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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May 06. 2023

해신탕 같은 조개찜,  그야말로 대끼리야

부산 동래 해물맛집 대끼리야

강풍과 세찬 비로 동심 파괴로 얼룩진 어린이날이었다. 만날수록 더 반가운 지인들과의 약속이 있는 날. 동래 해물 맛집 대끼리야로 향했다. 대끼리는 경상도 말로 최고를 뜻하는데 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이런 상호를 떡하니 쓰는 건지 맛 좀 보자 하는 마음이었다.


가득 찬 테이블들, MZ를 비롯한 연령대 높은 어르신들까지 세대를 막론하고 자리하고 있는 풍경에 우선 안심했다. 세대를 아우른다는 건 찐맛집일 가능성 90%는 먹고 들어가니까. 조금 늦게 도착한 나로선 이미 끓기 시작한 푸짐한 양은 냄비에 화들짝 놀랐다. 해물 가득한 가운데 나의 최애, 아담한 사이즈의 닭이 뽀얗게 그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

문어, 오징어, 게, 전복, 가비리를 비롯한 각종 조개에 약닭까지 아낌없이 쏟아부은 재료에 야채와 무로만 구성된 국물은 그야말로 엄지 척이다. 콩나물로 양을 채우지 않고 오직 해물로 승부를 건 국물은 시간이 갈수록 풍미를 더했다. 사장님이 직접 손질해 준 덕에 가지런히 놓인 해물의 비주얼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쫄깃한 문어 한 점에 소주라니. 비 오는 날의 운치가 한껏 폭발했다. 너무 맛있는 덕에, 함께한 지인의 정성스러운 마음 덕에 대화를 잊은 채 열심히 먹기 바빴다. 평소 해물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나지만 오직 해물과 야채로만 진하게 우려진 대끼리야만의 국물은 그야말로 죽여주더라. 칼국수 사리에 김치를 넣어 끓이니 김치 칼국수가 되어 전날 숙취를 말끔히 씻어주더라.

동래역 4번 출구에서 첫 번째 도로로 내려와 곱창이야기에서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대끼리야를 만날 수 있다. 명절이면 그야말로 거리가 사람들로 꽉 찼던 동래가 어느새 조금은 한산해져 버려 아쉬운 밤이었다. 맛있게 먹느라고 대화가 부족했던 우리는 가까운 곳에 있는 범맥주에서 간단한 맥주 한잔을 더하기로 했다.


10원 초반대의 4계절 과일, 7천 원대의 소시지 감자튀김 등 가성비 좋은 안주에 테라 소맥 타워를 만날 수 있어 좋았던 범맥주. 블루베리 빙수와 자몽 맥주 또한 새로운 조합이었다. 코로나 이후 회식과 저녁 약속의 트렌드가 바뀌었음을 몸소 느끼는 요즘이다.

1차 이후 2차는 간단한 맥주 혹은 커피 한잔으로 마무리하는 합리적인 워라밸 코스. 동래 대끼리야와 범맥주 코스의 저녁 약속 조합이라면 함께한 모든 이들이 만족할만한 스케줄일 듯하다. 부산의 동래든 부산대든, 서면이든 양정이든, 남포동이든 광안리든 해운대든 그 어디라도 다시 모두가 비며 마음을 나누는 부산이 되었으면 좋겠다. 자영업자 분들에게도 활력이 넘치는 나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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