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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Aug 10. 2022

나의 첫 큐레이팅 전시

예술을 사랑했더니 생긴 일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청년 작가 황성제 작가를 처음 만난 건 2년 전의 일이다. 회사 임원의 자녀이기도 했지만 발달장애를 극복하고 작가가 되기까지 그의 길이 너무 궁금한 터라 그룹 사보에 꼭 싣고 싶었기 때문. 부산교대 한새 갤러리 첫 개인전에 들러 그를 만났고 그의 어머니인 김금자 씨를 그 자리에서 처음 인사했다.


만 6천개가 넘는 로봇 캐릭터를 일일이 그려서 파일에 넣고 그 로봇을 모티브로 하나씩 풀어가는 그의 작품 세계는 내면의 깊은 외로움이 느껴졌다. 그와는 반대로 그의 작품 면면이 작은 로봇들로 채워진 세상 속의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그 속에 담겨져 있는 나를 발견하는 기회를 포착하게 되었다.


2년 여 그의 작품 전시회를 찾아다니며 소통을 이어가던 끝에 회사의 사옥 문화공간에 그의 작품 전시회를 기획하게 되었다. 큐레이팅까지는 아니지만 그의 기획 초대 개인전의 모든 과정을 어레인지 하며 전시 오픈 날까지 하나하나 체크를 해가고 있다. 홍보팀장으로서 예술을 사랑했더니 이런 일도 생긴다.


2022년 8월 22일부터 9월 2일까지 2주간 부산 연산동 화승그룹 사옥 장천빌딩 2층 라운지 H에서 열리는 황성제 작가 초대 개인전 '함께 가는 길'은 1953년 기차표 고무신을 시작으로 내년 70주년을 맞는 화승그룹이 길어온 길과 황성제 작가가 걸어온 길,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함께 걸어갈 길에 대한 생각을 담는 전시다.

황성제 작가 초대 개인전 엽서 design by 메이플 디자인


그의 작품 '나만 바라봐'는 수많은 로봇들이 하나의 로봇을 바라보는 작품이다. 이 작품 속의 깊은 뜻을 알게 된 건 최근이었다. 로봇을 사랑하는 황 작가가 이 로봇들이 자신만을 바라봐 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작품이라는 것. 어쩌면 우리는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모두 외로운 사람들이다. 우리를 바라봐 주길 바라고 우리를 위로해 주길 원하는 그 모습을 담은 작품인 것.

나만 바라봐

전시 오프닝을 위해 글을 쓰며 울컥했다.


‘함께 가는 길’로 

‘함께’ 가실까요?


그에게는 발달장애 청년작가라는 타이틀이

늘 따라붙었습니다.


그는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장애가 장벽이 되지 않고

작가라는 이름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즐겁게 그림을 그리다 보니

네 번의 초대 개인전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2022년 여름, 황성제 작가의

다섯 번째 길을 화승에서 열게 되었습니다.


그의 길이 외롭지 않도록

로봇들과 함께 동행해 주셨으면 합니다.


당신의 발걸음만으로

황성제 작가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8월 22일, 부산에 계신다면 시간을 내어 한번쯤 함께해도 좋을 전시, 함께 가는 길. 작품 설명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내려가서 함께 예술을 나누고 싶다. 예술을 아직 잘 모르지만 사람 속에서 숨 쉬고 사람과 더불어 커가는 아름다운 영역이라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기에. 그 예술의 길을 함께 걸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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