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내일을 데려올 거야

by 젼샘

자유학기를 보내는 1학년을 맡게 되었다.

시험에서 자유로운 자유학기는

내게 설렘이다.

어떤 선생님들은 새로운 수업을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지만 나는 했던 수업을 또 하는 것, 내가 재미없는 것을 견디는 것이 더 힘들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팝송을 쓰더라도

현시점 가장 핫한 팝송으로 선정해서

학생들이 눈을 크게 뜨게 만들고 싶다.

같은 이유로 뉴베리 2025년 수상작 중 윤독도서를 선정했다.

물론 1학년에게는 어려울 수 있지만 내용을 재구성하고 어떤 식으로 운영하느냐에 따라 전혀 무리가 되지 않을 수 있으니 망설임을 멈추었다.

학교 도서관에 있는 한글 번역판과 영어 원서를 함께 읽었다.

우리말로 어떻게 번역되었는지를 알고 싶었고 혹시라도 내 기준에 번역의 방향이 아쉽다면 학생들과 함께 생각해 볼 콘텐츠를 찾고 싶기도 했다.

낯선 해변에서 번역판을 완독하고 나는 다시 한번 번역 작가의 이름을 들춰보았다.

고정아 작가님...

이야.... 어떻게 이런 제목을 뽑아내지?

책 속에서는 오늘이 내일을 데려온다는 직접적 표현은 전혀 없었다.

Y2K를 살고 있는 마이클이 미래에서 온 리지와 겪게 되는 불안과 갈등 상황을 다루고 있다.

마이클이 오늘을 살고 있고 리지가 내일인 미래에서 왔다.

제목에서 보자면 마이클이 리지를 과거로 불러들였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그건 전혀 아니다. 하지만 현시점 한국어를 쓰는 독자들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한 제목이다. 그래서 나도 과감히 학교 예산이라는 지갑을 열어 이 책을 구입하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우리는 지금, 여기, 현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많이들 공감하고 있다.

샤르트르, 하이데거에서 시작해서

미지의 세계의 박보영 배우의 대사까지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


나에게 이 제목은 현재의 불안을 잘 다루고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다가왔다.

프로이트는 과거에 충족되지 않은 욕구가

현재의 문제를 만들어 낸다고 했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우리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로 도피하는 것일 수도 있다.

현재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과거의 사건들을 굳이 다시 소환해서 이야기를 짜 맞추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이미 지나간 과거를 못내 아쉬워하고 미련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얽매어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지나간 과거를 훌훌 털어내고

한 걸음씩 앞으로 걸어 나가고 싶다.

과거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 대며 갇혀있고 싶지 않다.

이루지 못한 성취, 지키지 못한 관계에서 벗어나 미래의 나를 데려올 오늘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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