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편지
멀리 있지만 항상 곁을 지키는 그대에게,
큰 아이가 대학졸업반입니다.
여기저기 취업센터에 정보를 부지런히 찾아다니는 중인가봅니다.
더하여 주변을 둘러보면 대학졸업후 취업준비를 하는 젊은이들이 수두룩합니다.
친구네 아이는 무려 백여장의 입사 지원서를 쓰고나서야 최근에 드디어 취업에 성공하였다고도 하고요.
대학졸업후 일년이 아니라 무려 3년만에 직장인이 된 언니네 둘째 이야기도 잊을 수 없군요.
지금은 어엿한 회사원이지만 취업준비생으로 견뎌내야 했던 그 시간의 힘듦을 어찌 모르겠는가.
우리들 모두는 한 때 누구나 취업준비생이었으니까요.
고3때는 대학입학만 하면 뭐든지 해결될 것 같지만 삶이 어디 그리 녹록한가요.
어렵사리 한 고개 넘고나면 언제그랬냐는 듯이 다시 한 고개가 끊임없이 펼쳐지게 마련입니다.
하여 대학졸업을 앞두면 취업시장의 바늘구멍을 어찌 통과할 지 스스로 아득하여 잠을 설치는 날이 어찌 없으랴.
"운동을 그렇게 한다.
아주 기를 쓰고 해서 이제 체지방이 0%라는 데 말해 뭐하니!"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이제 취준생1년차, 경찰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네 아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체력으로는 월등히 우수한 편인데 필기시험를 통과하지 못하는 지 애를 태우고 있다고 합니다.
"고기는 무조건 닭 가슴살만 먹고, 다른 것은 아예 입에도 안 대잖아."
경찰시험의 난이도는 전혀 알 지 못합니다.
물론 필기시험 컷트라인이 얼마인지도 모르고요.
다만, 딱 한 가지만은 확실히 알겠더군요.
'힘들어하겠구나.
불안하고 불안해서 운동으로 채찍질 하면서 밀려드는 시름을 잊겠지'
취업준비생의 불안과 초조.
이미 겪어본 바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쉬이 잊을 수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대학졸업반, 큰 아이도 몸소 겪어내야할 일입니다.
"자취방 계약만기일이 다가오는 데 집주인이랑 이야기해서 몇 달 연기해줬으면 좋겠어요.
졸업 후 취업준비를 여기서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아닌게 아니라 취업정보와 준비를 위해서는 얼마간 시간이 필요할 거라 예상하였드랬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취업까지도 염두에 둔 큰아이니까요.
언젠가 신문기사로 뜬 일본 구인난에 대한 기사도 흘려보낼 수 없어 카톡으로 귀띔해 주었고요.
"거긴 거기대로 급여가 엄청 짠 게 흠이래요.'
첫 아이,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에게 온 덥석 와준 아이입니다.
어느 나라, 어느 직장과 아이의 인연이 닿을 지 모르겠습니다.
아직은 어디에 콕 마음을 정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헤매는 중이겠거니 합니다.
삶은 원래 그런 거더군요.
나도 나를 잘 모르겠고 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 지는 답답할 정도로 해봐야 알 수 있고요.
해답을 급하게 찾으려하면 더욱 꼬리를 감춰버리는 삶의 아이러니.
그런 이유로 그저 찾다보면 찾아지는 날이 오는 거겠지요.
마음귀를 활짝 열고 해외 취업 박람회에도 참여해보길 권유하기도 하였습니다.
일본어, 영어에 가까운 큰 아이에게 굳이 국내취업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어서요.
어디서 무엇을 하든 자신의 커리어를 단단히 쌓아가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어엿한 성인으로 발돋음하려면 취업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쳐야 하거늘 내아이, 남의 아이 따져물을 필요가 무에 있으랴.
'우리는 한때 누구나 취업준비생이었다'
오늘날, 부모로 사는 우리 역시도 한 치 다르지 않았잖아요.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아름다운 젊음을 가진 대신에 다같이 빈 손이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빈 지갑에 빈 손으로 시작해도 괜찮다고요.
진심에 진심으로.
다음 주 토요일, 제 편지를 오늘처럼 기다려 주실 테지요.
나와 그대의 심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