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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Nov 19. 2022

8,500원에 만나는 한치 해물 듬뿍 칼국수

시원함과 쫄깃함의 극한! 부산역 초량해 칼국수

부산역 인근을 산책하다 거닐게 된 초량 시장, 옛 정취가 그대로 담겨있진 않지만 전통 시장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이곳을 아주 오랜만에 걷게 되었다.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곳으로 가자! 입을 모으고 고개를 드니 바로 여기, 초량해 칼국수였다. 마치 사랑해 칼국수라고 하는 듯 이끌리듯 발을 들였다.


발을 들였지만, 바로 들어갈 순 없었다. 앉을 테이블이 없었기 때문. 세상에나 조금 늦은 점심임에도 짧은 웨이팅이라니. 토요일이라서 그렇겠지 하는 마음으로 잠시 기다린 후 착석할 수 있었다. 벽에 걸린 메뉴판을 보자니 칼국수집이니 칼국수는 당연지사, 파전에 감자전까지 주문했더니 4명이니까 칼국수는 3인분만 시키라는 주인장이시다.


양이 적지 않으니 굳이 많이 시켜 남길 필요 있냐는 말에 고분고분 8,500 원하는 한치 해물 칼국수 3인분과 파전, 감자전을 주문했다. 사실 칼국수는 내게 떡볶이와 파스타와 같은 급이다. 신이 내린 3대 음식에 해당한다. 뻑뻑하지 않은 시원한 육수와 쫄깃한 면발, 쑷갓의 향이 살짝 비치는 스타일을 좋아하는 나로선 한치가 들어간 칼국수라니 대체 어떤 맛인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첫 번째 내어진 파전, 아낌없이 쏟아부은 쪽파에 야채와 계란이 어우러져 바삭한 테두리와 촉촉한 가운데가 오묘하게 조화롭다. 4개의 젓가락이 쉴 새 없이 오가는 사이 도착한 감자전. 감자를 갈거나 으깨 만든 감자전이 아닌 감자를 채 썰어 식감을 그대로 살린 감자전이라 아삭아삭 맛있다. 와! 전이 이 정도면 칼국수에 대해선 한 치의 의심이 필요없겠다 싶다.


뒤이어 나온 오늘의 메인 한치 해물 칼국수. 분명 3인분인데 4인분 같은 이 양은 무엇? 한 그릇 한 그릇 면과 국물, 한치를 비롯한 홍합, 물총 조개를 나눠 담고 미식가의 평을 하듯 한 마디씩 나눴다. 맛있다! 4명이 일순 만장일치로 쏟아낸 감탄사였다. 그렇지! 칼국수집에서 가장 맛있어야 할 음식은 바로 요 칼국수지!


이 칼국수의 맛에 더욱 감칠맛을 내는 비법은 바로 어묵에 있다. 1인분에 1 꼬치가 제공되는 이 어묵을 한입 베어 물면 분식집의 어묵꼬치와는 차원이 다른 고급스러운 맛이 입안에 확 퍼진다. 조금은 심심한 칼국수에 칼칼한 김치 조각 몇 개를 풀어 먹으면 이 집에 왜 다진 양념이 없는지 금세 알아차리게 된다.


부산역에 줄 서는 집들이 좀 있다. 돼지국밥과 밀면집들. 그 사이 부산하면 떠오르는 음식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이 초량해 칼국수도 곧 더욱 줄 서는 집이 되지 않을까 싶다. 부산을 여행하기 위해 막 도착한 분들이나 부산을 떠나는 여정이 끝인 분들의 한 끼 따뜻한 요기로 딱인 칼국수 한 그릇, 바로 이곳 초량해 칼국수에서 시작과 끝을 열어보자.


[100퍼센트 리얼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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