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
오퍼센트, 자작시☆
꿀벌은 그나마 흔하고 무시무시한 말벌도 어쩌다 볼 수 있어요.
처음엔 활짝 핀 핑크빛 꽃 무더기에 눈길을 두었다가 자세히 바라보니 웬걸, 동그란 호박벌이 보이는 것이었어요.
호박벌을 얼마만에 만난 것일까 헤아려보기도 어려울 지경이었어요.
앞으로 언제쯤 또 호박벌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 지 장담할 수도 없는 일이었고요.
어디로 금방 날아갈 까 싶어서 연거푸 사진을 찍었지만 호박벌은 제 할일이 바쁜지 내내 아랑곳하지 않았어요.
제법 가까이 다가가서 호박벌의 모습을 기쁜 마음으로 들여다 보았어요.
봄꽃이 피어나면 어느 곳에나 벌들이 잉잉거리면서 날아다니고 있어요.
그역시 대부분 꿀벌인 경우에요.
호박벌은 어쩌다 그리 귀한 몸이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세월따라 우리나라 기후도 많이 달라지고 있으니 그 영향도 없지않아 클 듯 해요.
호박벌은 통통한 몸매에 비해 아주 연약한 날개를 가지고 있어서 한눈에도 귀여운 모습이었어요.
영어로는 범블비라고 부르고요.
특이한 것은 호박벌은 초당 230회의 날개짓을 하여 소용돌이처럼 위로 뜨는 바람을 타고 날아다닌다고 해요.
바로 눈 앞에서 꽃과 꽃 사이를 날아다니는 것을 바라보고 있으면 더욱 신기하게 보았어요.
눈대중으로 대강 보아도 날개가 턱없이 작고 약해보였거든요.
날개가 그모양이면 몸통이라도 가벼운 모양새로 날렵해야 할 텐데.
몸통은 동글 동글 굴려가기 좋게 동그랗고 다리는 짧은 데다가 날개는 날아다닐 때는 거의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에요.
지나고 보니 짧은 시간에 수백회 날개짓을 하니 날개가 확 띄지 않았던 것이었어요.
호박벌은 비행을 할 수 없는 몸을 가졌다는 이야기도 후문으로 들었던 기억이 났어요.
'믿음의 힘은 얼마나 강력한가'
과학의 분석적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 호박벌의 비행이에요.
호박벌은 말없이 수많은 말을 건네주고 있어요.
저런 몸매로 벌의 이름을 달고 벌로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할 수 없어도 할 수 있다고 믿으니 이뤄진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진실을 호박벌은 온 몸으로 말해주었어요.
놀라운 일이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요.
같은 시간에 머물러 있어도 꽃만 보는 사람, 하늘만 보는 사람, 하늘도 꽃도 보지 않는 사람도 있고요.
깜박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싶기도 하고요.
날 수 없는 제 몸을 잊어버리고 날아다니는 호박벌, 참으로 아름다운 생명의 힘이에요.
진심에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