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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May 11. 2023

부산, 포장 만두의 신세계

부산역 장성향 VS 구포역 금용

어느 지역이든 그 지역을 대표하는 만두들이 있다. 부산도 그렇다. 2020년 국제신문에서 발표한 '부산 맛집 탑쓰리 9편 만두' 편을 보면 초량동 차이나타운의 신발원과 마가만두, 그리고 구포역의 금용을 3대 만두로 선정했다. 평소 떡볶이와 만두 킬러인 난 만두의 만자만 들어도 이미 군침이 나올 정도다. 일정이 바빠 늦게 들러 포장을 해야만 했던 부산 만두 맛집 두 곳을 소개한다.


1. 부산역 차이나타운 장성향

물론 그날도 초량동 차이나타운의 신발원을 향했다. 무지 빠른 걸음으로 도착했지만 오 마이갓! 문을 닫을 시간이었다. 바로 옆 마가만두로 갈까 하다가 고개를 돌린 곳이 장성향. 영화 올드보이 만두로 꽤나 유명세를 탄 집이지만 어쩌다 한 번도 가지 않았던 집이다. 늦은 저녁, 장성향에 들르자 2개 테이블에서 술과 함께 만두를 즐기는 분들이 계셨다.

포장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갓 튀겨진 군만두를 먹어대는 분들로 입안 가득 침이 고였다. 하지만 참았다. 가족과 함께 먹을 얼마 후의 행복을 위해. 다행히 홀에 사람이 많이 없는 관계로 음식은 생각보다 빨리 포장되었고 그 길로 집으로 냅다 달렸다. 조금이라도 따끈한 상태로 먹고 싶어서.

집에 도착해 포장된 음식을 하나둘 꺼내 간단히 세팅하고 먹방에 돌입했다. 포장지를 열자 깜짝 놀랐던 건 바로 만두 크기다. 일반 만두보다 훨씬 큰 엑스라지 만두다. 한입 베어무니 육즙과 함께 찬란한 맛의 축포가 터진다. 맛있게 튀겨진 탕수육에 다소 비싸다고 느꼈던 12,000원의 삼선볶음밥은 해물 가득이라 돈 아깝지 않았다. 올드보이 최민식이 15년 동안이나 먹어도 질리지 않았던 이유가 있구나 싶다.


2. 구포역 금용

늦은 밤, 구포역에 내린 날이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찐만두 맛집, 금용이 생각났다. 그리고 바로 발길을 옮겼다. 60년이 넘도록 2대째 이어져 오고 있는 금용은 그날도 가득 메운 테이블이 인상적이었다. 물만두, 찐만두, 군만두, 만두국밥, 오향장육 딱 5가지의 단일 메뉴인 금용은 오향장육을 제외하곤 오직 만두다. 만두에 대한 결연한 의지가 돋보이는 메뉴판이 그걸 증명한다.


만두국밥이 너무가 궁금했으나 포장해 가야 하는 나로선 고심 끝에 찐만두와 군만두, 오향장육을 주문했다. 만두국밥으로 혼밥 하는 분들이 많아서 깜짝 놀라는 밤이다. 따끈한 한 그릇이면 허기가 싹 날아갈 듯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고 포장된 음식을 받아 들고 역시 집으로 냅다 달렸다.

생활의 달인 대한민국 3대 만두 맛집에 선정된 이유를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팡 터지는 육즙에 쫄깃한 만두피가 일품이다. 돼지껍질과 사태, 소꼬리 살과 대파 등으로 이뤄진 만두소는 일반 만두와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고수의 맛이다. 이래서 다들 금용금용 하는구나 싶다. 살짝 식어 아쉬웠지만 그래도 맛있는 만두에 여느 집과는 차별화된 맛의 시그니처 오향장육은 만두 사이에서 더욱 빛이 났다.


꼭 가야만 먹나, 포장해도 더 맛있는 집이라면 기꺼이 가족을 위한 라이더가 되어도 좋지. 그것도 맛집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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