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우암동 도시숲 아래

부산 남구 재개발의 오늘과 내일을, 한눈에 내려다보다

by 파란카피

비 오는 날의 우암동 산책에 이어 아주 쾌청한 주말 오전 함께 떠난 부산 우암동 산책 임장이다. 소막마을 인근으로 재개발 구역 지정이 해제되었던 우암 3구역, 철거를 끝내고 한창 기반공사를 진행 중인 우암 1구역, 그리고 공공 재개발로 진행하다 일반분양으로 전환되어 공사가 중단되어버린 우암 2구역까지 우암동의 현재를 그대로 조망할 수 있었다.


몇 번의 우암동을 산책하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포인트가 바로 우암동 전체를 조망하는 것이었다. 함께 우암동의 가장 정상으로 향했다. 뜻밖의 공원, 이것은 숲인가 전망대인가? 우암동 도시숲이라는 타이틀이 적힌 안내판을 보며 일순 감탄했다. 부산에 살면서도 이런 곳이 있었나? 한걸음 더 나아가 한눈에 펼쳐진 남구의 조망에 또 한 번 감탄했다.


우암동의 반대편 아래는 대연동이었다. 기반공사의 마무리가 한창인 대연 3구역 현장이 시원하게 한눈에 펼쳐졌다. 그 옆으론 대연 4구역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이 산 하나를 기점으로 부산 남구의 재개발 구역이 모두 일제히 뻗어나가는구나! 대연동 방면으로 도시숲이, 우암동 방면으론 바다숲이, 끝없는 푸른 미래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다.

대연 3구역 현장


대연 3구역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던 한 남자분이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몇 해 전 7천만 원에 샀던 대연 3구역의 한 집으로 재개발 조합원이 되어 운 좋게 40평대를 배정받게 되었고 여기 바로 앞의 제일 끝동 고층이어서 뒤쪽 우암동 바다 조망 프리미엄을 얻게 되었다며. 가끔 가슴이 답답한 주말 아침 올라와 탁 트인 미래로 위안을 얻는다며. 부러우면 지는 건데 져도 좋았다. 충분히 부러웠기에.


이 우암동 도시숲의 시그니처인 보름달이 있다. 늦은 밤 부산에 도착한 여행자들이 택시를 타고 올라와 사진을 찍어 인스타에 올릴 만큼 핫한 곳이기도 하다. 부산역에서 멀지 않은 이곳 부산 여행을 계획하는 분이라면 짧은 우암동 여행도 추천드린다. 우암동 도시숲을 시작으로 부산을 한눈에 내려다보고 걸어내려 가 우암동 주택 길을 따라 오랜 시간 여행을 하는 것.


좁은 주택 길 사이로 물이 가득 담긴 생수 페트병을 발견하게 된다. 페트병에 비친 모습을 보고 놀란 길고양이들이 도망간다며 곳곳에 자리한 페트병이 신기했다. 아주 오래된 우물터를 비롯해 곳곳에 자리한 뜻깊은 공간들은 그 자체로도 오랜 시간 여행의 아이템들이었다. 동항성당, 오랜 교회를 들러보는 것 또한 동네 산책의 필수 코스. 곳곳에 아직 남겨진 소막사의 흔적들을 찾아보는 것도 상당히 이색적이다.

소막사의 흔적을 간직한 소막마을 현장


더 놀라운 경험은 바로 부두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곳곳에 낚시를 하는 사람들로 즐비한 이곳에 앞으로 펼쳐진 개발 계획을 떠올리며 미래의 모습을 그려봤다. 부두의 변화, 주거지역의 변화, 그리고 부산의 변화가 한 눈에 펼쳐지며 푸른 바다 망망대해만큼이나 크나큰 희망의 기운을 듬뿍 받았다.

바다가 그대로 펼쳐진 부두 현장


걸었다면 먹어야지. 이 동네의 가장 대표적인 맛집인 부산 밀면의 시초, 내호냉면이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북적였고 이집의 시그니처인 냉면이 아닌 밀면을 주문했다. 기존에 먹던 부산 밀면의 평준화된 맛에서 살짝 비켜간, 더불어 굵은 면발에 더욱 쫄깃한 식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한 번쯤은 먹어볼 만한 100년의 맛을 그대로 간직한 부산 밀면의 처음의 맛이다.

우암동 내호냉면과 쇠락한 시장 풍경


피란민들에겐 생존의 터였던 이곳, 우암동. 그 오랜 세월의 흔적 그대로 남아 조금씩 변화의 흐름 속에 놓인 이 동네. 이 모습을 잃기 전에 꼭 한번 들러 눈에, 가슴에, 카메라에 담길 추천 한다. 부산사람이든 부산사람이 아니든, 어느 지역이나 아껴준 보물처럼 소중한 이 공간을 함께 향유했으면 한다. 부동산의 관점이 아닌 관광의 관점에서, 여행의 관점이 아닌 산책의 관점으로 말이다.

우암동 소막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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