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편지
멀리 있지만 항상 곁을 지키는 그대에게
성실히 살아가면서도 스스로 조심하고 싶은 게 있어요.
바로 매달리지 않고 살아가고 싶은 거예요.
글과 시를 지으면서도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는 마음인 것이지요.
말하자면 글쓰기를 평상시 세수하고 이를 닦는 것처럼 자연스런 일과로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단 한번 밖에 오늘, 대충 대충 살기에는 너무 아깝고 아깝잖아요.
귀중하고 소중한 만큼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은 것이고요.
한데 글쓰기로 인해서 친구나 가족, 심지어 우리 스스로에게조차 여유와 즐거움을 내어주지 않는다면 그또한 얼마나 어리석은 짓일까.
글쓰기는 결국 우리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밑거름이 되어주지만 그렇다고 글쓰기에 빠져만 살아도 아까운 우리네 삶이에요.
아름다운 오월, 낮에는 초록빛으로 진하게 물들어가는 나무와 풀들의 모습에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아요.
모내기를 앞둔 밤이면 어디선가 숨어있던 동네 개구리들이 모두 모여 어찌나 시끌시끌 밤새 목청껏 노래를 하는 지 몰라요.
창문을 닫아도 열어도 문틈으로 들어오는 개구리 떼창을 듣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을 정도에요.
가만히 귀를 기울여 들어보면 개구리 중에 맹꽁이, 두꺼비도 섞여 있는지 가끔 생뚱맞은 소리까지 고명처럼 얹혀있기도 하고요.
마을은 산 아래에 줄지어 들어서 있는데 들판 한가운데 유일한 이층집에 살고 있어요.
집 근처에 논과 밭, 과수원뿐이고요.
모내기를 앞 둔 논에는 물을 가득 채워놓기 마련이에요.
개구리들이 반길 수밖는 시절, 덥지도 춥지도 않은 아름다운 시간을 지나오고 있어요.
여태껏 달맞이꽃은 노란색 그꽃이 유일한 줄 알았어요.
한데 아래의 사진처럼 핑크빛으로 피어나는 낮 달맞이꽃을 우연히 만나고 나니 웬걸 전혀 아니었구나.
무엇이든 배우고자하면 배우고 또 배워도 끝이 없는 것 같아요.
어쩌면 평생 모르고 지날 갈 뻔한 꽃을 새로이 만나듯이 글쓰면서 새로운 경험은 글안팎으로 쌓이고 있어요.
거창하지 않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닌 것처럼 미약하고 소소하게 말이에요.
세상에 얼마나 많고 많은 꽃이 있것만 나만 모르고 살아왔구나 싶어요.
모르는 꽃이름을 알아가듯이 글과 시도 나날이 배우고 익히며 즐거이 이어가고 싶어요.
게으르지 않지만 매달리지도 않는 여유로운 자세로요.
열심히 하면서도 너무 열심히 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생활속의 웃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딱히 우스운 일이 있어서 웃는 게 아니라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밝은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것이지요.
밭 귀퉁이 피어나는 꽃들의 행렬만으로도 시간은 아름답게 물들어가요.
며칠 흐릿한 하늘에 구름들은 맑은 날 못지 않게 곱고요.
부르지 않아도 철마다 개구리들이 돌아와 저녁에서 밤까지 친구를 해주겠다고 저리들 난리법석을 떨고 있으니 식지 않는 인기에 귀가 따가울 지경이에요.
한적한 시골에서 만날 수 있는 조용한 북새통이에요.
글쓰기를 하면서는 좋은 책과 시를 곁에 두고 살아가니 그또한 아름다운 풍경이에요.
마음을 훔치는 글과 시를 만나는 기쁨은 비할데가 없고요.
뜻밖의 만남으로 삶은 다채로워질 수 있어요.
이름모를 풀꽃이든, 낯선 그 사람이든, 누구나 아는 그 책이든지 가릴 것 없이 우리에게 무엇으로 다가올지 아무도 모르거든요.
가슴으로 고여드는 감탄에 감탄을 샘물삼아 길어올리며 살아가고 있어요.
다음 주 토요일, 제 편지를 오늘처럼 기다려 주실 테지요.
나와 그대의 5 퍼센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