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을 달래줄 반가운 봄 비가
촉촉이 내렸다.
가족들은 어딘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일을 하고 있어 더없이 안정감있는 휴일 오전이었다. 평일에 미뤄둔 집안일을 분주하게 마치고 운전석에 올랐다.
운전하며 기분 좋게 마실 커피도 내렸다.
때마침 적당히 밝고 빠른 템포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니 콧노래가 나올 만큼 기분이 좋았다. 일요일 오전은 도로 위 차들도 여유로워 보였다.
이건 마치....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속
복선같은 것이었을까.....ㅜㅜ
스물여섯이 되던 해에
우리 집은 신축분양을 받은 새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고등학교에서 야간 자율학습 감독을 마치고 퇴근하면 밤 10가 넘었고 믿기 어렵겠지만 버스가 끊기는 외진 곳이었다.
그렇게 나의 운전이 시작되었다.
운동 신경이 좋지 않은데도 운전을 잘하는 내가 여간 기특하지 않았다. 도로 위에서 주늑들지 않았고 시간이 걸릴 뿐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만이라는 여유마저 있었다.
아이 엄마가 되면서 집, 학교, 유치원, 병원... 등 반경 5킬로 안에 머물렀고
크게 장거리 운전 할 일도 없었다. 그래서 나의 운전 인생은 순탄했고
20년 넘게 무사고 운전을 이어오니
자연스레 1종 보통면허를 갖게 되었다.
교통사고를 당할 일도 낼 일도 없이 예측가능한 곳만 누비고 다녔으니
나는 내가 베스트 드라이버라고 생각했다. 속도위반 딱지가 날아오는 일도 없었고 주정차 위반도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그런데 작년에 큰 아이 라이딩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나의 운전이력에 큰 변동이 생겼다.
강남순환고속도로를 빠져나오다
음주단속 중인 경찰과 맞닦뜨렸다.
의기양양하게 후~하고 불었는데
아뿔싸 ㅜㅜ
아이 기다리며 잠시 꺼두었던 라이트 때문에 벌금2만원을 내야했다.
일방통행이 뉴 노멀인 목동에서는 우왕좌왕하다 동물적 본능으로 유턴을 했는데 경찰서 바로 앞에서 불법 유턴을 하고 말았다.
"에엥~~~~"하고 찢어질 듯한 싸이렌이 울리고 순식간에 눈 앞에 경찰이 나타났다. 우물쭈물하다 보도침범으로 벌금에 벌점을 받았다.
이 때부터 지나가는 경찰차만 봐도 가슴이 뛰는 범법자가 되었다.
그 후 정차 중 뒤차에 받치기만 2회였다.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큼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어쨌든 내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라 다행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가해자가 되었다.
생전 처음 교통사고 가해자가 되었다.
안전거리 미확보 추돌사고....
한마디로 내가 앞 차를 들이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