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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Oct 22. 2022

부산 연산동 막걸릿집, 극과 극 체험!

영래 VS 골목안식당

부산 연산동과는 거리가 먼 힙한 막걸릿집이 생겼다. 아니 막걸리 바에 가까운 힙, 그 자체의 영래다. 가게 이름이 영래다. 주인장 이름인지는 모르겠으나 셰프면서 티슈에 새겨진 이분이 영래인가? 싶었다. 들어서면 마치 영화 킹스맨의 한 장면처럼 수트를 입은 배우가 딱하고 나타날 것 같다.


매장 곳곳에 놓인 소품들의 짜임새를 보면 하나하나 허투루 놓인 게 없다. 수트에 모자 하며 다가오는 핼러윈을 위해 컨셉을 맞춘 디테일까지. 테이블 세팅 자체도 상당히 모던하다. 주문을 위한 벨, 그리고 나무 책자로 만들어진 메뉴북은 그야말로 이렇게까지?라고 할 만큼 돋보이는 브랜딩이다.


메뉴북의 안주를 살펴보면 전에서 요리류, 전골류까지 하나하나 특별하다. 수구레볶음, 수육전골, 훈제오리인 것이야채, 오징어숙회초무침, 영래감자전, 영래정구지전, 모듬야채전의 메인 메뉴에서 영래면, 영래덮밥 등의 추가 주문 사이드 메뉴까지. 플레이팅이 기가 막힌다. 맛의 크리에이티브다!


다양한 막걸리가 주종이지만 전통주로 색다른 맛을 내는 하이볼이 압권이다. 하이볼에 이어 소주와 곁들인 안주들 모두가 훌륭했다. 8명이 안주와 하이볼, 소주와 함께한 1시간, 23만 원의 계산이 나왔다. 힙하고 안주도 훌륭하지만 생각보다 높은 객단가가 살짝 아쉬운 순간이다.


영래를 나와 2차로 찾은 곳이 바로 인근의 골목안식당이다. 간단하게 전과 안주거리로 막걸리를 즐길 수 있는 동네 막걸릿집이다. 5000원의 전류, 7000원의 요리류, 그리고 2만 원에 맛볼 수 있는 백숙은 그야말로 가성비의 끝판이다. 백숙을 시켰더니 닭죽 4 공기가 나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


겉바속촉으로 구워진 전에 쏘세지야채볶음까지 5가지 안주를 시켜 막걸리와 소주를 곁들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추억을 나눴다. 회식이 늘 그렇듯 안주보다 추억이 더 맛있는 안주가 되는 법. 매장은 그야말로 동네 밥집 같은 인테리어에 꾸며진 것 하나 없지만 외려 더 정감이 가는 그런 집이다.


골목안식당을 나오니 충분히 주문해서 먹었는데도 7만 원이 나왔다. 이곳을 1차로 오고 영래를 2차로 갔어야 했나 싶었다. 가성비 순서상, 가심비 순서상, 회식의 분위기를 위해선 그런 순서가 효율적이란 생각을 했다. 퇴사를 하는 한 동료와의 송별회, 그게 메인이었지만 어김없이 사진을 찍으며 글 쓸 궁리를 했던 밤, 어떤 자리에 있든, 어떤 순간에든, 늘 빛날 수 있도록 힘을 내라며 술잔을 기울였다.



글감이 되는 집과 글감이 되지 못한 집이 있다. 우리의 삶 모든 순간 역시 마찬가지다. 드라마틱하게 살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루즈하게 살 필요도 없다. 지금 내가 사는 삶이, 글감이 되는 삶인지, 얼마나 맛있게 살고 있는 건지, 스토리텔링을 넘어 나만의 내러티브는 갖고 있는지, 스스로 브랜딩은 잘하고 사는 건지, 돌아봤으면 하는 마음이다.


맛집도 좋지만 나 스스로가 인생 맛집이 맞는지 말이다.


영래와 골목안식당은 부산지하철 1호선 연산역 2번 출구 인근이다.


[100퍼센트 리얼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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