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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Jul 30. 2023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D.P. 2를 보면서 분노가 끓어 차 올랐다. 뻔히 보이는 부조리들이 결국은 왜곡되는 당연한 현실들에 말이다. 힘들어도 괴로워도 참아야 했나.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내린 처단에 결국 가해자가 된 현실. 김루리 일병의 어머니를 원망하던 죽은 병사의 어머니의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내 아들은 죽었어!"

넷플릭스 화면 캡처

어머니를 욕하고 자신에게 끝없이 욕을 쏟아내며 얼굴에 에프킬라를 뿌리고 때리고 잠 못 자게 하는데도 참고 견뎌야 하는 걸까. 그게 지금의 우리 사회의 단면인 걸까. 참고 견뎌서 없던 일로 만드는 것. 그리하여 그 악습이 그대로 오랜 세월을 이어져 오게 해 여전히 괴로운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것.


그래선 안 되는 것이었다. 그때도 지금도.


영화 다음소희를 보며 먹먹한 가슴을 주체할 길이 없었다. 10%도 되지 않는 대기업 취업을 위해 한계를 뛰어넘는 고스펙의 험난한 여정에 오르고 있는 대학생들과 취준생의 힘겨움에만 공감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그 10%를 제외한 90%, 그 이상의 친구들이 겪어야 할 비이성적인 현실을 아주 그냥 적나라하게 목도했다.

실업계 고등학생으로 콜센터에 실습생으로 일하던 소희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기업의 횡포, 학교의 무책임, 교육청의 외면, 노동청의 무관심, 가족의 외면, 그 모든 것들이 하나로 뭉쳐 아주 맹렬히 그녀를 사지로 몰았던 것이다. 하청에 하청이지만 대기업이기에 참으라고만 했다. 죽어야만 끝날 수 있는 데스 게임에 그녀는 아주 외롭고 처절하게 찬 물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놈의 얼어 죽을 정량적 수치, 그 수치로만 평가하고 보상하는 사회 시스템이 소희를 죽게 했다.


이렇게만 가다간 우리에겐 더 이상 다음 소희는 없다.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으로 사회가 온통 시끌하다. 상황만 다를 뿐 그녀 역시 소희와 다를 바가 없다. 교대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지만 아이들과 학부모 사이에게 철저히 무너져가고 있었고 학교도 교육청도 그 어느 누구도 그녀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하루하루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을 그녀에게 그녀를 제외한 세상 모든 것들이 어떤 시선으로 느껴졌을까.

@ pixabay

그녀가 세상을 떠나겠다고 마음먹기까지 사소한 작은 그 무엇도 그녀의 편에 서지 않았다. 초등학교 교사인데 무슨 걱정이 있고 어려움이 있겠냐는 일반적인 편견 속에 그녀는 더욱 차가운 물길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무도 그녀의 손을 붙잡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 우리가 그들의 보이지 않는 손을 잡아야 할 때다.


DP도 다음소희도, 서이초 교사의 어머어마한 상황들에 공감하고 가슴 아프지만 절대 그래선 안된다. 죽여서도 안되고 죽어서도 안된다. 소리를 내어도 달라지거나 고쳐지지 않는다면 그곳을 벗어나서라도 목숨은 살려야 한다. 군이라는 벗어날 수 없는 공간이라면 어떠한 방법을 써서라도 자신의 위험을 알리고 더 큰 위험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싶다. 그들에게 선택은 오직 그것뿐이었을까. 여전히 사회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구조신호들이 있다. 잘못된 것들을 바로 잡고 그들의 작은 소리에 귀 기울여 그래도 아직은 살만한, 살아서 행복한 순간을 느끼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세상 어디에도 끼지 못하고 단절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청년들, 그리고 우리들에게 살아서 더 기쁜 오늘을 느끼게 해 주자. 자신을 힘들게 만드는 것은 환경도 있지만 결국 자신이다. 그리고 그 힘겨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것도 결국 자신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린 더 힘을 내야 한다. 씩씩하게 자신을 극복한 드라마 악귀 속의 구산영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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