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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Apr 04. 2024

위층에서 층간소음 조심하라고 연락이 왔다 (2)

더 강력하게 진화된 층간소음 빌런

아이가 아파 출근을 하지 못한 워킹맘. 아픈 아이 옆에 앉아있던 오후였다. 관리실로부터 인터폰이 울렸다. 위층에서 소음이 심하다고 조용히 해주길 바란다는 연락이었다. 한동안 조용했던 위층이었다. 이사를 오자마자 '아래층 소음도 만만치 않으니 층간소음 조심하라'고 경고했던 위층이다.


확 엎어버릴까 잠시 고민을 했다. 하지만 워워 잠시 스스로를 가다듬었다. 먼저 화를 내는 게 지는 거다라는 마음으로. 아이가 잠이 들어 잠시 집 앞 마트를 가는 길 엘리베이터에서 위층의 위층 아주머니를 만났다. 워킹맘이라 좀체 만날 기회가 없던 분이다. 그녀는 구세주라도 만난 듯 두 손을 모으며 다가왔다.


워킹맘에게는 위층이지만 그녀에게는 아래층, 그 아래층 빌런이 층간소음으로 하루에도 몇 번이고 연락을 해대고 문자메시지를 보낸단다. 아이가 물건 하나를 떨어뜨려도, 아이가 잠시 뛰어도, 무언가를 바닥에 잠시 끌어도 그때그때 순간순간 항의 연락이 온단다. 그 스트레스로 집을 벗어나 모 지역에서 세 달 살이를 하고 돌아왔을 지경이라고.


얘기를 더 들어보니 빌런은 위아래층만 괴롭히는 게 아니었다. 아래층의 옆집들, 위층의 옆집들까지 쉴 새 없이 들볶고 있다는 것. 자신을 중심으로 자신의 주위에 그 어떤 소음도 견딜 수 없는 극강의 빌런이라는 것. 와! 참 부지런하기도 하다. 순간순간마다 연락을 하는 스스로에게 현타가 오진 않나 싶은데!


더 황당한 사건은 어두운 밤, 소음이 도대체 어느 집인지 분간을 할 수 없었던 빌런은 경비실로 전화를 걸어 집 앞으로 오게 한 후 불이 꺼진 집을 알려달라고 했다고 한다. 불이 켜진 집, 모두에게 소음에 대한 경고의 연락을 해달라고 했다는 것. 이 정도면 뭐 빌런을 넘어선 빌런이다.


이 상황에서 워킹맘은 어떤 대처를 해야 하나 고민했다. 솔직히 위층 빌런의 층간 소음이 만만치 않은 나날이었다. 하지만 애 키우는 집이 다 같지 하는 마음으로 참고 또 참아왔다. 정작 이 빌런은 자신으로 인한 소음으로 고통 받고 있을 위아래 옆집들의 고충에 대해선 깃털만큼도 관심이 없는 거였다.


빌런처럼 매 순간 관리실을 통해 층간소음을 호소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365일 24시간 빈틈이 괴롭혀줄까를 고민했지만 워킹맘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빌런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그저 하찮은 빌런으로만 남겨두기로 한 것. 평생 그렇게 살다 가라는 마음으로.

출처 : PIXABAY

진정으로 층간소음엔 답이 없다. 양보란 서로 할 때 답이 되는 거지 일방적인 양보는 오히려 갑질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그래서 답은 하나다. 스트레스 다이어트. 합의점을 최대한 찾아보고 노력하고 배려하고 양보해도 답이 없다면 순간순간 스트레스 다이어트를 통해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세상은 넓고 빌런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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