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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Jan 21. 2024

그래, 이게 진짜 순대지!

경남 김해 진영 '진짜순대'

재래시장의 별거 없는 순대는 열광하지만 이것저것 들어간 병천 순대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게 맞는 진짜 순대를 만났다. 잡내 없는 담백함이 좋았고 적당한 쫄깃함이 있는 식감이 좋았다. 하지만 순대를 먹으러 부산에서 김해 진영까지 갈 일? 적당히 멀었지만 갈만한 가치가 있는 집이었다.


10년도 전에 이 집을 몇 번 방문했던 적이 있다. 당시엔 더 젊은 입맛이라 순대도 그렇지만 순대전골의 자극적인 맛이 별로 당기지 않아 우동사리만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다. 하지만 참 오랜만에 이곳에서 점심이 잡혔고 그때의 추억을 회상하며 도착했다.

여전히 넓은 주차장, 그리고 깔끔한 매장 내부, 딱 순대만 있는 노포스러운 메뉴 구성. 한 자 한 자 정성스러운 캘리그래피로 만들어진 '우리집 먹거리' 메뉴 알림판은 그야말로 이 집만의 시그니처다. 주인장의 솜씨인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메뉴 알림판 옆에 붙은 또 하나의 캘리그래피 문구는 그야말로 가슴팍을 퍽하고 친다. '살다 살다 못 살겠거든 딱 한 번만 더 살아보세. 살다 보면 알게 돼. 얼마나 바보처럼 살았는지!' 순대집에서 이런 문학적 감성을 발견할 일인가.

모둠순대 大자가 25,000원, 小자가 20,000만 원, 순대전골, 순대곰탕은 1인분에 11,000원. 순대전골이야 알겠고 순대곰탕은 맑은 지리 버전인가? 궁금했지만 우린 순대집의 국룰인 순대전골을 주문하고야 말았다. 순대전골이 나오기 전 모둠순대가 나왔고 예전 그대로의 비주얼에 한층 맛있어진 버전이었다.

두부가 들어간 순대라 더욱 담백하고 부드러운 게 바로 이 집만의 비결. 김을 말은 까만 순대 역시 별미. 내장과 수육도 함께 구성되는데 무슨 부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렇게 부드러운 수육은 또 태어나 처음이었다. 초생강에 곁들여 먹으면 더욱 맛있는 진짜! 순대가 된다.

진한 사골국물 베이스에 양념과 깻잎, 들깨 가득 펄펄 끓여낸 순대전골에 우동사리를 넣으니 더 말할 나위 없는 맛이다. 진한 국물을 좋아하지 않는 나이기에 다음엔 순대곰탕을 먹야봐야지 했다. 순댓국이나 감자탕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딱인 순대전골이다.


세상에 순대는 많지만 진짜 순대는 많지 않다. 감히 경남, 부산에서는 가장 맛있는 순대집 중에 하나로 리스트에 저장했다. 김해에 진짜 순대는 2개다. 다음에서 김해 진짜순대를 검색하면 2개가 나온다. 내동의 진짜순대, 진영읍의 진짜순대. 방문한 진짜순대는 진영에 위치한 진짜순대다. 원조는 진영읍의 진짜순대로 알고 있다.


[100퍼센트 리얼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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