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꽃도 늦은 풀도
그때가 좋은 때니

일상을 밝히는 시

by hesed by


봄을 시샘하는 어스름한 그늘이 문제일까

계절의 문턱을 넘지 못한 날 선 바람이 문제일까

사월이 다 닳도록 잿빛 몽우리가 변할 줄을 모른다


해빙을 망설이는 생기 잃은 뿌리가 문제인가

아니, 어쩌면 원래 그리도 미약한 존재인가

사월의 봄이 다 가도록 연한 잎 하나 내지를 못한다


혹여나 생명이 다한 것일까

어쩌면 삶을 포기한 것일까

오지랖 넓은 이런저런 생각 흐려질 무렵


어이쿠 이런! 연한 잎 한 장 붙여 놨다

아니, 다시 보니 한 장이 아니다

살펴보니 여기저기 듬성듬성 봄이 제법 묻어난다


그래 품고 있었구나 그토록 귀한 생명을

그래 지키고 있었구나 그토록 소중한 온기를

그래 피워내고 있었구나 그토록 환희에 찬 봄을


내 너에게 마땅한 경의를 표하마

내 너에게 마음 깊이 사죄하마

난 알지 못했다


너 역시 봄이었음을

너 역시 생명의 축복이었음을

아니, 약함에서 강함으로 뻗어 나아가는 기적이었음을


다그치지 마라 잠시 늦을 뿐

겁주지 마라 그저 조금 더딜 뿐

언제라도 피어나니 그 누구나 봄이 된다


늦은 꽃도 늦은 풀도 그때가 좋은 때니, 오직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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