웠다.


이후에 들은 얘기지만, 매니저님은 나를 뽑고 싶어 하셨다고 한다. 현업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은 대표님이 아니라 매니저님인데, 나는 무신론자라서 결정권이 있는 대표님의 마음에 들기 어려웠나 싶고, 복학해야 하기도 해서 그런가 싶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으로 들어간 캐릭터 스튜디오에서 대표님도 동료들도 훨씬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캐릭터 스튜디오도 휴학 중에 들어간 곳이어서 취업계를 내고 이따금 학교에 논문 검토를 받으러 가야 할 때가 있었는데, 대표님은 흔쾌히 봐주셨다. 그곳에서 캐릭터 기획 개발 및 이모티콘 제작, 그리고 일러스트 작가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편안한 업무환경 속에서 좋은 사람들과 일을 하는 건 좋았다. 대표님은 내가 제작하고 싶은 콘텐츠를 할 수 있도록 많이 이끌어주셨고, 회사에서 개발한 캐릭터 저작권 등록을 하면서 작가명에 내 이름을 넣어주시기도 했다. 그래도 회사에서 하는 일은 회사 일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더 많아지자 퇴사를 꿈꾸게 됐다.


퇴사 이후에 하고 싶었던 일은 캐릭터 디자인은 아니었다. 그림책 작가를 꿈꾸면서 일러스트 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먹고살아야 하다 보니 경력을 써먹어야 했다. 그래서 브랜드 캐릭터 기획개발과 이모티콘 제작을 하며 또다시 캐릭터 경력이 쌓여갔다. 외주 나라 카페에 들어가서 새로운 일거리는 없는지 기웃거리고... 비핸스의 다양한 작가들의 포트폴리오를 긁어모으고, 다른 작가들은 뭐하고 사나 인스타그램을 부지런히 염탐을 했다. 매달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 인생 대신 언제 통장 잔고가 바닥이 날지 모르는 생활과 그 생활에서 오는 불안은 나를 부지런하게 만들었다.


불안함을 안고 움직인 결과, 생각보다 일이 많았다. 감정카드를 제작하면서 '불안', '부러움' 같은 감정은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어준다는 걸 알게됐는데 역시나 그런 자양분이 되어줬다.

 친구들이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해서 노를 젓다 못해 모터를 돌렸고, 그렇게 모터를 돌린 지 벌써 5년째가 되었다.

친구와 공유하며 웃다 울었던 짤

나는 퇴사 전후로 다양한 브랜드의 캐릭터를 제작하고, 이모티콘 개발에 참여를 했다. 이모티콘 제작 책을 내면서 감정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며 공부도 하게 됐다. 다른 방향의 경험이 더 쌓이다 보니 수작업 일러스트를 뒷전으로 둘 만큼 캐릭터 콘텐츠 제작에 흥미도 생겼고, 상업성이 짙은 캐릭터보다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캐릭터와 콘텐츠, 사람, 환경 모든 것들을 위한 것을 만들고 싶었다.


스튜디오 잉의 작업들은 내가 지향하는 것과 맞닿아 있는 브랜드였다(물론 나와 내 친구가 만들었으니까).


W: [레퍼런스. jpg] 회의했던 내용들 바탕으로 레퍼런스 몇 가지 보내. 느낌적인 것만 봐줘~ 단순하게 형태만 생각해서 고른 이미지들이야.


S: 오, 우리 로고 같은 캐릭터 만들어볼 수 있겠는데? 시안 몇 개 짜 볼게. 레퍼런스 마음에 들어서 기분 너무 좋아졌어!


W: 아하 다행이야.


S: 감도 안 오는 레퍼런스 주는 데가 많잖니...


W: ㅋㅋㅋㅋ 회사에서 레퍼런스 찾는 게 내 일이었다고


S: 다행이야, 너 조...조아..!


보통 다른 회사의 일을 의뢰받아서 할 때, 특히나 캐릭터 기획개발은 내부에 관련 디자이너가 없는 경우 외주 작업자를 찾는 곳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레퍼런스를 주는 데가 많지 않다. 반면 우리의 기획자는 그렇지 않았다. 레퍼런스 이미지를 받자마자 머릿속에 어느 정도의 형상을 띈  캐릭터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렇다고 완성본이 뚝딱 나오진 않는다. 여러 시안 작업을 하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잘 전달해줄 수 있는 형태를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수정을 거듭했다. 로고를 제작할 때도 주변 디자이너들에게 조언을 구했었는데, 캐릭터 시안들도 다양한 분들의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을 위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모습만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모습으로 만들고 싶었다.


4월 6일 최종시안이 나왔다. 단순한 형태의 캐릭터여서 비슷하거나 너무 똑같은 캐릭터가 있는 건 아닐까 구글 이미지 검색도 해보고, 여러 플랫폼을 돌아다니며 다른 캐릭터들을 살폈다. 세심하게 확인 끝에! 캐릭터가 완성됐다.



W: 이름은 뭐로 할까?


S: 음, 감정 알갱이들이니까 이모션.. 이모.. 이모 어때? 우리 이모님들~


W: 오 괜찮은데? 그거 생각해보자.


S: 엘모처럼 이모 EMO 영어 이름 느낌도 좋은 것 같아.


W: 괜찮네!


S: 우리 팬덤(?)은 삼촌으로 하자! 이모와 삼촌!


W:...(대충 맘에 안 든다는 표정)


S: 알겠어


이후에 기획자 우희가 인스타그램에 연재할 카툰의 스토리 기획에 들어갔다. 물론 카툰에는 우리의 캐릭터 이모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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