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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Jun 04. 2022

눈을 뜨니 귀신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실제 겪은 한국의 무서운 이야기 2

옆 집에 새로운 분들이 이사를 왔다. 상가 겸 집이 있는 구조의 집인데 뭐하는 사람들인지는 모르지만 시끄러운 소리와 종소리가 교차로 들려왔다. 엄마와 딸로 보이는 그녀들이 옆집에만 달아야 할 간판을 우리 집까지 침범해 달고 있었다. 우리 집 대문에 못을 박았고 간판을 달려고 하던 차였다.




“뭐하세요? 남의 집 앞에서?”

이게 댁 문인 가요?

네! 옆 집은 여기서부터 현관이에요. 간판 다시려면 못 떼서 다시 다세요.




옆집 분들이 뭐하시는 분들인지는 모르겠지만 가게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지 못하고 못질을 한 것이었다. 그 일이 있고 3일이 지난 후부터 꿈자리가 어수선했다. 날마다 정체 모를 귀신이 등장했다. 잠을 자지 않아도 종소리 같은 환청이 계속 들리고 잠만 들었다 하면 귀신이 쫓아왔다. 하룻밤에도 대체 몇 번이나 가위에 눌리는지 셀 수가 없었다.


매일 가위에 눌려 살던 나는 그날 역시 밤새 귀신에게 시달리고 있었다. 정말 아무런 이유 없이 쫓아오는 귀신이 무서워 매번 눈을 감고 도망만 가던 동생은 그날 마음을 크게 먹고 대체 귀신이 어떻게 생겼는지 눈을 떴다.


눈을 뜬 순간, 까만 형체의 여자 귀신이 나의 바로 가슴 위에 앉아선 그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아무런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너무나 생생해 현실로 받아들인 그 순간, 잠을 깬 나는 공교롭게도 커다란 제사상이 넘어져 나를 짓누르고 있는 상황을 그대로 목도했다.


참다못한 나는 누나에게 모든 이야기를 전했다. 아니나 다를까 누나는 더 기괴하고도 참을 수 없는 무서운 나날의 밤을 보내고 있었다. 가위는 물론이고 누나는 아예 귀신의 형상을 그대로 보고 있었다. 검은 옷에 흰색 머리, 얼굴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밝았다고 했다.

@ pixabay

그렇게 1주일의 시간 동안 너무나 피폐해진 남매는 밖에 나갈 힘조차 없어 방에 콕 처박혀 지냈다. 1주일이 지난 그날, 이사 온 이웃집 아주머니가 찾아왔다. 이사떡이라며 늦어서 미안하다며 인사를 했다. 힘없이 방문을 연 남매에게 그녀가 하는 말.


어머 신주님이 여기 계셨네. 계속 기도하고 종 치고 불러도 안 오시던 우리 신주님. 못 박을 때 길을 잘못 내서 이 집으로 오셨구나.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굿해서 우리 집으로 모셔가겠습니다.

간판을 달기 위한 못질이 아니었고 신주님에게 들어올 길을 알려드리는 못질이었구나. 그 못질의 시작이 우리 집으로 잘못되어 우리 집으로 오셨던 거구나. 그래서 그렇게 무서운 고난의 1주일을 보낸 거구나. 이제야 이유를 알게 된 남매는 오히려 더 무서웠다. 평생 볼 귀신을 다 봤고 평생 눌릴 가위는 다 눌려본 1주일.  굿을 한 이후 다시는 가위에 눌리거나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평생 트라우마로 남았다.


- 본 이야기는 김보숙님이 들려준 이야기를 재구성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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