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여느 관광지보다 더 중국스러웠던, 그래서 더 이국적이게 느껴졌던 곳
폭풍 같은 한 학기가 지나가고, 드디어 드디어 방학이 시작되었다.
고대하던 방학, 학기 중 틈틈이 찾아둔 곳들 중 어느 곳 부터 가볼까. 행복한 고민이 시작됐다. 따종디엔핑 (大众点评)에 저장해둔 것만 몇 십개가 되었지만 그 중에서 내가 가장 가장 가고 싶은 곳, 바로 이 찻집이였다.
날 좋은 어느 날, 여권을 챙겨 기숙사 문을 나섰다. 북경에 온지 두 달이 넘었지만 혼자 지하철을 타고 놀러나가는 건 처음이여서 외출 한 번이 어찌나 설레는지. 학기 초 봉쇄덕에(?) 아직까지 낯선 이 도시, 어쩔땐 이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이 느낌이 너무 빨리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교에서 지하철을 한 번 환승해서 내린 천안문역, 역시나 경비가 삼엄 그 자체이다. 특히 지금 동계올림픽과 양회(两会)를 앞두고 있어 날이 갈 수 록 경비가 삼엄해진다는데 사실이였다. 삼엄한 경비를 통과하여 고덕지도(高德地图)에 의지하며 가다보면 거대한 천안문 옆 조그만한 공원 입구가 보인다.
삼엄한 분위기가 감도는 천안문 광장과 다르게 중산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공원이 주는 편안한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며 마치 순간이동한 느낌이다.
평일 오전 한적한 공원, 찻집을 향해 걷다보면 사람들의 말소리가 점점 커지는데 그러면 제대로 잘 찾아 온 것이다.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도착한 래금우헌(来今雨轩) 찻집. 차관 문쪽으로 다가서면 직원이 먼저 문을 열며 차관 안쪽으로 자리를 안내해준다.
중국 전통복장을 입고 차분한 목소리로 환영해주는 직원, 추운 몸을 녹여주는 햇살을 품은 포근한 공기, 백 년의 역사를 정갈히 보존하고 있는 인테리어, 차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내가 상상했던 찻집의 모습과 너무나 부합하는 첫인상에 크게 감동받아버렸다.
카운터쪽 바테이블과 넓은 4인좌석 테이블이 6개 밖에 없어 주말이나 늦은 오후에는 앉을 자리가 부족해보였다. 혼자 온 나는 바테이블에 자리를 잡았고 그 덕에 앞쪽에서 직원들이 어떻게 차를 내리는 볼 수 있었다.
차에 누구보다 진심인 중국, 물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받아 온도계를 보며 물온도를 맞추는 것을 시작으로 차에 아주 현란하고 능숙한 자태로 차를 내려준다. 한 잔가격은 48원, 한국돈으로 약 9000원 정도이다. 직원이 정성스럽게 차를 내려주는 모습을 보니 만원도 안하는 차값이 싸게만 느껴졌다. 심지어 아주 큰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 차와 함께 주는데 이렇게 무제한으로 차를 우려먹을 수 있다는 것도 나에게는 너무 신세계였다.
이 찻집이 유명한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의 현대문학가 루쉰(鲁迅)이 북경에서 생활 할 때 자주 왔던 곳 중 하나 이기때문이다. 내가 시킨 1인 메뉴에 포함된 만터우는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루쉰 입맛에 딱 맞아 당시 즐겨 먹었다고 알려져있다. 아침을 안먹고 간 터라 배가고픈 나머지 만터우부터 허겁지겁 너무 맛있게 먹었다.
만터우와 함께 나온 홍차와 다과세트. 정갈하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세트였다. 전통찻집의 주요한 역할 중 하나는 바로 당대 사람들의 교류의 장으로 통했다고 배웠다. 마치 당시의 찻집에 온 것 마냥, 사람들이 전자기기는 살포시 옆으로 치우고 서로 대화에만 집중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카페를 주로 가는 나에게 이런 광경은 살짝 낯설기까지했다.
겨울 별장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공기가 맴도는 찻집. 처음 온 북경 찻집이였지만 이보다 더 좋은 곳을 발견 할 수 있을까. 다른 여느 관광지보다 더 중국스러웠던 장소, 두고 두고 마음에 품고있다가 또 가야지 마음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