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편지
멀리 있지만 항상 곁을 지키는 그대에게,
글쓰기 전에도 책은 끊임없이 읽었어요.
초보 엄마시절엔 육아책이 너덜 너덜 하도록 읽기도 하고요.
내 집 마련에 가슴태우던 시절엔 부동산과 재테크 책만 수년간 탐독하기도 하였고요.
삶의 구비마다 책의 장르는 때를 가려 달라져 왔던 거예요.
근래에는 자기계발, 동화, 시, 에세이, 소설에 이르기까지 가리지 않고 읽으려 해요.
이상한 것은 읽으면 읽을 수록 부족한 자신을 깨닫게 되는 거예요.
어찌된 영문인지 한 줄 읽기 전보다 더 못난 스스로를 만나게 되어요.
'세상엔 글쓰기를 잘 하는 작가들이 수없이 많구나'
읽고 읽으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말이에요.
일년에 책 한권 읽지 않은 사람이 수두룩한 세상이라고들 하지만 차라리 모르니 몰라서 그럴 수 있겠다싶어요.
조금 알면 갑갑한 자신을 너무 환히 보게 되잖아요.
그런 상태인 자신이 한심해서 더 배우려 애를 쓰게 될 수 밖에 없고요.
뭐가 뭔지 모르면 다 아는 것처럼 비워진 채 가득한 것처럼 모자람을 모를 듯 해요.
어느 땐 아예 책과 담 쌓은 사람들이 부러울 때도 있어요.
참 한가하게 살겠구나 싶은 마음이 문득 들거든요.
물론 애매하게 알고 절실하게 느끼는 사람으로서 부지런하게 책과 뒹굴면서 기쁘게 웃는 날도 많지요.
어제 만나지 못했던 책을 오늘 만나는 즐거움이 하루를 생생하게 이어주어요.
또래 친구들이 노안으로 안경을 쓰고 글과 책을 읽는데 비해 혼자만 1.0,1.2의 시력을 가졌으니 눈이 침침하다는 핑계를 댈 수 도 없는 노릇이고요.
꼬맹이 시절, 세상이 흐릿하기만 하여 두꺼운 안경을 집어쓰고 지내야했던 고단함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본디 세상만물이 코을 박고 보아야 환하게 보이는 줄 알 정도였으니까요.
으레 마이너스의 시력을 달고 십여년의 긴 학령기를 보내왔고요.
라식수술한 그해보다 오히려 몇 십년이 지나고서야 훨씬 잘 읽고 볼 줄이야.
(그 땐 라식수술 잘 못하면 오히려 눈 건강을 해친다는 겁나는 조언까지 횡행하던 시절이었어요)
모든 신체기관이 세월따라 낡고 볼품없어지기 마련이지요.
한데 유일하게 밝은 세상을 보여주는 두 눈을 가진 것만으로도 날마다 감사에 감사의 노래를 부를 수 있어요.
더 늙어지게 전에 지금 환한 글자를 친절히 읽을 수 있는 이시간을 허투루 보낼수가 없어요.
하여 날마다 책 읽고 배우고 글쓰는 하루를 맞아요.
살아가는 동안 읽어야 할 책인지라 그리 급할 것이야 없지만요.
읽고 쓰는 일은 숨쉬는 것과 같이 자연스러운 일로 여기면서요.
끊임없이 좋은 책을 찾아다니면서 더 나은 글 한줄을 꿈꾸어요.
세상에는 읽어야 할 책들이 즐비하고 그 중에 단 한권 인생책도 있을테니까.
매일 먹는 삼시 세끼 밥처럼 책은 읽어도 읽어도 질리지 않으니 그 얼마나 다행인지요.
목 마른 사람에게 물 한잔이 가장 최고의 선물이듯 가슴으로 직진하는 책과의 만남은 설레는 순간이에요.
찾고 찾으며 읽고 읽는 책세상이에요.
읽다보면 좋은 글귀가 심장과 피부를 뚫고 나와 글로 스며드는 어느날이 몰래 다가올 것을 믿어요.
진심에 진심으로.
다음 주 토요일, 제 편지를 오늘처럼 기다려 주실 테지요.
나와 그대의 5 퍼센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