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오전 도로는 한산했다.
집을 나서고 이쪽 저쪽으로 핸들을 돌리며 차선을 바꾸다 한 숨 돌릴 즈음이었다.
완만하게 이어진 오르막에 들어서며 앞 차와 속도를 맞추어 주저 없이 액셀을 밟았다.
긴장을 늦추며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에 감흥을 더할 커피에 손을 뻗었다.
동시에 커피쪽으로 시선이 향했다.
아주 찰나였다.
다시 내 시선이 전방을 주시했을 때
앞 차의 브레이크 등이 켜져 있었고
믿기 어려울 만큼 가까이 있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부딪힐 거라는 것을 말이다.
심지어 내 앞 차뿐만 아니라
앞 차의 앞 차까지도
그리고 나도 뒷 차에 받칠 것 같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난 드라마 주인공처럼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온 힘을 다해 브레이크를 밟았다.
내 차는 슬로우 비디오처럼
속절없이 앞 차를 들이받으며 처 박혔다.
에어백이 터졌고
아득해졌다.
새롭게 출근하게 된 일터로 가는 길은 낯설었다. 강남순환고속도로를 타야 했고 막히는 길에 통행료까지 지불하니 약이 오르기도 했다.
10분이면 빛의 속도로 날아갔던 지난 날과는 달리 한 순간이라도 지체하면 도착 시간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교통체증이 심했다. 하지만 2주가 지나니 네비의 도움 없이도 당황하지 않고 출퇴근할 만큼 익숙해졌다. 바로 그 출퇴근 길에서 사고가 났다.
하지만 사고가 난 지점인 지하차도의 경사까지 속속들이 익히기에는 짧은 시간이었나 보다.
정확히 사고가 난 지점은 오르막구간 후 내리막이 시작되는 곳이었다. 앞 차와의 거리가 위험할 정도로 가깝지는 않았었기 때문에 마음 놓고 오르막 구간 속도를 올렸지만
뜻밖의 내리막과 촉촉히 내린 비,
익숙하지 않은 새 차의 브레이크 감까지 영향을 미친 것 같았다.
순간 다급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며 격양된 목소리로 나를 깨웠다.
운전자분!!! 제 말 들리세요?
괜찮으세요?
많이 다치셨어요?
지금 어딘지 아시겠어요?
내가 이 와중에 전화를 걸었나?
아니었다.
에어백이 터지면
자동으로 긴급전화가 연결되는 모양이다.
빠른 속도로 질문이 쏟아졌지만
나는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머리를 다치지 않았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의식이 또렷한 것 빼고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안전띠가 순간적으로 몸을 잡아채고
에어백이 터지면서 상상할 수 없는 충격이
가슴팍에 퍼져나갔다.
뿌연 연기와 타는 냄새는 앞으로 더 한 상황으로 이어질 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이게 했다.
하반신 전체로 전해지는 충격이 고스란히
내 몸에 흡수되는 것이 느껴졌다.
분명 두 다리가 부러졌음을 의심하게 되었다.
가슴이 답답했고 숨을 쉬기가 곤란했다.
그렇다면 갈비뼈에도 금이 간 것이라 짐작되었다.
눈 앞에는 형펀없이 찌그러져있는 앞 차가 보였다.
내려야 한다.
앞 차 운전자가 괜찮은지 가봐야 한다.
그건 또렷한 내 의식 속에서만 울리는 메아리였다.
나는 목소리를 낼 수도 손가락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저 앞 차 운전자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는 간절함만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