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권(内卷)상향성을 가진 노력이 아닌 안으로 향하는 소모
북경생활에 대해 동기들에게 물어보았을 때 친구들은 북경을 "太卷了" (너무 치열해)라고 표현한다. 작년부터 유행한 표현으로 나도 최근에 알게 되었는데, 대부분의 유행어가 그렇듯 이 역시 중국 사회분위기와 그 속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잘 반영하고 있었다.
内卷 (내권)에서 卷 (종이를)은 말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内 안쪽이라는 글자와 합쳐져 직역하면 "안쪽으로 말아진다"이다. 노력을 통해 외부로 상향성을 가지고 나아가는 것이 아닌 내부로 안쪽으로 말아지는 효율 없는 노력을 의미한다.
최근 인터넷상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内卷내권은 조금 다르다. 내부에서 일어나는 치열한 경쟁을 뜻하는데, 그 치열함이 일정 정도를 넘어서 일반 사람들이 견딜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가 괴로운 상태를 형용할 때 内卷(내권)이 사용된다.
학술적인 뜻으로는 계속적으로 노력은 하지만, 효율성이 낮은 노력을 계속 투입한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이 内卷(내권) 현상의 원인으로 폐쇄적인 사회, 정보획득이 원활하지 않아 외부의 더 나은 방법과 기술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 있다.
상황을 예로 들면, 전교 일등이 자전거를 타면서 공부를 하는 것을 다른 친구들이 보고 초조함을 느끼며 어쩔 수 없이 이를 따라 할 때, 자신의 공부를 위함이 아닌 저 친구보다 누구보다 필사적인 노력하는 것이 목적이 된다. 이는 무의미한 소모가 되고, 유의미한 경쟁이 아닌 해로운 경쟁이 된다.
내가 찾아본 内卷(내권)의 뜻은 이 정도. 내가 보고 들었던 중국 학생들이 느끼는 엄청난 압박과 중국 사회의 경쟁을 잘 표현한 단어인 것 같다.
이번 학기 마지막 수업시간 교수님도 이 표현을 쓰며 우리에게 조언을 해주셨다. 内卷(내권)을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면서 케이크에 비유해 누구나 가지고 싶은 생크림 케이크 한 조각을 먹기 위해 엄청나게 치열하게 다들 경쟁을 하지만, 자기가 살아보니 꼭 그 케이크를 먹을 필요가 없다고. 사실 그 옆에는 치즈케이크 딸기 케이크도 있으니 그 맛도 먹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조금 모순적인 건 교수님이 걸어오신 길, 교수님의 자식은 누구나가 먹고 싶어 하는 그 케이크를 먹고 사회에서 성공했다는 것.
内卷(내권)이 일어나게 되는 원인 중 하나로 폐쇄적 시스템이 있다. 즉 외부에 어떤 좋은 방법과 통로가 있는지 모른다는 것. 그래서 내부에서 치열한 경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 코로나로 해외에 나갈 수 없어 해외유학이나 취업을 생각할 수 없는 상황 역시 内卷 내권을 심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이 단어를 알면 알 수록 마음이 저렸다. 고등학교 시절 경쟁 속에서 느꼈던 무기력감. 대학 그리고 취업이 인생의 목표가 되니 나의 고등학교 시절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대학에 대한 설렘도, 학문에 대한 어떠한 호기심도 없었기에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안타까운 우리의 학창시절이 아닌가. 어린 친구들이 너무나 잔인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内卷(내권)을 느끼고 있을 것 같아 이 단어가 사뭇 무섭게 들리기도 했다.
북경에서 석사생으로 재학 중임에도 이러한 内卷(내권)을 그나마 덜 느끼는 이유는 유학생이라는 특별한 신분이기 때문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