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가장 따뜻한 말
나에 대해 궁금해해줬으면 좋겠다.
나는 조잘조잘 재잘재잘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내 얘기가 하고 싶어서 나는 선생이 된 것 같다.
교실은 내 무대고 학생들은 너무도 나에게 호의적인 관객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마음을 활짝 열고 들어준다.
그래서 20년도 넘게 이 짓을 하고 있나보다.
내가 학교를 떠날 때 가장 두려운 것은 내 관객들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샘~뿌염할 때 됐어요~
샘~그래서 그 다음 얘기는 어떻게 됐어요? 빠밤해주세요~"
"때는 바야흐로....오늘 아침 7시 40분에 있었던 일이었어....."하면 아이들은 온통 반짝이는 눈으로 내게 귀를 내어주었다. 이렇게 성대모사 잘하는 샘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나는 내 관객들에게 언제나 노력하는 광대가 되고 싶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무기를 장착한다.
우리 학교 선생님들의 성대모사이다.
모두를 하나로 집중시킨 후 수업을 시작하기에 그만한 묘약이 없다.
내 얘기가 너무도 하고 싶은데 나 혼자 말을 많이 하면 성숙하지 못하다는 것을 배웠다.
그래서 강박적으로 1/n 토크에 집중한다. 내게 할당된 몫 만큼만 말하려 한다.
온전히 모든 토크를 독식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아냈으니 1/n 이상 말하는 사람도 용납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모임에서 유재석이 된다. 토크의 질서를 잡고 사회자를 자처하며 아무말 안 하고 흐믓한 미소로 고개만 끄덕이는 사람에게 기어이 마이크를 쥐게 한다.
하하하
아무도 모를텐데.....내가 모두를 배려해서 그렇게 모든 사람들에게 귀 기울이고 두루 챙긴다고 알고 있을 것이다.
교실에는 내가 찾아다니지 않아도 나를 위한 관객들이 마음 활짝열고 앉아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그렇게 하루에 5시간 온전한 내 토크가 끝나고 퇴근하면 난 말이 없다.
남편이 그 만큼 내게 곁을 내주지 않기 때문에 그냥 그를 쉴 수 있게 내버려두고 싶어 말이 없다.
그는 혼자 늘 바쁘다. TV켜고, 휴대폰으로 쇼츠보면서, 노트북 켜고 업무를 본다. 그런 사람에게 내 말이 들어갈 틈은 없어 보인다.
방학 때 하루 종일 집에 있다보면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이 "오늘은 뭐했어?"라고 물어주면 그렇게 다정할 수가 없다. 그 말이 널 사랑해로 들렸다. 절제하고 또 절제해서 간략하게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지만 너~어~무 흡족하다.
그런데 내가 학교를 떠나면.....내 머리속을 유영하는 무수한 말 조각들을 어떻게 쏟아내야 할까?
그래서 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실례하지 않고 내 욕망을 풀 수 있는 고상한 방법이다.
나는 쓴다. 너는 원하면 읽으면 된다.
그래서 누구라도 내 글을 읽어주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토요일 아침, 눈물핑 도는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오늘도 나를 대접하며 나를 기쁘게 하는 시간을 보내본다.
브런치 작가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어 글을 쓰는 이 시간이 눈물겹게 행복하다.
그리고 일주일 후..
나는 주섬주섬 준비해두었던 두번째 화살의 시위를 당긴다. 축축하게 젖은 가을 낙엽처럼 너덜너덜했던 가을의 월요일 나른한 오후 반가운 소식이 날아든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하루 종일 반쯤 감겨있던 눈이 부릅 떠진다.
작가? 내가 작가라고?
이제 아레나의 문이 열리고 나는 수줍게 입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