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란카피 Mar 16. 2024

부산 칼국수왕, 배가왕

배가왕 범일동 본점

2024년 미쉐린 가이드 셀렉티드에 선정된 부산 토곡 차애전할매칼국수. 애호박 베이스로 맑은 국물이 아니어서 내겐 미쉐린이 아닌 칼국수집이다. 내게 부산 칼국수란 서면시장 기장 손 칼국수와 거제시장 원조 손 칼국수 두 곳이 찐이다. 맑은 국물에 양념장, 쑥갓으로만 맛을 낸 옛 시장 그대로의 칼국수이기 때문이다.

오늘 범일동 부산시민회관에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공연이 있어 가게 되었고 급히 찾아간 곳이 바로 이곳 배가왕이다. 부산시민회관 대각선 맞은편에 위치한 동일타워 2층에 위치한 이곳을 찾은 이유는 간단히 한 끼 빠르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니까 아무런 기대감 없이 들어간 집이었다는 거다. 메뉴는 간단했다. 가장 기본의 칼국수가 왕칼(8,000원), 비빔칼국수인 비칼(9,000원), 들깨칼국수(9,000원), 왕만두(6,000원), 배가왕김밥(小 3,000원, 大 6,000원). 맵질이라 왕칼을 주문했고 기본찬이 나왔다. 어라? 기본찬에 김밥 3개가 같이 나온다?

생각지도 못했던 기본찬 조합이다. 단무지와 김치, 그리고 꼬마김밥 3개. 김밥을 한입 먹고 그만 감탄이 나왔다. 들어있는 거라곤 고작 단무지와 당근뿐인데 이맛 대체 무엇? 고소한 참기름, 참깨 가득. 이렇게 단순한 재료만으로도 이렇게 맛있고 깊은 맛이 가능하구나 감탄하는데 주문한 김밥 大자가 나왔다. 한 접시 가득 칼국수가 나오기도 전에 비워내기 시작했다.


뒤이어 나온 왕만두. 칼국수집 만두가 다 거기서 거기 지하고 한입 먹었더니 이거 이거 또 요물이네? 이북식 왕만두로 전혀 비리지 않으며 꽉 찬 야채소가 깊은 맛을 낸다. 무엇보다 또 놀란 건 바로 김치. 국내산 배추로 매일 담그는 겉절이 김치가 알싸하게 매우면서도 감칠맛이 난다.

맛보기 김밥에 김밥, 만두만으로도 이미 배가 찼다. 칼국수를 어떻게 먹지 하는데 또 칼국수 들어갈 자리는 남았나 보다. 시원한 육수에 부추, 대파, 참깨 가득, 자가 제면으로 쫄깃한 칼국수면이 환상적인 맛을 낸다. 이 칼국수면은 당근즙으로 반죽해 한 그릇에 당근 주스 한 컵을 먹는 것과 같다는 안내문이 눈에 띈다. 실제로 면 자체가 당근 빛이다. 왕칼 속에 왕만두 한알이 또 들어있어 더 놀랐다.


비칼을 주문한 일행도 한입한입 감탄하며 먹기 바빴다. 아무 기대 없이 들어간 집에서 놀라운 맛집의 기운을 느꼈다. 칼국수집에서 철학을 만난다면?

배가왕의 칼국수 철학

첫째. 내가 먹는 것과 똑같이 만들어 낸다.
둘째. 내 가족이 먹는 것과 똑같이 만들어 낸다.
위의 내요을 항상 지키며 사소함까지 신경 쓰길 게을리하지 않는다.


와! 기업의 미션도 아니고 이렇게까지나? 그래서 이렇게 좋은 재료로 깊은 맛을 낼 수 있구나 싶었다. 유사 매장이 좀 있는지 배가왕 본점은 범일동, 직영 송도점  두 군데뿐이라고 붙어있다. 어쨌거나 이곳 범일동 배가왕은 내가 만난 칼국수집 중에서도 고수임이 틀림없다. 셀프코너에서 맘껏 김치며 단무지를 꺼내 먹을 수 있어 더 좋았던 집, 범일동에 들를 일이 있으면 간단히 칼국수 한 그릇 어떠한지.



[100퍼센트 리얼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곱창 안 먹는 사람도 자꾸 손이 가는 한우곱창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