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선물이야기 (feat 대학생 큰아이)

토편지

by 심풀

멀리 있지만 항상 곁을 지키는 그대에게,

시인이면서 소설가인 한강 작가.

문학에 털끝만치도 관심이 없어도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요.

우리나라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자에 빛나는 이름이니 그럴 수밖에요.

그녀의 시집 『서랍을 저녁을 넣어 두었다』, 출판된 지 꽤 되었습니다.

2013년 초판이니 십여년이 훌쩍 넘었네요.

소설따라 시집도 함께 두루두루 읽히고 있는 듯 합니다.

다독가인 대학생 큰 아이까지도 그녀의 시집을 찾아읽었다고 하더군요.


image.png 큰아이가 보내준 시집들☆


"세계 시인선 책이랑 함께 택배로 보낼테니 읽어봐요."

호기심에 한번 후루루 읽고는 앞으로 거들떠 보지 않을 거라면서 택배를 보내왔습니다.

아래사진처럼 투명포장지로 곱게 싸서요.

정말 좋은 책은 두고 두고 읽고 싶어지지요.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문득 다시 꺼내 읽고 싶어지는 순간이 오고요.

『어린왕자』 ,『무소유』, 『좀머씨 이야기』 기타등등

그다지 두툼하지도 않은 얇디 얇은 책 속에 깊고 깊은 울림이 숨어있습니다.


첫 아이, 뭣 모르고 엄마노릇을 하였습니다.

육아도 책으로 먼저 배웠습니다.

책이 너덜너덜 할 때까지 보고 또 보면서 엄마노릇을 익혀나갔습니다.

하지만 활자가 전해주지 못하는 진짜 체험의 세계는 따로 있었습니다.

이유없이 칭얼대는 갓난아이를 껴안고 초보엄마는 어찌할 바를 몰랐어요.

누구에게 묻고 하소연할 데도 물론 없었고요.

두세 시간마다 깨어 우는 데 어찌 달래야 할지 막연하기만 하였습니다.

몸 어디선가 송글송글 진땀이 흘러내리면서 풀썩 주저앉아 함께 엉엉 울고 싶어졌던 순간이 어찌 없으랴.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75쪽에 시'괜찮아'

그 심정이 그대로 시로 옮겨져 있었습니다.

좀 길지만 전문을 인용해보겠습니다.




괜찮아.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녁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75쪽




엄마노릇도 몸과 마음을 시간속에서 부대끼면서 배워내고야 제대로 해낼 수 있더군요.

첫째와 달리 둘째아이의 육아는 그만큼 다를 수밖에요.

살아보니 나름 터득한 생활속 출산과 육아의 엄마내공에 공짜는 없었습니다.

눈물과 땀방울으로 키워낸 아이.

그 아이가 어엿하게 자라 대학생이 되어 같은 책을 읽고 공감을 나눌 수 있으니 어찌 감격스럽지 않겠는가.

아이가 자라서 제 길을 찾아갈 즈음에 엄마들이 빈 둥지 증후군에 시달릴 수 있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책과 글쓰기가 있으니 허허로운 상실에 휘둘릴 틈이 없습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자신만의 세상이 있으니까요.

누구를 위하여 사나요?

자신을 잘 돌보는 사람.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엄마사람일수록 더욱 애틋하게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며 돌봐줘야할 듯 합니다.

삶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늘 새로운 세상입니다.

책과 글쓰기에 배움의 끝이 따로 있을 리도 없고요.

봄은 새 봄뿐입니다.

봄은 항상 새로운 것이지요.

길고 긴 겨울 지나 봄다운 봄이 찾아온 이 즈음처럼 책과 글쓰기로 새롭게 살아갑니다.

서툴고 어리숙한 글쓰기를 하더래도 기쁘고 감사한 마음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진심에 진심으로.

다음 주 토요일, 제 편지를 오늘처럼 기다려 주실 테지요.


나와 그대의 심풀 올림

image.png 그대와 나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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