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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Jun 19. 2023

내 마음속 부산 노포 남바완

부산역 돼지수육 100년 맛집 평산옥

1999년이었다. 대학 졸업도 하기 전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로 근무를 했던 부산역의 한 광고회사 바로 앞엔 늘 줄을 서는 돼지수육집이 있었다. 당시엔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고 10년도 더 지난 어느 날 출장길에 기억을 더듬어 찾게 되었다. 간판을 보니 어렴풋이 기억이 났고 그곳이 바로 평산옥이었다.


1인 돼지수육에 국수. 그게 이곳의 메뉴로 끝이었다. 다행이라면 국수에 열무국수가 하나 더 있는 정도. 당시 수육 한 접시가 5천 원, 국수가 2천 원을 했던 기억이다. 수육은 부드러웠고 국수는 돼지고기를 베이스로 한 육수의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맛이었다. 거기에 소주 한 병을 추가해 야근을 마치고 간단히 한잔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코스로 제격인 집이었다.


서울에서 출장온 지인의 숙소가 부산역이란다. 어느 집에서 저녁을 할까 고민하다 흔한 차이나타운을 뒤로하고 평산옥을 잡았다. 100년이 된 노포 돼지수육집으로 모시고 싶었다. 고작 돼지수육에 국수가 다지만 부산 소주 대선 소주 한잔에 100년의 진한 맛을 함께하고 싶어 모셨다. 혹자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예전의 맛이 아니다. 값도 올라서 가성비도 떨어졌다고들 하지만 지금 같은 고물가에 돼지수육 한 접시 만원, 국수 3천 원이면 그래도 합리적이지 아니한가.


비계와 살이 적절히 조화로운 수육이다. 비계 없는 수육을 주문하는 분도 있었다. 비계를 좋아하지 않는 취향이라면 반드시 비계 없이 해주세요를 외치길. 비계 좋아하지 않는 나도 먹을만한 수육이다. 25년 전 그대로 부드럽고 담백했으며 접시에 투박하게 놓인 그대로의 플레이팅이었다. 그래서 더 정겹고 손이 자주 갔다. 돼지수육의 압권은 바로 겨자와 식초 베이스의 황금 소스다. 비법이 뭔가 싶을 정도로 맛있는 평산옥의 비법 소스다.

국수를 받아 들면 놀란다. 흔한 고명하나 없이 파와 양념장이 다인 국수가 무슨 맛일까 싶지만 한입 먹어보면 이상하리만큼 담백한 육수에 놀란다. 살짝 싱거운 것 같지만 간이 딱 맞다. 소주가 들어간 속을 따뜻하게 달래준다. 국수 국물에 소주 한잔은 포장마차 분위기를 오마주 한다. 열무국수는 조금 맵다고 하니 나 같은 맵질이들은 피하시길.

부산역 큰 도로 맞은편에 위치한 평산옥은 일요일 휴무로 밤 10시까지 문을 연다. 1차를 간단히 평산옥에서 끝냈다가 아래로 내려가 신발원 혹은 마가만두에서 2차를 즐기면 좋다. 워낙 유명한 만두 맛집이라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신발원, 마가만두의 웨이팅이 싫다면 올드보이 만두집 장성향에서 만두와 간단한 요리 하나를 주문해 한잔을 더 해도 좋다.

신발원 마가만두 웨이팅으로 찾았던 장성향

내 마음속 부산 노포 남바원, 평산옥. 평산옥을 다시 만나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 내 아들이 술을 마실 수 있는 날이 오면 꼭 함께 다시 찾고 싶은 평산옥. 100년을 넘어 200년의 맛집으로 부디 헤리티지를 이어갔으면 한다.


[100퍼센트 리얼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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