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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Feb 18. 2024

아파트 층간소음 역대급 빌런들

#1.

아파트 위층에서 물이 새 집 곳곳에 곰팡이가 폈다. 몇 번이고 위층에 이 사실을 알렸으나 이사 갈 예정이라 집을 내놓았으니 이 집을 새로 사 들어오는 사람이 수리를 하게 하겠다며 몇 달을 미루고 또 미루었다. 참다못한 그는 관리실에 항의했고 적극적이지 않던 관리소장도 그의 집 상태를 보고는 위층에 함께 올라가 대책을 논의했다. 그래도 감감무소식. 결국 지금까지의 모든 정황을 정리해 위층에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간의 모든 피해 사실과 위층의 대응 과정, 그리고 내용증명을 보내 향후 법적인 대처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피하기만 하던 위층은 그제야 다급하게 전화가 와서는 젊은 사람들이 법 좋아해서 좋을 거 없다며 따져 물었다. 더 이상 양보하지 않겠다고 선전포고를 하고서야 수리 기사를 불러 누수의 문제점을 찾았고 수리에 이어 도배비용을 입금했다. 그렇게 잘 끝나나 싶었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특히나 층간소음이 심한 오래된 아파트인데 그간 조심하며 거실과 방을 걷던 그들이 의식적으로 발망치를 수시로 두드리기 시작했다. 평일 낮시간에도 너무 시끄러워 라디오를 틀어놓아야 할 상황이었다. 이 모든 과정도 그들은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더 패닉 상태로 몰아넣는 상황은 바로 그의 아래층 사람들이었다.


고작 4살인 딸아이 하나가 있을 뿐인 그다. 평소 거실에서 뛰지 못하게 조심에 조심을 거듭하고 있지만 사소한 소음에도 경비실을 통하지 않고 수시로 인터폰을 눌러 소음 항의를 하는 그들이었다. 가끔 찾아오는 손님으로 저녁을 먹는 날이면 어김없이 인터폰질, 그것도 모자라 현관벨을 누르며 시끄럽다고 소리쳤다.


회식으로 밤 10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온 그날이었다. 자려던 아이가 아빠의 귀가 소리에 깨 잠시 거실을 뛰어와 아빠에게 안겼다. 그때였다. 아래층 사람들이 이때다 싶어 올라와 소리쳤다. 도대체 언제까지 참고 살아야 하나며. 그도 물러서지 않았다. 지금 잠시, 아주 잠시 아빠를 향해 아이가 뛰어왔을 뿐이라고.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았고 이후부터 아래층은 수시로 커다란 막대를 이용해 그의 집에 소음이 발생하도록 위를 향해 쿵쿵쿵 두드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이사를 결심했다. 집에 있는 매 순간을 지옥으로 만드는 위아래층 때문에.


#2.

새 아파트로 입주할 날을 손꼽아 기다려 입주했다. 기쁨도 잠시 소음에 민감한 아래층으로 인해 극한의 스트레스가 시작되었다. 생활 소음 자체를 견디지 못하는 아래층이었다. 수시로 관리실을 통해 소음에 대한 항의를 받았지만 참고 또 참았다.


크리스마스날이었다. 아파트 전체 커뮤니티 게시판에 아래층의 불만글이 게시되었다. 이 좋은 날, 위층의 무례한 소음으로 너무나 괴롭다는 글이었다. 아래층의 그 불만글에 그녀는 댓글을 달았다. '저기요! 님 위층 OOOO호인 데요. 지금 여행 중이라 집에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무슨 소리를 듣고 그러시나요?' 이후 게시판 글에 아무런 답이 없는 아래층이었다.


급기야 아래층이 그녀를 헐크로 만든 날은 따로 있었다. 세탁기의 세탁은 이른 저녁에 모두 완료했고 깜빡해 건조기를 밤 9시에 돌렸다. 그다지 소음도 나지 않는 건조기인데 완료 벨이 울리자 이때다 싶어 관리실을 통해 아래층의 소음 항의가 들어왔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관리실을 향했다. 소음이 나지 않는 건조기를 돌렸을 뿐이고 완료 벨이 울렸을 뿐인데 소음으로 항의를 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 앞으로 소음의 출처가 정확히 우리 집이라는 정황이 있을 시에만 연락을 달라며 쐐기를 박고 왔다.


뒤에 들은 이야기로 아래층은 자기의 아래층에 무례하기 짝이 없다는 사실이다. 저녁만 되면 아이의 방에서 의자를 끄는 소리가 들려 그들의 아래층에서 항의를 했더니 그들의 반응이 '아이가 고등학생이라 늦게 학원을 마치고 온다. 수험생이 공부하느라 의자를 넣고 뺄 수도 있지 뭘 그렇게 예민하게 굴고 있냐.'


#3.

결국 그들은 이사를 가게 되었다. 위층, 아래층, 옆집까지 모두 원팀으로 그들을 못 잡아 먹어 안달이었다. 2층에 사는 그들은 예민하기 이를 데 없는 1층 덕에 거의 매일 소음 항의를 받아야 했다. 위층은 위층대로 아이들이 뛰어다니느라 소음을 견디기 힘들 지경이었다. 하지만 참고 살았다.


문제는 아래층이 관리실을 통하지 않고 수시로 전화를 하고 올라와 못살게 군다는 것. 사건이 있던 날도 바로 그런 날이었다. 그들은 여행 중이었고 아래층은 어김없이 전화로 시끄럽다고 소리를 쳤다. 지금 여행 중인데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아! 3층에서 뛰는 소리가 1층에 들리기도 하나 보네요.' 이후 3층이 뛰면 그들에게 전화를 해 위층의 소음에 항의를 해달라는 거였다.


1층 엘리베이터 바로 옆인 그 집은 현관문에 엘베 대기 중의 바깥 소음이 집으로 다 들리니 각별히 조용히 해 달라는 경고문을 붙여둘 정도로 예민의 끝을 달리는 집이었다.


그들의 이사를 결정적으로 결정하게 해 준 사건은 바로 그들의 옆집이었다. 옆집에서 무슨 소음으로 항의를 하나? 싶은데 진짜 옆집은 이사를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을 끊임없이 가스라이팅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화장실 옆에 붙어있는 옆집의 방. 화장실 물을 내릴 때마다 소음이 너무 크니 오래된 레버와 배관을 수리해 달라며 항의를 시작했다. 살다 살다 이런 경우도 있나 싶은데 한두 번으로 항의가 끝날 사람들이 아니었다. 집을 내놓았고 집만 팔리면 이사를 갈 테니 수리만은 하지 않겠다며 버텼다. 그리곤 몇 달이 지난 후 그들은 정말 그 지역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버렸다. 지긋지긋한 지옥에서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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