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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Nov 14. 2022

2마리 같은 반반 치킨, 18000원에 만나는 청도치킨

여전히 놀라운 부산 경성대 청도치킨

내 대학시절에 있던 치킨집이니 무려 20년도 더 된 치킨집이다. 부산 경성대와 부경대 사이, 그 자리를 여전히 지키고 있는 전설의 치킨집, 청도치킨.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며 대리였던 시절, 치킨 마니아 직원들과 오직 치킨만으로 3차를 갔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세상에 똑같은 치킨은 없다. 모두가 다른 삶을 살았던 닭에 저마다의 소금을 머금고, 저마다의 튀김옷으로 펄펄 끓는 기름 속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마침내 완성되는 치킨이라는 이름의 완생. 그런 작품 같은 치킨을 영접한다는 건 실로 인생의 영광이다.


아주 오랜만에 찾은 이 청도치킨은 새롭게 지어진 꼬마빌딩 1층에 꾸미지 않은 화이트톤의 촌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깨끗하지만 예전의 그 뭔가 부족한 헛헛한 감성을 그대로 품으며 삼삼오오 자리 잡은 다양한 연령층이 세월을 켜켜이 밝혀주고 있었다.


오래전 주문했던 메뉴를 몸이 기억했다. 청도치킨 하면 무조건 반반이지. 후라이드 치킨과 간장 치킨을 반반 大자로 주문했다. 청도치킨 하면 시그니처가 양념치킨이지만 그날따라 간장이 끌렸다. 애피타이저로 나온 양배추 샐러드(케첩반 마요네즈반의 정겨운 소스 그대로)에 갓 튀긴 맛보기 똥집 튀김에 어느새 침이 흥건하다.


뒤이어 나온 간장치킨.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한, 또한 무한 매력의 간장 소스가 삼위일체로 똘똘 뭉쳤다. 뭐랄까, 혀가 기억하는 20년 전의 그 맛 그대로라고 할까? 대화 없이 맛을 음미하며 손과 입이 바빠졌다. 시원한 맥주 한 모금에 갑갑했던 고민들이 일순 사라졌다.


산더미처럼 큰 3000cc 생맥주는 원하는 만큼 따라 마실 수 있는 큰 용기에 나온다. 요즘 같은 물가에 3000cc가 15,000원. 500cc가 4,000원이다. 대학 다닐 때 먹던 살짝 물을 탄 느낌의 그 맛 그대로, 시원하게 한잔 쭉 들이키며 어느새 94학번 새내기로 돌아가 있다.


후라이드 치킨 역시 예전의 그 바삭함과 촉촉함이 그대로 살아 있는 큰 덩어리들의 집합이다. 적당한 만큼의 카레맛과 전분 맛이 어우러진 황금비율의 튀김옷, 빛깔 또한 곱다. 그렇게 어느새 먹고 마시다 눈을 드니 옆 테이블의 한 대학생들이 양은 냄비에 정수기의 물을 담아 간다.


고개를 돌렸더니 그 역시 20년 전 감성 그대로. 셀프 라면 단돈 1500원, 이런 라면 호사를 봤나. 출출한 대학생들 배도 부르게, 치킨 반마리면 환상의 조합, 완성이렷다. 예전의 그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내게는 그때의 그 맛, 그 느낌 그대로, 따뜻한 감성의 선물이었다.


[100퍼센트 리얼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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