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경남 함양은 내 고향이다. TMI로 태어나기만 했을 뿐 돌 지나 부산으로 왔으니 태생적 고향일 뿐. 그런 지리산 자락 아래 함양을 벌초 때만 가다가 아예 가지 않은지가 10년도 더 넘었다. 그런 함양을 회사 일로 가게 되었다. 그것도 행사 답사로 말이다.
1. 개평한옥마을
부산에서 출발해 2시 30분을 달려 도착한 안의면 개평한옥마을. 개평마을은 두 개울이 하나로 모이는 곳에 마을이 형성되어 유래된 지명으로 100년이 넘은 오랜 역사를 지닌 한옥 60여 채가 보존되어 있다. 일두고택, 풍천노씨 대종가, 하동정씨 고가, 오담고택, 노참판댁 고가, 솔송주 문화관의 6개 공간이 사이좋게 함께하고 있다.
일두고택은 조선시대 오현 가운데 한 사람이 일두 정여창 선생의 고택으로 1570년 후손에 의해 사대부가로서의 면모를 고루 갖추었다. 경남 지방의 대표적인 전통한옥이며 대지 3천 평, 12동의 건물로 1843년에 지어졌다. 드라마 토지, 미스터 선샤인, 영화, 왕이 된 남자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일두고택을 둘러보고 마을 한 바퀴를 돌면 마치 조선시대로 돌아온 듯하다.
2. 지리산도 식후경, 안의 갈비찜
함양 하면 유명한 먹거리가 바로 갈비탕, 갈비찜이다. 안의의 갈비거리를 돌아보면 3개의 시그니처 식당을 만날 수 있다. 옛날금호식당, 안의원조갈비집, 삼일식육식당. 허영만 식객으로 유명한 옛날금호식당이지만 삼일식육식당을 찾았다. 갈비탕 (16,000원), 갈비찜 小 (70,000원)를 주문. 소금 간이 세지만 먹다 보면 적당하고 느껴지는 맑은 갈비탕이 인상적이다.
마치 갈비탕의 정석이라고 할까? 갈비에 오직 소금만 들어간 듯한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정직한, 부드러운 고깃살에 깜짝 놀라게 되는 집이다. 마늘과 간장 베이스의 갈비찜은 양파를 비롯한 다양한 채소가 꽉 차 있어 먹는 즐거움이 더한다. 남은 밥은 갈비찜 소스에 비벼 먹어도 그 맛이 일품이다. 70,000원이라는 가격이 다소 높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한우라는 점을 감안하면 감지덕지다.
3. 지안재 -> 오도재 -> 지리산 조망공원
함양 하면 시그니처로 떠오르는 지안재와 오도재. 뭐 이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의 도가니탕이다. 구불구불 인생을 닮은 지안재는 자칫 멀미를 가져다줄 수도 있지만 그 길을 지나 지나온 길을 내려다보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이건 사진으로도 그 감동을 담기엔 역부족이다. 진짜 이곳은 가봐야 안다.
지안재를 지나 오도재. 아래에 보이는 겹겹의 산등성이가 마치 한 폭의 그림이다. 비경도 이런 비경이 없다. 이 또한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가본 자만이 아는 그들만의 영역. 오도재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지리산 조망공원이 나온다. 오도재 카페에서 맛있는 음료와 함께 바라보는 천왕봉 아래 산자락. 감동의 물결이다.
4. 신비한 비경의 사찰, 서암정사
우리나라 3대 계곡 중 하나인 아름답고 웅장하기로 유명한 칠선계곡의 초입에 있는 서암정사. 천연의 암석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경남 대표 사찰이다. 함양의 핫플 서암정사는 6.25 전쟁으로 황폐해진 벽송사를 재건한 원응스님이 지리산의 장엄한 산세를 배경으로 수려한 자연환경과 조화롭게 자연 암반에 무수한 불상을 조각하고 불교의 이상세계를 상징하는 극락세계를 그린 조각법당을 10여 년간에 걸쳐 완성해 그 화려함과 웅장함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사찰 입구에 불교 진리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대방광문이 있고 바위에 조각된 사천왕 상을 지나 도량 안으로 들어서면 아미타여래가 주불이 되어 극락세계를 형상화한 석굴법당이 있다. 도량 위편에는 무수한 불보살이 상주하는 광명운대와 스님들의 수행 장소인 사자굴 등이 있다.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인용) 초입의 황목련 나무가 압도적인 서암정사는 지리산 산세의 비경과 남다른 기운이 가득한 사찰 중의 사찰이었다.
5. 함양 속 프랑스, 하미양 와인밸리
함양에 와이너리라고? 볼 게 있겠어? 하는 마음으로 갔다. 일단 모든 일정 중에 이곳만은 꼭 가야 할 곳이구나 싶어 흥분했다. 1997년부터 시작된 함양 속 프랑스, 하미양. 함양의 프랑스식 발음의 하미양이라는 네이밍도 재밌다. 지리산 자락 해발 500미터 고지에 위치한 유럽풍 산머리 테마농인인 하미양은 산머루 재배를 바탕으로 와인 생산, 체험, 견학의 명소로 정평이 나있다.
지방 민간정원으로 등록된 하미양은 입구의 팜마켓을 시작으로 전체가 하나의 테마정원이다. 팜마켓, 족욕체험장, 지하숙성실, 와인동굴, 잔디광장, 레스토랑과 커피숍에 이르기까지 단순한 와이너리가 아닌 하나의 테마공원과도 같다. 가장 내 가슴을 뛰게 했던 공간은 바로 와인동굴. 동굴을 파 각기 다른 연령의 와인들의 인생이 익어가는 풍경이 장관이다. 아주 그냥 끝내준다!
6. 인산가 웰니스호텔
죽염으로 유명한 인산가의 웰니스호텔 인산가는 해발 500m 삼봉산 중턱에 위치하며 다양한 크기의 36개 객실과 레스토랑, VIP라운지 등을 갖춘 함양군 최대 관광호텔이다. 숙박을 하지는 않았지만 최대의 호텔이라고 해서 마지막 일정으로 잡았다. 함양에서 숙박이 필요하면 딱 여기다 싶은 곳이다.
숨 가쁘게 하루종일 함양을 단숨에 보고 싶다면 부산 기준, 가장 알찬 일정이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한두 곳의 일정을 바꿔보는 것도 방법이다. 남계서원, 상림공원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니깐. 함양에서 태어났지만 함양을 잘 알지 못하는 내가 하루종일 함께한 함양. 곧 가을이다! 가을에 더 뛰어난 절경이라는 함양, 올해는 꼭 한번 들러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