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인연

4년마다 만나는 2월 29일

by 심풀


올해 2월의 마지막 날, 2월 29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아요.

남편은 달력을 보면서 하루 더 회사에 나가야 한다고 입이 주먹만큼 나와 있습니다. '월급쟁이'의 시계는 급여에 달려 있지요. 28일 지난해와 달리 하루 더 출근해야 하니 그런 마음이 들 수도 있습니다.(그렇다고 하루치 월급을 더 얹어주지는 않으니까요.)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도 이날을 반기지 않을 듯합니다. 아! 사업자인 분들은 다른 시각일 수도 있겠네요. 이렇듯 같은 일도 각자의 위치에 따라 다른 생각을 불러옵니다.

아르바이트나, 일당 시간제로 일하는 경우에는 피해의식이 없어 다행입니다. 간혹 생일이 이날인 분들은 4년마다 생일을 맞이하는 경우도 있겠네요.

'시간'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 실제로는 하늘과 땅만큼 달리 느껴지는 시간의 흐름입니다. 어느 땐 지루해서 왜 이리 시간이 느린가 싶기도 하고 반대로 쏜살같이 흘러가는 시간 때문에 안타까운 순간도 있으니까요.

시계나 핸드폰을 들여다보지 않고 지내는 날이 하루도 없습니다. 오히려 시간을 잊고 산다면 여유롭게 즐기듯 내 앞의 일들을 있는 그대로 맞이할 것도 같습니다. 앞뒤 가릴 것 없이 물처럼 바람처럼 흘러가는 하루가 고스란히 손에 잡힐 듯합니다.

아침마다 핸드폰 알람 소리에 깨어나 시간부터 확인합니다. 의식이 천천히 돌아오자마자 급한 마음이 드는 것이지요.

글쓰기를 새벽에 하면서 조용한 그 시간을 이렇게 바쁘게 쓰고 있습니다. 시간이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각자의 아침을 맞는 우리입니다. 그 찰나의 순간, 글이라는 신기한 마음을 담은 편지를 이 창에 띄우고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습니다.

지금 모니터 앞에 앉아 쓰는 한 줄의 글이 바람처럼 가볍게 핸드폰 속으로 스며들겠지요. 시간의 소용돌이 속에서 5 percent를 기억하거나 혹은 우연히 스쳐 들어온 친구까지도 한데 가리지 않고 글로 만납니다. 열어놓은 창문 속 이 글을 마주하고 나 아닌 나로서 같이 읽고 자신의 마음을 담아서 새로이 댓글을 띄워주기도 하면서요.

'시간 인연'

이런 말이 떠오릅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이 말속에 다 담겨있는 존재일 듯합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글과 사람 중에 딱 여기에 지금 머문 그대와 나의 5 percent이니까요.

직장에 출근하는 사람도 그대로 바쁜 아침을 맞이할 테고요. 시간이야말로 사람을 사로잡는 '최종 권력자'인 듯합니다. 가난하든 부자든 아이든 노인이든 무엇을 견주어도 시간 앞에 평등합니다.

'시간의 힘'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입니다. 자연과 가까이 지내는 시골 생활에서도 여지없이 시간의 힘을 날마다 느낍니다. 어제오늘이 다른 이유도 그 때문이니까요. 붙잡을 수 없는 것이기에 기쁜 마음과 희망을 품은 채 하루를 맞이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꼬리를 감추고 뛰어가듯 도망가는 시간을 낚아챌 수 있는 방법 중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글쓰기입니다. 글 쓰는 시간을 집중과 몰입의 힘이 느껴지는 유일한 시간이지요.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재지 않고 잴 필요도 없어요. 흔히 5분, 15분 하다못해 1분 글쓰기라는 말까지 있지만 그것은 시작을 쉽게 하라는 뜻일 뿐입니다.

마치 험한 등산길에서 만난 이들이 하얀 거짓말을 건넬 때와 같아요.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이에요. 10분도 안 걸려요."

뒤따라 힘든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에게 희망을 불러일으켜 주는 선한 거짓말입니다.

하루 더 일하러 나가는 남편에게 등을 두드려주면서 하고픈 말은 하나입니다.

"이렇게 하루 더 일하고 같은 월급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 사실이 전부는 아니에요.

너무 똑똑한 사람이 되어서 시간에 목매지 말고 자유로운 바람이 지나갈 수 있도록 숭숭 마음의 구멍을 일부러 남겨두고 여유로운 태도로 지냈으면 좋겠어요."

시간의 힘에 끌려 다니지 말고 오히려 그 시간을 힘껏 끌어안고 우리만의 것으로 다시 새롭게 만들어가는 오늘을 맞았으면 합니다.

2월 마지막 하루가 더 늘어났다고 셈하는 어리석은 듯 현명한 삶의 태도를 생각해 봅니다. 2월 29일을 다시 맞이하려면 앞으로 4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손을 아무리 길게 뻗어도 닿을 수 없는 머리 꼭대기 하늘 위 뜬 구름처럼 아득하네요. 지루한 듯 특별한 시간이 그리하여 까만 밤하늘 찬별처럼 반짝이는 이유입니다.

어제와 다른 새 하루아침. 눈부신 하루는 이미 그대 앞에 있습니다.

4년 후 이 시간. 다시 만나는 소중한 꿈을 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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