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단어사전
백가지 로도 모두 담을 수 없을 듯해서 대략 열 가지로 줄여 써 보는 친구의 정의입니다.
1. 내가 운전하는 차 보조석에 처음 타고 기둥과 모서리까지 불안하다면서 일부러 내려서 다른 차가 오는지 살펴보고 평생 안 하던 잔소리 폭탄을 퍼붓는 사람.
2. 운전석에 앉아서 창문 밖으로 손사래를 치면서 "들어가도 돼!"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서서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그 자리에 못이 박혀서 내 조그마한 차가 멀어질 때까지 서 있는 사람.
3. 같이 차를 마시면 언제나 "너부터 골라" 자기가 마실 것은 나 몰라라 하고 카페인에 약한 내 입맛만 생각해 주는 사람.
4. 자기 남편이 전화를 하면 슬쩍 눈치를 보면서 존댓말을 깍듯이 하고 옆에 서 있는 나를 보면서 배시시 웃으며
"내가 전에 전화를 못 받아서 그래"
그 남편과 내 눈치를 같이 보는 여린 사람
5. 아이들과 남편에게 치여 생활에 찌들어 살면서도 항상 부드러운 말투로 실수투성이 엉성한 자신을 먼저 탓하는 어이없을 정도로 매가리 없는 엄마 사람.
"에고, 죄송해요. 깜빡했어요."
사과의 말조차 너무 많이 해서 술술 편히 내뱉는 것이 습관인 사람.
6. 주위의 모든 사람이 편하게 여기고 토요일, 일요일 휴무일은 고사하고 아침 새벽, 밤 10시까지 전화가 와도 거절 버튼을 눌러 매몰차게 돌려놓지 못하는 물렁한 사람
7. 치매 아버지와 치매 큰오빠를 두고 연락 없는 작은오빠에게 전화를 걸면 "그렇게 잘 하는 너나 부모님께 잘해라"
막말을 들어도 웃고 마는 숙맥.
나보다 백배 무른 마음을 지닌 착한 효녀 딸
8. 돈을 내고 사 먹는 음식을 받아 놓고도 "사장님, 음식이 너무 짜네요. 뜨거운 물을 주세요~"
그렇게 군소리 없이 그 물을 부어 식사를 하는 맹탕 같은 사람.
9. 그런 음식점을 먹을 만한 가게라고 소개하면서 다시 찾아와 음식을 앞에 두고 "와! 이번엔 안 짜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도통 모르겠는 저 맹물 같은 사람이 신기해서 자꾸 쳐다보다 나까지 맹물에 물들까 두려운 사람.
10. 자주 가는 커피숍 강아지들의 이름을 줄줄 외우고, 집 베란다 가득 새장 속 먹이와 뒤처리를 도맡아 하면서도 자기 발의 무좀 치료는 몇 달째 하지 못하는 정 많은 내가 아는, 이 세상 가장 허술한 사람이다.
그렇게 허술한 너를 깜박하지 못하고 기어코 품에 안고 와서 내 글 속 너를 담아 쓰는 나는, 너의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