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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Jul 22. 2023

무서운 그녀

함부로 여자의 손을 잡지 말라.

중소기업의 사장인 그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소송에 넌덜머리가 난다. 대체 지루하고도 비루한 이 싸움이 언제 끝날 것인지, 회사에도, 집에도 면목이 없다. 그날, 그녀의 손만 잡지 않았더라면 이 사달이 나지 않았을 텐데 그녀의 손을 잡았던 그날 오후를 죽도록 후회한다.


한창 사업이 잘될 때였다. 사무 보조 여직원이 필요했고 그녀가 입사했다. 딱히 경력직은 아니지만 이런저런 일을 했던 경력으로 그녀를 채용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요한 게약을 앞두고 있었다. 계약 당일 같이 갈 직원이 마땅치 않아 그녀와 동행했고 그 선택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하는 발단이 되었다.


공을 들였던 그 계약건은 신기하게도 바로 OK가 되어 계약서 사인을 하게 되었고 계약금도 그 자리에서 받게 되었다. 계약을 마치고 카페에서 나와서 그와 그녀는 하이파이브를 했고 너무 기쁜 나머지 손을 잡고 껑충껑충 뛰었다. 사무실로 복귀해서는 직원들과 함께 기쁜 소식을 함께 나누고 퇴근했다.


문제는 바로 그다음 날 아침부터였다. 인사팀장에게 걸려온 한통의 전화. 어제 사장이 자신의 손을 잡고 어깨에 손을 올려 성적 수치심을 느껴 그 충격으로 출근을 할 수 없다는 그녀의 연락이었다. 계약이 성사되고 기쁜 나머지 하이파이브를 하고 손을 잡고 뛰었을 뿐인데, 대관절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며칠이 지나도 그녀는 오지 않았고 사장으로 인해 출근을 할 수 없으니 월급은 보내야 한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리고 또 얼마 후 그녀의 변호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성추행으로 경찰에 고발을 했다는 연락이었다. 경찰에 의뢰해 그날 그 카페 앞의 CCTV를 확인했더니 다행히 손을 잡은 것 외엔 다른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손을 잡고 기뻐서 뛰었지만 속으로는 불쾌했다는 그녀, 그 불쾌함을 사장이라 말을 할 수 없었다는 그녀였다.


사과를 하기 위해 그녀의 집으로 찾아갔지만 그녀의 모친이 고래고래 고함을 치며 딸을 만날 생각을 하지 말고 자기와만 얘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딸은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기 있기에 모든 요구사항에 대한 논의는 오직 자신을 통해서만 하라는 거였다. 그리고 기천만원을 요구했다.


1년이 지나도 아직 그 답답한 공방은 끝이 나지 않았다. 사장은 사장대로 그녀는 그녀대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그녀는 그녀대로 할 말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이 사건은 젠더의 관점으로 보고 싶지는 않다. 다만 성적 수치심, 성적 불쾌감의 범위를 어디까지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분명 조금은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날의 기분이, 어쩌면 한 사람의 인생을 처참히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 pixabay

회사에서든, 회식자리에서든, 친목자리에서든 오해의 여지가 있는 스킨십은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이다. 일과 생활에 있어 친근함의 표현이 연인이 아닌 이상 더 이상 스킨십이 되어선 안될 일이다. 아무 생각 없는 스킨십 하나가 불러온 역대급 파장, 어쩌면 이보다 더 큰 쓰나미로 인생이 망가질 수 있으니 부디, 그대여 '손'을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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