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 거실, 안방 누구나 화장실

나만의 단어사전

by 심풀

★ 부엌


☆ 사전적 정의

일정한 시설을 갖추어 놓고 요리나 설거지 따위의 일을 하는 곳


☆ 오퍼센트의 정의

1.하루세번, 배꼽시계는 정확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곳

2.결국엔 돌아오게 되는, 떠날 수 없는

(떠나고 싶을 때도 많지만)


☆ 오퍼센트의 이야기


부모님과 남편과 아이의 밥상을 차리며 귀찮아도 귀찮은 줄 모르고 살아간다.

아니, 누렁이와 고양이의 밥그릇도 채워주는 것을 빼놓을 수없다.

부엌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야 고작 시골밥상이겠으나 온 가족이 아무런 불평없이 살아가니 그것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아버지는 치아가 부실하여 죽을 주로 잡수신다.

전복죽부터 팥죽까지 싫다는 소리를 모르시고 무엇이고 잘 드시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먹는 재미외에는 삶의 낙이 없으니…….


엄마는 떡국이나 가벼운 국수를 즐겨 드시는데 특이한 점은 절대로 절대로 미적지근한 온도의 음식은 마다하시는 것이다.

뜨겁고도 뜨겁게 어느땐 입천장이 다 데일 정도로 펄펄 끓어야 맛있다고 하신다.

"맹물도 뜨거워야 제맛이지요?"

우스갯소리를 할 지경이다.


음식준비보다 설거지 거리로 짜증이 밀려오는 순간도 없잖아 있다.

설거지할 그릇이 하나둘 쌓이면 쌓일수록 부담스러워서 접시 하나라도 빨리 씻어놓아야 편안한 마음이 든다.

저녁식사후 뒷정리를 하고 단정한 부엌살림을 돌아볼 때가 하루중 가장 여유롭다.

'오늘의 할 일을 모두 마치고 드디어 자유시간이 돌아왔구나'

밤이 깊어갈 수록 책과 나만의 세상은 드 넓게 다가온다.

아침이 부엌으로 발길을 잡아채기 전까지.




★ 거실


☆ 사전적 정의

1.가족이 함께 모여 생활하는 공간

2.거쳐하는 방



☆오퍼센트의 정의

1.집에서 가장 많이 머무는 공간

2. 책읽고 글쓰고 시와 음악까지 가장 활동적이면서도 꿈이 가득한 방



☆ 오퍼센트의 이야기


하루중 거실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쉬는 듯 하고픈 일속에 파묻힌다.

주로 책을 읽거나 글쓰기를 하는데 손닿는 곳마다 읽던 책들이 널부러져 있다.

봐도 봐도 또 새로운 책 세상, 지겨울 틈이 없다는 게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은 순간도 있다.


"맨날 무슨 책을 그렇게 읽어요?"

남편은 핸드폰을 들여다보면서 의문스런 눈초리를 보내것만 딱히 속시원하게 해줄 말이 없다.

" 쓰려니 배워야 하고 책밖에 의지할 데가 없어서요."

궁색한 말이지만 그보다 더 정직한 답변을 짜내지 못한다.


거실은 가족모두가 함께 누리는 공간이다.

하지만 남편과 아이가 모두 회사와 학교로 떠나면 홀로 너른 거실을 독차지할 수 있는 호젓함이 따로 있다.

무엇을 해도 기꺼이 받아주는 친숙하고 편안한 방, 거실이다.

집 전체 공간 중에서 거실이 가장 넓어야 하는 숨은 이유를 체감하고 있다.

거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만큼 탁트인 시야를 누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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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방


☆ 사전적 정의


1.집에 달린 방 중에서 중심이 되거나 어른이 거처하는 방

2.바깥세상에 대해서 가정적 울타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안주인이 거처하는 방


☆오퍼센트의 정의


1.잠을 자기 위한 공간 2.깊은 밤이 훌쩍 지나가는 지라 사라진 시간을 가장 짧게 느끼는 방


☆ 오퍼센트의 이야기


하루 못해도 6시간의 잠을 잔다.

늙으면 잠이 없어진다던데 아직 덜 늙었나보다.

잠이 줄어들 기미가 도무지 없다.

안방 침대위에서 책을 읽다가 까무룩 잠이 드는 날은 왜이리 많은지.


책읽기의 최고의 훼방꾼은 단연코 참아낼 수 없는 잠이다.

가장 오래 누워있지만서도 도무지 그 시간을 의식하지 못한다.

그런 이유로 가장 짧게 머물렀다는 오해를 스스로 하게 만든다.

잠깐 누운 것 같은데 긴 밤이 서둘러 가버린 것처럼.



★ 화장실


☆ 사전적 정의

대소변을 배설하고 손을 씻거나 화장 따위를 고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곳


☆ 오퍼센트의 정의


1. 땀과 더위를 몰아낼 수 있는 집에서 가장 작은 공간

2.깨끗하기를 바라면서도 제일 쉽게 더럽혀질 수 있는 곳



☆ 오퍼센트의 이야기


물로 더러움을 닦아내면서도 정작 화장실은 그 깨끗한 물로 얼룩지기 쉬운 공간이다.

걸핏하면 물때가 끼거나 심하면 습기가 갖혀있다가 시꺼먼 곰팡이를 불러오기도 한다.

가장 깨끗하면서도 가장 더러운 곳.

닦고 또 닦으면서 살아가는 수 밖에 뾰족한 방법이 있겠는가.


다른 계절에 비해 여름철은 물 사용이 많은 계절이다.

땀을 흘리고 나선 으례 찾아갈 수 밖에 없으니까.

꿉꿉한 땀냄새를 단번에 씻어내리고 뽀송뽀송한 기분으로 나서게 되는 화장실의 미덕은 여름철마다 빼놓을 수가 없다.

땀이 흥건한 낯빛이 몇 분만에 가볍게 탈바꿈할 수 있으니 그 어찌 반갑지 않겠는가.


화장실, 어디서나 제일 눈여겨봐야 할 공간이다.

가정이든, 식당이든, 카페든지 가릴 것 없이.

화장실 상태가 불량하면 그곳이 어디서건 번지르르한 겉모양새까지 함께 곤두박질칠수 있다.

진심에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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