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란카피 Jun 27. 2023

우리 아파트 안 살면 집으로 가줄래?

최근 언론에 한 지역의 초등학생 아이들이 친구의 집 등기부등본을 떼어 전세를 살면 왕따를 시킨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공개되었다.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 라며 현실을 부정하면서도 진짜라면 어떡하지? 하는 한숨도 나왔다.


강변이 보이는 아파트 단지와 같은 아파트지만 강변이 보이지 않는 다른 단지의 아파트. 이 같은 이름 아래 강변이 보이고 보이지 않는 차이의 아파트 아이들은 천지 차이의 차별을 느껴야만 했다. 친구들끼리 '너 몇 동에 사니?'가 하나의 신분이 되는 아픔을 일찌감치 알아야 했기에.


모 지역의 한 아파트의 이야기다. 유난히 한 브랜드 아파트 사람들의 우월감이 큰 지역. 그 아파트에 사는 한 아이의 생일 파티가 있던 날이다. 초대한 친구들이 하나씩 둘씩 오게 되었고 일일이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 물었던 그 아이의 엄마는 한 아이가 그! 아파트에 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다른! 아파트에 사는 그 아이에게 그 엄마는 '우리 아파트 안 살면 집으로 가줄래?'라고 했다고 한다. 상처 입은 아이는 집으로 돌아왔고 엄마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속상한 엄마는 궁리 끝에 그 집의 등기부등본을 뗀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잘난 아파트에 월세를 살고 있더라는 사실. 당장 그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고 따져 물었다. 월세를 살면서 우리 아이를 집으로 돌려보냈냐고. 최소한 우리 집은 자가라고. 그 사실은 반 아이들에게도 소문이 나 버렸다고 한다.


사이다 같으면서도 왠지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 아닐까 싶어 씁쓸했다. 무엇이 우릴 이토록 '있어 보여야 하는 강박'에 갇히게 한 건지. 우리만의, 그들만의 커뮤니티로 '우월감'의 착각 속에 빠져 살게 된 건지. 그놈의 아파트가 뭔지, 등기부등본까지 떼가며 확인해야 하는 사회가 된 건지.

@ pixabay

근사한 단독주택으로 이사 가고 싶어 하는 내 아이에게 집의 가치를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 잠시 망설여지는 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족이 가해자였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