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왜 거기서 나와?!
금방동사니는 햇빛이 잘 들고 기름진 땅에서 흔히 자라는 한해살이풀이다.
바랭이, 돌피, 쇠비름과 더불어 골칫거리 잡초이다. 줄기 끝에 꽃대가 여러 갈래로 나와서 우산살처럼 퍼지고 그 끝에 꽃이삭이 달린다.
아파트 살이를 하더라도 화단을 지날 때 흔히 볼 수 있다. 누구나 어린 시절 우산 만들어 펼쳐 놀았던 기억 한 조각씩 있을 것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금방동사니가 하늘에서 피어나 살랑거린다. 우리 집 지붕에 세 쌍둥이처럼 나란히 하늘거리고 있는 것이다.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동네 사람들이 우리 집 지붕위에 흙이 쌓여 있는가보다며 올라가서 흙을 털어내라고 한 마디씩 거들고 지나칠 때마다 내 마음은 천근만근이다. 2층집이지만 실제로는 3층과 다름이 없어서 사다리타고 올라갈라치면 후덜덜 목숨 걸고 올라가야 한다.
두 집이 함께 지은 듀플렉스 구조의 다가구 주택이라 옆집도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이지만, 그래도 온전히 내 고민이 되고야 만다.
뭐~비가 새는 것도 아닌데 그리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런데 집집마다 주택살이 부심이 있다.
어느 집은 해마다 풍성해진 정원이 부심이고 어느 집은 으리으리 발라놓은 비싼 외장재가 부심이며 어느 집은 집 앞에 세워둔 고급 수입차가 부심이기도 하다.
TV나 잡지에 소개되는 집은 멀쩡한 꽃을 뽑아내며 계절별로 분위기를 자아내는 연출을 하기도 한다.
우리집은 ....음..... 어떤 부심을 가져야 하지? 넉넉하지 않은 자원을 가지고 이뤄낸 불가능에서 기적을 일군 성공신화?
결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은 건축박람회에 놀러가잔다. 결혼 한 부부의 주말 풍경은 청소, 마트가 뻔한데 건축박람회라니....
재미난 이벤트였다.
걷지도 못하는 큰 아이를 들쳐업고도 드나들었다. 속으로 의아했다. 우린 돈이 없는데 왜 자꾸 집을 짓는다는 꿈을 꾸지?
돈이 없다 못해 대출 받으려고 혼인신고까지 일찍 하며 둘이서 아등바등 일구고 있는 살림살이였다. 그래도 남편은 거실 소파 뒷 벽에 그리스 산토리니의 해변가에 있는 하얀집 그림을 붙여놓고 나는 내 집을 짓고 살거라고 호기롭게 말하곤 했다.
그렇게 한 해 한해 돌아오는 건축 박람회를 다니다 둘째가 태어나고 이제는 둘에게 과자 한 봉지 쥐어주면 이것저것 두리번 거리며 볼 수 있을만큼 여유가 생겼다.
그러던 어느 날, 덜컥!
LH에 가서 땅을 계약한 남편!
Wow~ 너란 남자! 낯설다.
내가 지금까지 보고 자란 우리 아빠는 그저 근근히 가지고 있는 형편안에서 내핍생활하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라 말씀하는 분이었다.
그런데, 이 남자....감당할 수 있는 것인가?
내가 이 남자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숫자 셈에 약한 나도 얼핏 계산기를 두드려 봐도, 둘 중 한 명의 월급이 고스란히 이자로 들어갈 판이다.
땅을 계약한 후로 우리 가족 넷은 저녁만 먹으면 그 앞으로 산책을 갔다.
남편은 신이나서 아이들에게 우리의 청사진을 보여주었지만 나는 내심 제발 땅이 추첨에서 떨어지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나 온 우주의 기운이 우리 남편의 뜻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아주 좋은 자리가 추첨되었고 우리는 이제 중도금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돈이 없으니 함께 집을 지을 생면부지 남을 찾아나서기에 이르렀다. 결국 우여곡절끝에 함께 집을 짓고 절반이 우리 집이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주택살이의 최고 난제는 전화할 관리사무소가 없다는 점이다.
어린 시절 기억 속 나는 늘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그래서 전화하면 관리사무소에서 찾아와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그런데 이제는 모든 것이 다 내 차지이다.
전구 갈아끼우는 것도 익숙하지 않았던 남편은 이제 수도 꼭지도 갈아끼우고 주방 등을 떼내고 더 밝은 등으로 교체하는 등 맥가이버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다.
역시 필요가 사람을 만든다.
10년차에 접어든 올 늦여름에는 1층 폴딩도어 틈새에 말벌이 집을 지어 119가 출동하기도 하고, 이고지고 있던 덩치큰 펠릿 난로를 치우기도 하는 등의 이벤트들이 있었다.
지붕위 살랑거리는 금방동사니는 누우면 보이는 천장의 옹이와도 같은 느낌이다. 골칫거리이긴 하나 그렇다고 큰 문제는 아닌 그저 신경쓰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