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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Jan 24. 2024

극한의 인도 첸나이.jpg

자동차 부품, 탄두리, 그리고 힐튼호텔

17일간의 회사 홍보영상 촬영의 마지막 종착점은 대망의 인도 첸나이였다. 입사 후 세 번째 방문으로 익히 극한의 출장지라는 걸 알았지만 이번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역시의 순간이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이은 마지막 여정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물에 적응하지 못하는 촬영 스텝으로 인해 초난감의 순간을 맞이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싱가포르를 경유해 도착한 인도 첸나이 공항. 어랏? 썰렁하기만 하던 공항 앞에 웬 쇼핑몰? 이건 진심 천지개벽에 가까운 변화였다. 인도 첸나이도 이제 도심화가 된 거구나 싶었으나 공항을 조금 벗어나자 아, 오버였던 게로구나!

한인 게스트하우스(라고 하지만 모텔에 가까운 곳)에서 숙박을 하고 조식으로 나온 떡국을 먹었다. OMG! 소고기를 못 먹는 인도에서 소고기 떡국이라니! 냉큼 한 그릇을 비웠다. 2004년에 방문했을 때만 해도 샤워하는데 흙탕물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이 정도면 호텔이다 싶었다.

오늘 일정은 화승인도의 현장 촬영. 자동차 부품 중에서도 창틀고무라고도 하는 고무 실링인 웨더스트립을 생산, 납품하는 HSI AUTO와 고무 소재를 생산, 납품하는 HSMI 두 해외법인에 대한 전경과 공정, 연출 촬영이 예고되어 있다.

사내 사원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인도는 드론 반입이 금지되어 있다. 드론 촬영이 필수였던 터라 겨우 화승인도 현지법인의 도움으로 렌털을 했는데 아니 글쎄 우리가 소통했던 장비보다 사양이 낮은 장비가 도착했다.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였는지 따질 틈도 없이 촬영에 들어갔고 하필 우기였던 때라 비도 오는 상황에 쉽지 않은 일정이었다.

렌털 장비에 대한 의견을 좁혀가는 과정

현대차를 비롯해 인도의 현지 자동차 브랜드인 마힌드라 등 다양한 거래선을 보유한 화승인도의 자동차 부품 현장과 화승 이외의 다양한 거래처를 보유하며 높은 수익률로 놀라운 성장세를 이어가는 고무 소재 현장의 두 법인에 대한 촬영을 이어갔다.

점심은 그래도 인도에 왔으니 탄두리와 카레, 그리고 난으로. 인도 전통 음료인 라씨도 기본이지. 분위기는 고급 레스토랑인데 가격은 착하기만 했던 이 식당도 어느새 고물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한국보다는 훨씬 저렴하지만 예전의 어마어마한 가성비 맛집은 아니었다. 그래도 맛있네 냠냠.

저녁은 역시나! 인도에서 고급 음식인 K-푸드, 한식. 두부김치전골. 굳이 인도에서 이걸? 싶지만 꼭 한 끼도 먹고 싶은 한식이다. 맥주도 좋지만 한국 소주를 곁들이니 여기가 그냥 부산이다 싶은 밤이었다.

현지 물이 맞지 않아 촬영스텝 중 2명이 급기야 촬영 중단을 선언하는 위기를 맞았다. 한 명은 아예 물조차 마시기 힘들어하며 기어 다니는 수준이었다. 결국 오후 촬영을 겨우 마치고 게스트하우스를 탈출해 첸나이 시내의 힐튼호텔로 숙소를 변경했다. 다음날 바로 부산으로 오는 일정이었기에 단 하루만이라도 아늑하게 쉬어야겠다는 굳은 의지였다.

호텔로 오는 길에 잠시 한인마트에 들러 이것저것 골라 담았다. 비누, 치약, 소금, 후추를 비롯해 립밤에 관절에 좋은 약, 간에 좋은 약, 정력에 좋은 약 등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 사두지 못했던 선물을 겨우 득템 할 수 있었다.

힐튼호텔 바로 옆은 지하철 역이었고 그 바로 옆은 작은 시장이었다. 걸음걸음 그림이 펼쳐졌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싶은 무아의 순간. 시골이 아닌 도심의 인도 사람들의 저녁은 어떤 풍경일까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피곤했지만 행복했다.

현지 화폐 환전을 전혀 하지 않은 상황이라 그 어디에서도 먹지 못하고 호텔로 돌아와 라운지 바로 직행했다. 현란한 예술을 선보이는 바텐더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미스터리 칵테일은 이미 만들어진 칵테일을 맛보고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맞추는 재미난 메뉴였다. 모든 재료를 맞췄고 딱 하나 맞추지 못했던 재료가 바로 유자! 하지만 바텐더는 서비스로 칵테일 한잔을 더 만들어 주었다.

힐튼호텔의 조식은 호찌민 롯데호텔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그래도 먹을만했다. 카레는 손에 대지도 못했지만 기본적인 음식을 두 번을 채워서 먹었으니 굿.

돌아와 생각해 보면 생산 현장에서 숙소로 가는 길의 거리 풍경이다. 그 어떤 나라보다도 낯선 바이브가 있는 나라, 그곳이 인도라는 사실이 내내 잊히지 않았다. 언제 다시 인도 첸나이를 가보겠냐만 또다시 기회가 온다면 그땐 연차를 내어서라도 하루 이틀의 여행은 꼭 하고 돌아올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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