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단어사전
★ 봄
☆ 사전적 정의
보통 3~5월까지의 기간을 가리키며 음력으로는 절기상 입춘에서 입하 전까지의 동안을 말한다.
☆ 5 percent의 정의
봄은 따스한 푸름.
채식뷔페 한상차림의 시간이다.
☆ 5percent의 이야기
봄바람은 아무리 사납게 불어도 겨울의 그것과 다르다. 흙이 얼었다 풀리면 스펀지처럼 푸석하고 땅바닥부터 숨 쉬는 공기까지 부드럽게 다가온다.
3월, 한 번도 심은 적 없는 냉이나물이 제일 먼저 흙 속에서 맨 얼굴을 내민다. 소쿠리 하나 옆구리에 끼고 밭에 나가면 금방 냉이가 한 가득이다. 밭 둑 옆에 제멋대로 자란 달래, 쑥, 거기에 참나물까지 봄나물 뷔페가 한꺼번에 호화롭다.
눈을 뜨면 봄꽃들이 공들여 키웠거나 못 본 척 지났거나 상관없이 제 할 일을 묵묵히 해낸다. 꽃봉오리를 맺고 활짝 피어나고 서야 지나치던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핸드폰으로 찍고, 일부러 자동차를 타고 가서 나들이를 나가서 사람은 꽃을 원치 않는 들러리로 삼아 즐긴다.
봄, 씨앗을 뿌리는 계절이다. 겨우내 잠들어 있던 흙을 깨운다. 거름을 뿌리고 씨앗을 흙 속에 담아놓기 시작한다. 창고 속에 농기계도 쌓인 먼지와 겨울잠을 깨워 새롭게 기름을 넣고 시운전을 해본다. 겨울에 쓰지 않던 농기구들도 다시 달리기 시작이다. 호미, 삽, 모종삽 가릴 것 없이 죄다 이어달리기를 해야 한다. 나물도 자라지만 풀도 같이 자라는 통에 어느 하나 필요하지 않은 게 없으니 말이다.
★ 여름
☆ 사전적 정의
1년 중 제일 무더운 계절
☆ 5 percent의 정의
1.땡볕에 모든 작물이 제 속을 단단히 채워가는 계절.
2.사람은 곡식보다 못나게 내리쬐는 뜨거움을 피하는 찌질한 모양새.
☆ 5 percent의 이야기
굵은 땀방울이 열매를 맺듯 얼굴에서 마구 떨어져 내려도 엄살이 아닌 시기이다. 일해도 땀나고, 일하지 않아도 그와 같다. 땀을 피하려면 구차해지고 땀을 즐기는 편이 마음 편한 계절이다.
빨간 고추가 탐스럽게 굵어지면 새벽이슬이 시원하게 내린 시간, 어둠이 졸린 눈을 채 뜨지 않은 그 시간에 밭에 나간다. 어둠 속에서 붉은색이 또렷하게 보이지 않을 지경에도 더위보다 반가워 새벽 고추 따기 작업을 한다. 고추 따는 손놀림은 급한 마음보다 한없이 더디고, 아침햇살은 시계보다 항상 바쁘게 달려온다.
한낮에 농부는 일손을 놓고 그늘에 앉아 쉬고 새벽에만 몰래 나가 밭일을 한다. 마치 도둑질처럼 은밀하지만, 실은 더위를 피해 밭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아이들은 에어컨에 옹기종기 모여 앉는다. 여름이불을 하나씩 어깨에 두르고선 에어컨 냉기를 뜨거운 밥보다 더 달게 들이마신다. 여름철에 제일 가고픈 곳은 에어컨 앞뿐이라면서 그 주위를 맴돈다. 여름방학에는 책과 에어컨만 있으면 거기가 가장 좋은 휴양지이다.
더운 밥 세 끼는 멀리하고 싶고 무조건 찬 음식이 당기는 시간이다. 냉면, 비빔국수, 콩국수를 돌려가면서 차려도 입맛은 저 밑으로 계속 내려앉는다. 더위는 사람의 입맛까지 조종하는 강한 힘을 가진다.
아버지와 엄마는 에어컨, 선풍기, 창문 열기 세 가지를 두고 두 분이 숨바꼭질을 한다. 엄마는 연신 열고, 아버지는 그때마다 닫는다. 나는 덥고 너는 춥다.(숨 쉬는 동안 그렇답니다.)
체온조차도 너무 다른 나의 부모님, 두 분이 싸우지 않고 살아가기 힘든 계절이다. (불쾌지수는 이미 극단, 매년 반복되는 재방송이다)
★ 가을
☆ 사전적 정의
무더위가 가고 찬바람이 돌면서 단풍이 물들고 곡식과 과일이 익는 계절
☆ 5 percent의 정의
1,햇살은 여름의 것과 같은데, 아침저녁 불어오는 찬 바람이 반가운 가을을 안고 오는 시간.
2.한 해 농사지은 작물을 수확하는 알찬 시기.
☆ 5 percent의 이야기
벼 타작한 후 나락 창고에 쌓아놓고 10-15일간 벼 건 조작 업을 한다. 고구마를 캐고 동네 어르신들에게 해마다 내어놓고 팔면 팔수록 손해나는 일을 기꺼이 한다. 고장 난 저울처럼 덤이 덤을 부르는 이상한 셈을 하면서 지낸다.
들깨 밭에서 사람 보다 훨씬 큰 들깨 밑동을 낫으로 내려쳐서 자른다. 바짝 말린 들깨를 줄지어 나란히 깔아놓고 새벽에 도리깨질을 한다. 들기름 한 통의 고소함은 찝찌름한 땀방울을 밑 걸음 삼아 생겨난다.
남편과 마주 서서 내려치는 도리깨질이 어색한 것은 부끄럽지 않다. 다만 팔 힘이 없어 아무리 힘차게 내려쳐도 후드득 떨어지는 깨알이 내 마음과 달라 난감할 뿐이다.
삽질 다음으로 자신 없는 도리깨질이다. 힘으로 하는 모든 농사일은 자신감이 발바닥이다.
진한 녹색 푸른 물이 뚝뚝 흘러내릴 듯한 나뭇잎이 찬바람과 뜨거운 가을 햇살을 골고루 맞는다. 나뭇잎 끝부터 노란빛으로 물들다가 이내 붉게 타오른다. 이내 부끄럼을 이기지 못하고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땅 위에서 가볍게 제 몸을 구른다. 그러다 자기들끼리 꼭 끌어안고 따로 또 같이 뒹굴어 다닌다.
가을꽃, 국화가 노랗게 매년 그 자리에서 탐스럽게 한 무더기씩 피어나서 제 자리를 지켜낸다. 국화는 가을철마다 점점 더 제 식구를 늘려간다. 국화꽃은 사람이 굳이 가꾸지 않아도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이 대견하다.
★겨울
☆사전적 정의
1년 중 제일 추운 계절
☆ 5 percent의 정의
1.한 해 중 가장 좋아하는 한량의 시간.
2.놀고먹고 추위만 이기면 되는 즐거운 삶.
3.몸 편하고 마음까지 여유로운, 말 그대로 백수.
☆ 5percent의 이야기
농사일이 없다. 대신 한 해가 지나가는 기쁨과 슬픔이 교차한다. 아이들을 바라보면 자라는 속도에 놀라서 가슴이 벅차게 흐뭇하다. 꽃을 보듯 아이들을 바라본다. (더 솔직히 꽃보다 더 찬란한 눈으로 아이들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부모님은 1년이 10년처럼 늙어가는 속도가 빠르다.지난 해와 올해의 차이가 너무 크다. 더 허물어지고 더 애처롭고 더 아득하다. 추위와 함께 생각이 깊어지는 시간이 돌아온 덕이겠지.
겨울밤은 일찍 찾아오고 아침은 그와 반대로 가장 느릿하게 달려온다. 살을 에는 찬바람에 어깨가 움츠려들고 마당만 나서도 입김이 하얗게 새어 나온다. 나무와 꽃, 새들까지 꽁꽁 얼어붙어서 입을 다물어 버린다.
'말 없는 고요'
자는 사이 뒤통수치듯이 살그머니 눈이 내려와 마당을 제 몸으로 덮여버린다. 눈 치우는 삽으로 쌓인 눈덩이를 밀어 젖히다 보면 겹겹이 입은 옷 사이로 숨어있던 땀이 슬그머니 샘솟는다. 농사일 대신 눈 치우는 게 겨울 제일 큰일이다. 눈 내리는 겨울밤, 창밖 어둠 속 말 없는 눈이 끝없이 내려앉는다. 자동인형처럼 마당을 자꾸만 내다본다. 밤늦게 퇴근하는 남편의 자동차가 집 앞 미끄러운 눈길을 헤치고 환한 헤드라이트를 비추고 돌아올 때까지 나도 모르게 서성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