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단어사전
★ 효
☆ 효 사전적 정의
부모를 봉양하고 마음 편히 모시는 일.
☆ 오퍼센트의 정의
1. 날마다 얼굴을 보고 밥 세 끼를 내 손으로 지어드리는 것.
2. 허물어져가는 모습을 모른 체하지 않고 받아주는 것.
3. 한여름 더위, 내복과 오리털 조끼를 입은 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기.
4. 모든 일이 시급한 평생 일중독자, 밤낮 없는 엄마의 부름에 마음 다치지 않고 가련하게 보는 시선.
☆ 오퍼센트의 이야기
여름이 무르익어 간다.
이미 계절은 여름이건만 아버지에게 사계절 경계 없이 추운 겨울인가 보다.
계절 없이 입는 겨울 내복을 벗어놓을 줄 모르신다.
회색 내복 위에 언젠가 사드린 파랑과 검정이 배색되어 있는 봄옷 긴팔 차림이다.
그 위에 오리털 조끼까지 갖춰 입고 지퍼까지 꼭 잠그고 앉아 계신다.
온 세상이 습기로 들어찬 장마철 아침에도 아버지의 옷차림은 여전하다.
뇌에서 계절을 인지하지 못하는 아버지의 병.
습기와 무더위가 건강한 사람도 힘들게 만드는 요즘이다.
아버지는 더운 날씨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선풍기와 에어컨을 끼고 살아도 시원찮은 나날들이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창문 하나마저도 열어놓는 것을 질색하면서 혼자만의 겨울 속에 갇혀있다.
실내의 묵고 찌든 공기 사이에 역한 빗물 냄새까지 베여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버지가 느릿한 걸음으로 비척비척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안방 화장실에 간 사이에 눈치껏 베란다 문과 창문을 모두 열어젖힌다.
잠깐이라도 신선한 바람이 거실의 잠든 공기를 실어갈 터이니.
7월 삼복더위가 다가온다고 아버지가 여름을 반갑게 알아보실까.
길고 긴 겨울 추위에서 벗어나 아버지가 초록으로 물든 여름 빗방울의 물내를 맡아볼 수 있으려나 싶다.
맛과 냄새를 잊고 체온과 계절을 잊어 가는 거겠지.
건강한 사람도 살기 어려운 여름 더위.
더위를 모르는 아버지는 아직도 겨울과 봄 어디쯤을 혼자 외로이 서성이나 보다.
★ 불효
☆ 불효의 사전적 정의
부모를 잘 섬기지 아니하여 자식 된 도리를 못함.
☆ 오퍼센트의 정의
1. 이미 늙은 부모에게 관심이 없는 것.
2. 받은 것은 금세 과거가 되고 오늘 번거로운 일은 귀찮기만 한 것.
3. 손바닥 뒤집기 보다 쉬운 감정 변화로 부모와 형제를 멀리하는 것.
4. 부모와 자녀가 덧없이 같이 늙어가는 과정을 확인하는 시선의 쓸쓸함.
(부모는 낼모레 백 살, 자녀는 반백살)
☆ 오퍼센트의 이야기
남편은 흰머리 염색을 전혀 하지 않는다.
마흔에 들어서면서 흰머리가 생겨나더니 오십 넘으니 귀 옆 짧은 머리카락 대부분이 흰머리다.
흰 머리카락이 늘어나는 것을 가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살고 있는 사람이 남편이다.
어느 땐 그 모습이 부럽기까지 하다.
한 달에 한 번 꼭 뿌리 염색을 하면서 나름의 자기관리를 하는 것으로 여기는 나와는 엄청 다른 모습이다.
"뭐, 어떤가? 오십이 넘었으니 당연히 희끗희끗해야지. 부끄러워할 게 아닌데."
남편의 당당한 태도가 보기 좋으면서도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아쉽기도 하다.
며칠 전, 시댁에서 시어머니가 남편의 머리카락을 유심히 바라보신다.
아버지와 한 살 아래, 시어머니는 낼모레 구십을 바로 보신다.
" 그래. 사장 어르신 건강을 괜찮으시고?
근데, 우리 큰 아들이 언제부터 백발이 되었나 모르겠네.
내가 오래 살 긴했나 보다."
시어머니는 아픈 아버지의 안부를 묻다가 갑자기 한숨 섞인 체념 담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하신다.
가벼운 한마디 말이 그대로 흘러가지 않고 가슴속으로 대책 없이 스며든다.
외모와 건강을 챙기면서 젊게 살아가려고 노력은 누구를 위한 행동인가.
나와 나를 바라보는 타인, 그 모두를 위한 일이리라.
남편과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평소 하지 않던 염색 이야기를 꺼내 본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데, 까맣게 염색을 할 생각 없나요?"
"······"
남편은 운전대를 붙잡은 채 아무런 대답조차 없이 묵묵부답이다.
노화에 초월한 듯한 무관심한 태도는 여전하다.
나이에 어울리는 외모가 자연스럽다는 평소의 신조대로 남편은 흔들림이 없다.
강요할 수 없는 일, 부부라 할지라도 본인의 결정대로 살아가야겠지.
★ 삶
☆ 삶의 사전적 정의
1. 사는 일 또는 살아 있음
2. 명사 목숨 또는 생명
☆ 오퍼센트의 정의
1. 지금도 변하고 있다면 살아있는 것.
2. 작거나 크거나 소망과 꿈이 있으면 그것으로 삶.
3.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축복, 삶의 미학을 알아채는 것.
4.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길, 시행착오로 다져진 미로.
☆ 오퍼센트의 이야기
살아있는 것은 무엇이든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생명을 잃은 것뿐이다.
죽은 나무를 꽉 부여잡고 줄기를 세차게 뻗어나가는 단호박 줄기의 생명력을 사진에 담아본다.
꽃이 피어나고 둥그런 단호박 하나가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풍경이 정겹다.
생명을 잃어버린 것의 가장 마지막의 쓰임새, 새 생명을 돕는 일이다.
살아있는 것은 움직여야 하고 움직일 수밖에 없다.
"제발, 가만히 좀 있어. 정신없어."
초보 엄마 시절, 아이들에게 하는 흔한 잔소리 레퍼토리이다.
한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아이들, 살아 꿈틀대는 아이들은 호기심 덩어리, 가만히 있고 싶지도 않고 그렇게 있을 수도 없다.
초보 엄마는 첫아이의 본성을 제대로 모르고 소용없는 말씨름을 하면서 헛 고생을 하기도 한다.
'시행착오'
삶은 변화를 품은 가능성이고 도전이다.
그렇기에 시행착오의 과정을 반드시 겪게 되겠지.
첫아이를 만나고 알 수 없는 미로처럼 엄마 노릇을 천천히 깨우치고 엄마도 아이와 같이 자라난다.
엄마 노릇도 처음이라 배우지 않고서는 달리 지혜로운 육아법을 찾아낼 수 없다.
둘째나 막내 아이를 만날 때쯤 엄마도 큰 아이 나이만큼 성숙한 엄마로 거듭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