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란카피 Jul 31. 2022

부산에서 만나는 여름 보양식

허한 영혼을 채우는 나의 원픽 음식들

1년을 기다린 1주일의 휴가가 시작되었다. 매년 가까운 해외라도 꼭 갔던 여행은 코로나로 무너졌고 올해 역시 재확산을 우려해 어떠한 여행 계획도 세울 수 없었다. 가까운 곳 호캉스라도 떠날까 하다가 아이 스포츠 클럽에 매일 즐비하게 기다리는 학원 스케줄로 그것 또한 내려놓았다. 저녁 시간 몇 번의 먹방으로 휴가를 대체하자는 계획 아닌 대안에 가족은 동의했고 어디를 가볼까 얼마 전까지 다녀온 곳들의 사진을 다시 꺼내 보았다.




1. 고기서 고기가 아닌 고기 속으로

돼지고기는 허한 영혼을 달래는데 그만이다. 가성비, 가심비를 고려한 다양한 취사선택이 가능하고 최근엔 구워 먹는 불편함을 고려해 구워 주는 집들이 많이 생겼다. 풀로 다 구워주지 않더라도 초벌구이로 색다른 맛과 편리함을 제공하는 곳도 생겨났다. 삼겹살이 금겹살이 되면서 문턱도 많이 높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족 외식에, 직장 회식의 단골 핫플, 돼지 고깃집. 쇠고기 역시 비용에 자비 없는 한우와 가심비 충만한 수입육으로 그날의 상황에 따른 취사선택이 가능하다. 좋은 날에 먹던 쇠고기가 이젠 한우집에서도, 식육식당에서도, 집에서도 자연스러운 음식이 되었다.

서면 제주 옥탑
연산동 박대포 소금구이
남천동 황령산 보쌈
사직동 주문진 막국수
남산동 경희궁
대연동 육면정


2. 장어가 장어 했네! 보양의 끝판왕 장어

민물 장어, 바다 장어 어떤 장어든 보기만 해도 힘이 솟는 느낌이다. 노릇하게 구워진 장어 한 점에 다양한 재료를 곁들인 푸짐한 쌈에 생각만 해도 벌써 침이 고인다. 특히 삼을 곁들여 먹는 장어는 식감만으로도 원기가 회복되는 느낌이다. 인삼주 한 잔 곁들이는 반주로도 훌륭한 한 끼가 된다. 장어가 다 거기서 거기지 하던 인식을 완전히 전환하게 해 준 곳이 있다.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만큼의 가치를 충분히 해내는 곳, 긴 웨이팅 중에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뜻깊은 경험을 선물하는 곳, 그런 곳은 단순히 음식과 맛을 제공하기보단 한 접시라도 건강과 가치를 담아낸다.

연산동 청산 민물장어
거제동 민락동 장덕풍천산삼민물장어


3. 그래도 집에서 먹는 삼계탕 한 그릇이 최고

다양한 여름 보양식이 있겠지만 더욱 추천할만한 곳도 많겠지만 집에서 먹는 삼계탕 한 그릇만 한 원기 충만 음식은 없다. 닭, 치킨 마니아로서 무수한 맛집을 다녀봤지만 인생 삼계탕은 바로 동래 삼계탕이었다. 어떻게 이런 맛이 날 수가 있지? 하면서 한참을 감탄했던 기억이다. 이번 복날에 포장만 웨이팅이 1시간 이상이었다고 하니 말 다 했다. 유사 가게가 있으니 꼭 동래시장 인근에 위치한 원조를 맛봐야 한다. 집에서 아무리 해도 그 맛을 낼 수가 없는 곳이기도 하다. 플레이팅이 소박하지만 가족의 건강을 위한 여름날의 작은 요리가 좋다.

가족을 위한 작은 여름 보양 요리


어디가 되었 건 1주일의 짧고도 긴 휴가 기간 가족과 함께 맛 여행을 떠나야겠다. 그동안 소홀했던 독서와 아이와의 대화를 통한 글쓰기, 미뤄왔던 시 쓰기, 논문 쓰기, 8월에 있을 메세나 특강 준비, 가까운 곳 임장 하기... 버킷 리스트를 하나씩 지워가며 제주도 여행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겠다. 올해의 휴가는 내 인생에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이기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