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겪은 한국의 무서운 이야기 3
여느 날과 같이 딸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거실에 앉아 빨래를 개고 있던 그녀였다. 좋아하는 노래가 유유히 흐르고 있었고 일상의 안온이 집안에 그대로 퍼져있었다. 문득 베란다 창밖으로 고개를 돌린 그녀, 그녀와 눈이 마주친 한 청년, 정말 짧은 순간의 찰나였다. 어, 어, 하는 순간에 청년은 사라졌고 다시 빨개를 개고 있던 그녀는 좀 지나 요란한 앰뷸런스 소리를 듣게 되었다.
오전에 일어난 일이었고 오후가 되어서 TV를 켜자 지역 방송에 자신의 아파트가 나왔다. 그리고 한 대학생이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사건이 발생한 대략의 시간이 자신이 오전에 빨래를 개다 창밖을 바라본 시간과 비슷했다. 너무나 뚜렷했던 청년과의 찰나의 눈 마주침. 순간 섬뜩한 기운이 돌았다. 하필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같은 라인에 같은 시간에 벌어진 사건, 그 순간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그날 그녀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친구의 아버지 문상을 갔던 그날이었다. 그는 이제 중년이 되어버린 친구들과 늦은 밤까지 친구를 위로했고 새벽 1시가 되어서야 서울에서 내려온 친구들을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갔다. 그들은 새벽 첫 기차를 타고 갈 계획이었고 그는 아직 미혼이기에 편하게 이동해 잠을 청했다. 새벽 4시에 알람을 맞춰 잠이 들었고 4시에 깨어 주섬주섬 챙겨 그들을 배웅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그들을 마중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바로 잠이 들려는 순간, 현관문에서 소리가 똑. 똑. 똑. 아주 크게 소리가 났다. 머리털이 쭈뼛 섰다. 천천히 현관문으로 다가가 작은 구멍에 눈을 댔다. 인기척이 없는지 불이 켜지지 않은 채 어두웠다. 문을 열기 무서워 잠시 기다린 사이 다시 문을 똑. 똑. 똑. 하는 노크소리가 들렸다. 친구들에게 바로 전화를 했다. 혹시 장난친 거 아니냐고. 친구들은 무슨 소리냐며 지금 부산역으로 택시를 타고 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평소 귀신을 가끔 보는 그였지만 무서워 문을 열지 못한 채 이불을 덮고 있었다.
오늘 문상 갔던 곳에 한 빈소의 사진 속 청년과 눈이 마주쳤던 기억이 났다. 너무 애처로워 마음으로 좋은 곳 가라며 기도를 했었던 그 순간. 설마 그 청년이 집까지 따라온 건 아니겠지. 하는 마음으로 새벽까지 뜬눈으로 지새웠다.
내가 근무했던 광고회사는 빌딩에서 단독주택을 사무실로 개조해 이전했었다. 카피라이터였던 난 당시 엄청난 야근과 철야, 주말 근무가 일상이었다. 야간으로 늦어진 시간이면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느니 몇 시간 눈을 붙이자는 마음으로 라꾸라꾸 침대 위에서 잠을 청하곤 했다. 2층이 업무공간이었던 당시, 잠이 들 무렵이면 늘 1층에서 누군가 걸어 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요란하지 않은 발자국 소리로 드문드문 이어졌고 이 소리는 바단 나만 들었던 소리가 아니었다. 야근이 잦았던 디자이너, AE들도 습관처럼 들리고 그러려니 했던 소리였다.
기업 홍보실로 이직을 하고 그 광고회사는 다시 빌딩으로 이전하며 단독주택이 팔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 한밤에 드문드문 들렸던 발자국 소리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2층 화장실에서 늘 보이지 않는 인기척을 느꼈던 내 후임 카피라이터가 집이 팔리기 전 청소하는 아주머니에게 혹시 여기 누구 있는 거 같지 않냐고 물었더니 아주머니가 태연하게 말씀하시더란다.
여태 모르셨어요? 이 집에 지박령 있는 거. 여기 살던 할머니가 이 집을 떠나지 못해서 늘 여기 화장실 앞에 계시잖아요. 내 눈엔 매일 보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