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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Jan 16. 2024

고깃집에서 한 점의 고기도 못 먹은 썰

부산 '초원농원' 양정점

부서 특성상 단체가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을 찾는 일이 잦다. 18명의 저녁, 100명의 저녁이 가능한 장소를 찾던 중 부산 양정에 그 인원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신상 맛집, 초원농원이 있어 답사 차 가게 되었다. 1등급 한우, 돈육, 양념 가공육 생산, 식자재 사업으로 이미 유명한 국제식품의 고기 맛집, 초원농원. 부산 곳곳에 자리하고 있고 이번 양정점은 오픈한 지 오래되진 않았다.


18명이 들어갈 룸을 보는데 와! 딱 이거다 싶다. 18석이 한 테이블로 되어 있고 2면이 시티뷰다. 룸마다 단체석, 모임 하기에 이만한 곳이 있을까 싶다. 식사비만 착하면 딱 좋겠는데 싶었는데 딱히 가성비가 있게 느껴지진 않는다. 다만 점심 특선으로 고기를 먹으면 식사비는 무료! 된장찌개와 막국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뭐 이 정도면 나쁘지 않네?

미국산과 한우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한우로 주문했다. 구이 3인분과 양념 2인분. 하필 전날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양곱창과 고래고기를 1, 2차로 갔던 터라 속이 말이 아니었다. 고기를 구워주지는 않는 집이라 최고의 고기 전문가가 맛있게 구워내기 시작했다. 속이 안 좋아도 한 점은 먹어보라며 고기를 올려주는데 고기 냄새에 훅 받쳐 먹을 수가 없다.

개인별로 쟁반에 찬이 나와서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플레이팅 성공적.

이렇게 맛있게 차려진 밥상에 맛있게 구워낸 한우를 한 점도 못 먹는다는 게 실화인가! 결국 고기는 한 점도 못 먹고 식사로 나오는 된장찌개를 먹으려다 갈비탕을 주문했다. 국물로 속을 달래기 위해. 한 숟가락의 갈비탕 국물이 속으로 들어가자 와! 이거 이거 해장되는데? 싶다. 맛있어서 계속 먹어댔다. 그리고 급기야는 밥 반공기를 넣어 말아먹었다. 갈비탕의 갈비도 먹을 수 없어 동행한 직원들에게 줬지만 국물이 진짜 괜찮아서 생명수 같았다.


된장찌개도 막국수도 맛있다고 했다. 특히 비빔막국수는 새콤달콤해서 더 맛있다고. 양념이 찐으로 맛있다는데 먹을 수 없으니 더 괴로웠다. 갈비탕 국물과 밥 반공기를 다 먹으니 고기가 한 점도 남아있지 않았다. 다행히 그때까지도 속이 풀리지 않아 먹을 없는 상태여서 아쉽진 않았다.


하지만 오후 4시가 되어서야 먹지 못했던 고기들이 막 떠오르기 시작했다. 고기 맛은 어땠을까? 양념은 얼마나 맛있는 거지? 고기도 물김치도 명이나물도 차례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급기야 서랍 속에 고이 간직해 둔 과자 하나를 꺼내 뜯었다. 3분의 1을 먹고선 아차! 내 몸! 이러며 단단히 묶어 다시 서랍 속에 넣었다. 언젠가 다시 꼭 가야지. 초원농원! 하면서.


[100퍼센트 리얼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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