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력하게 진화된 층간소음 빌런
확 엎어버릴까 잠시 고민을 했다. 하지만 워워 잠시 스스로를 가다듬었다. 먼저 화를 내는 게 지는 거다라는 마음으로. 아이가 잠이 들어 잠시 집 앞 마트를 가는 길 엘리베이터에서 위층의 위층 아주머니를 만났다. 워킹맘이라 좀체 만날 기회가 없던 분이다. 그녀는 구세주라도 만난 듯 두 손을 모으며 다가왔다.
워킹맘에게는 위층이지만 그녀에게는 아래층, 그 아래층 빌런이 층간소음으로 하루에도 몇 번이고 연락을 해대고 문자메시지를 보낸단다. 아이가 물건 하나를 떨어뜨려도, 아이가 잠시 뛰어도, 무언가를 바닥에 잠시 끌어도 그때그때 순간순간 항의 연락이 온단다. 그 스트레스로 집을 벗어나 모 지역에서 세 달 살이를 하고 돌아왔을 지경이라고.
얘기를 더 들어보니 빌런은 위아래층만 괴롭히는 게 아니었다. 아래층의 옆집들, 위층의 옆집들까지 쉴 새 없이 들볶고 있다는 것. 자신을 중심으로 자신의 주위에 그 어떤 소음도 견딜 수 없는 극강의 빌런이라는 것. 와! 참 부지런하기도 하다. 순간순간마다 연락을 하는 스스로에게 현타가 오진 않나 싶은데!
더 황당한 사건은 어두운 밤, 소음이 도대체 어느 집인지 분간을 할 수 없었던 빌런은 경비실로 전화를 걸어 집 앞으로 오게 한 후 불이 꺼진 집을 알려달라고 했다고 한다. 불이 켜진 집, 모두에게 소음에 대한 경고의 연락을 해달라고 했다는 것. 이 정도면 뭐 빌런을 넘어선 빌런이다.
이 상황에서 워킹맘은 어떤 대처를 해야 하나 고민했다. 솔직히 위층 빌런의 층간 소음이 만만치 않은 나날이었다. 하지만 애 키우는 집이 다 같지 하는 마음으로 참고 또 참아왔다. 정작 이 빌런은 자신으로 인한 소음으로 고통 받고 있을 위아래 옆집들의 고충에 대해선 깃털만큼도 관심이 없는 거였다.
빌런처럼 매 순간 관리실을 통해 층간소음을 호소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365일 24시간 빈틈이 괴롭혀줄까를 고민했지만 워킹맘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빌런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그저 하찮은 빌런으로만 남겨두기로 한 것. 평생 그렇게 살다 가라는 마음으로.
진정으로 층간소음엔 답이 없다. 양보란 서로 할 때 답이 되는 거지 일방적인 양보는 오히려 갑질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그래서 답은 하나다. 스트레스 다이어트. 합의점을 최대한 찾아보고 노력하고 배려하고 양보해도 답이 없다면 순간순간 스트레스 다이어트를 통해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세상은 넓고 빌런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