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부산의 2대 국수라 하겠다.

두구동 가미국수 VS 연산동 대동촌국수

심심한 육수에 국수사리 그리고 야채 고명이 어우러진 조합, 이게 쉽지만 사실은 참 어려운 신계의 영역이다. 국수라면 응당 물국수로 승부해야지. 그건 기본이니까.

부산에 살면서 국수를 먹으러 일부러 식당을 찾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한 여름 시원한 비빔국수를 먹기 위해 두구동, 거제동의 손영환 비빔국숫집을 찾는 정도가 전부였다.

그러다 우연히 찾게 된 두 개의 국숫집은 그야말로 맛도 가격도 괜찮아 흔한 맛집으로 소개되기 아까운 집이다. 두구동 손영환 비빔국수 맞은편 코너에 위치한 가미국수와 연산역 2번 출구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연산동 대동촌국수, 바로 이 두 집, 감히 부산의 2대 국수라 칭하겠다. (김해 대동촌국수가 아닌 부산 연산동 대동촌국수다.)

가미국수는 좋은 멸치로만 육수를 내는 집으로 유명하다. 멸치도 흔한 멸치가 아닌 최상급으로 쓴다. 최근 가격을 좀 인상해 잔치국수 6,000원(곱빼기 7,000원), 메밀생면 6,500원(곱빼기 7,500원), 들깨메밀생면 8,000원, 김밥 3,000원으로 만날 수 있다. 국수가 이렇게나? 할 수 있지만 먹어보면 안다. 좋은 재료와 맛의 콜라보가 이뤄낸 값진 성과를.

손영환 비빔국수야 원래 줄 서서 먹는 집이지만 가미국수는 줄까지는 서지 않는 집이다. 지금도 손영환에 조금 밀리지만 가미국수는 가미국수만의 변함없는 맛과 친절에 여전히 단골이 늘어나고 있다. 국수만 먹으면 좀 심심하다 싶을 때 김밥 한 줄이 주는 매력은 무척이나 남다르다. 밥을 먹어야 한 끼 먹는 거지 하는 분들에게 꼭 필요한 아이템이다.

부산 선동 회동수원지의 갈맷길을 산책하거나 두구동 스포원을 들를 일이 있다면 꼭 한 번쯤 먹어볼 만한 제대로 된 국숫집, 가미국수를 기억해두자.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마치 어머니가 직접 만들어준 국수의 맛을 그대로 만날 수 있는 곳, 가미국수를 말이다.

두 번째 맛의 감동을 느낀 곳은 바로 부산 연산동의 대동촌국수다. 일단 맛을 차치하고라도 가격에서 환호성을 지를 수 있다. 국수 4,000원(곱빼기 4,500원), 충무김밥 5,000원, 국수 충무김밥 세트 6,000원(국수 한 그릇과 충무김밥의 반이 제공), 이 고물가 시대에 실화야?

국수를 너무 좋아해 김해 대동촌국시를 찾아간 적이 있다. 5,000원에 만날 수 있지만 생각보다 먼 거리라 불쑥 가기엔 부담이 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곳 연산동 대동촌국수는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으면서 가성비까지 좋아 더 매력적이다. 테이블이 몇 개 없어 갈 때마다 포기해야 했지만 일찍 도착했던 날 운 좋게 먹어볼 수 있었다.

조금은 간이 센 육수에 살짝 매운 느낌이 있다. 심심한 육수보다 진짜 육수 같은 육수를 좋아하는 분들께 꼭 추천드리고 싶은 집이다. 가미국수와 마찬가지로 주전자에 담긴 육수로 자신이 원하는 만큼 부어 먹을 수 있어 좋다. 가미국수에 김밥이 제격이라면 대동촌국수의 제격은 바로 충무김밥이다. 충무김밥 반을 곁들여 먹는 세트메뉴는 가성비 갑이다.

오징어무침에 어묵무침 그리고 깍두기가 어우러지는 조합은 뭐 말이 필요 없다. 국수만으로도 든든한데 충무김밥 까지라니... 6,000원에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다. 동네 흔한 식당외관이지만 알고 보면 진짜 알찬 맛집인 연산동 대동촌국수, 국수 마니아라면 꼭 한 번쯤 맛볼 것을 권한다.

부산 3대 치킨 뭐 이런 묶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처음으로 2대라는 내 기준의 맛집을 기록해 본다. 국수에 진심인 분들을 위한 부산의 진심 국수 맛집 두 곳을 말이다.

[100퍼센트 리얼 내돈내산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