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냄새와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한 분주한 발걸음들이 가득한 인천에 위치한 파라다이스시티는 즐거움과 휴식을 원하는 많은 방문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호텔과 원더박스로 유명한 이곳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전시공간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은 지금 <SPACE SYMPHONY>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실재하는 공간'에 주목한 <SPACE Symphony>은 작가들의 다양한 시선을 통해 우리가 몸담고 있는 실재 공간을 되돌아보고 익숙해지다 못해 무뎌진 감각을 회복하고자 합니다. 작가들이 바라보는 공간들은 '흩어진 공간', '뒤섞인 공간', '흐르는 공간', '확장된 공간'으로 나뉘어 선보여지고 있습니다.
예술에서 '공간'은 관념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느끼는 경험적인 공간보다 더 중요시 되는 것은 아무런 도움 없이도 알아 차릴 수 있는 선험적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작품을 관람하는 관람자에게 전시 공간이 선보이는 것은 선험적 공간이 경험적 공간으로 변화하는 것입니다. <SPACE Symphony>는 선험적 공간과 경험적 공간의 경계에서 관람자 주변을 현재 차지하고 있는 공간에 대한 지각과 새로운 자극을 제공하려 하는 전시입니다.
서민정, <Sum in a Point of Time>, 2022
카도 분페이, <Nursery Plant>, 2016
정정주, <Façade 2021-1>, 2021
1층과 2층으로 나뉘어진 전시장은 각각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1층은 개별적 작품 또는 하나의 덩어리로 볼 수 있는 작품을 위주로 되어 있고, 2층은 공간의 흐름 또는 공간의 흐름에 따라 변형되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1층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서민정과 카도 분페이의 작품들을 먼저 소개해 보려 합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거대한 흰 공간이 눈길을 사로 잡습니다. 파라다이스 시티 내 숨겨진 가장 작은 공간을 본 떠 전시장으로 옮긴 후 해체한 서민정 작가의 작품입니다. 실재로는 단절된 공간이지만 작가가 전시장으로 옮겨옴으로 인해 어떤 공간인지 상상하게 되는 공간으로 변화되었습니다. 안쪽과 바깥쪽의 경계는 폭발되는 순간을 보여주는 듯한 작품에서 사라져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본래 공간의 용도를 해체시키고 그 빈틈에 관객의 상상을 불어넣기 위한 장치로서 보입니다.
전시장에 놓여진 3개의 작품 중에서도 카도 분페이의 <Nursery Plant>는 저수탱크에서 자라는 나무를 모아둔 작품입니다. 작가는 인류가 우주로 진출해 살아간다면 어떠한 생활공간을 가지게 될지 상상하며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지구의 수많은 물리법칙을 벗어난 공간들이 모여있는 모습은 친숙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 보여집니다. 미래의 인류 공간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 작품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형태이더라도 끝없는 우주 속 생활 공간이 가지는 수많은 가능성을 선보여주는 듯 합니다.
2층의 대표적 작가로는 A.A 무라카미와 오마키 신지를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먼저, 현재 리움에서도 전시되고 있는 A.A. 무라카미는 일본의 아즈사 무라카미와 영국의 알렉스 그로브스로 구성된 부부 듀오로 도쿄와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선보이는 신작 <Floating World - Dawn Paticles> 빛이 안개 속에서 천둥치는 모습을 형상화한 작업으로 전압을 사용해 플라즈마 상태를 시각화했습니다. 플라즈마는 우주에서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연기로 자욱한 사방에서 유리관에 갇힌 플라즈마는 우주의 상태를 기술적 도움으로 공간에 구현한 것 입니다. 관람객은 현실에서 우주의 속성을 체험 할 수 있다. 작가는 '우주'를 표현한 이유에 대해 "예술이라는 건 살아가는 세계를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면서 "우주를 표현하는 건 우리가 사는 세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뉴스핌 발췌)
어두운 공중에서 바람을 따라 춤추듯 유영하는 반투명한 천은 마치 중력을 거스르고 있는 것 처럼 보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의 자연적 움직임은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이 작품은 오카마 신지의 <The Shadow of Time>입니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현실의 감각에서 벗어나 보다 새로운 감각과 우리가 너무 익숙해져 있어 무뎌진 감각에 집중하면서 공간을 경험하도록 합니다. 눈앞에 펼쳐진 바람의 움직임은 인공적인 컴퓨터 그래픽과 내 옆에서 느껴지는 소리가 결합되면서 3D공간과 현실의 공간의 경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호텔이라는 휴식의 공간, 원더박스라는 즐거움에 공간처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파라다이스 시티에서의 경험처럼 <SPACE Symphony>는 '공간'의 새로운 인식과 경험을 추구하게 합니다. 평안한 휴식과 즐거운 여행 사이에서 잠시나마 예술의 경험을 맛볼 수 있는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에서 확장되는 공간의 감각을 자극시키는 시간을 가지기를 바랍니다.
A.A. 무라카미, <Floating World - Dawn Particles>, 2022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