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처럼 다가온 교통사고5

by 젼샘

병상을 어디에 마련할 것인가....

침실은 2층에 있고

주방은 1층에 있으니

가족들 모두 집을 비우면 무리하며 오르내려야 할 것이 뻔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등교 준비하던 둘째의 부축으로 1층으로 내려왔다.

이와중에도 등교 준비하는 둘째를 바라보니 흐믓한 기쁨이 느껴졌다.

밥 숟가락을 소복하게 떠서 졸린 눈으로 입에 넣는 모습이며

교복을 입으며 매무새를 만지는 모습까지..

지금까지 홀로 등교준비하며 큰 둘째가 벌써 고등학생이 되었다니...

그동안 초등학생 꼬맹이가 홀로 학교 갈 준비를 했을 모습이 그려졌다.

둘째 아이는 어느덧 넥타이와 셔츠가 잘 어울리는 고등학생이 되어 있었다.




엄마~
나 학교갔다 올 때까지
이 물 마시면서 있어~



찰랑찰랑 넘칠 듯 가득 따라 준 물로 약을 먹었다.

평소 물을 거의 마시지 않으니 나에게는 거의 하루치 물이었다. ㅎㅎ






아이가 집을 나서고 학년부 선생님들, 과목 선생님들 단톡방에 톡을 올렸다.

사고 소식을 전하고 갑작스럽게 자리를 비워 생길 공백에 대해 죄송스러움을 표했다.

모든 선생님들께서 걱정말라며 몸 회복이 우선이라고 위로해주셨다.

앞으로 치료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도 어려웠다.

학교에서는 일사분란하게 부담임 선생님이 학급을 맡아주셨고

학년부장님은 학부모총회를 앞두고 여러모로 도와주셨다.

교무부장님은 시간강사님을 모시느라 애써주셨고

연구부장님은 우리반 평가 준비를 위해 담임 몫을 대신해주셨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내가 자리를 비우면 같은 과목 선생님들이 보강의 부담을 지게 될터라 가장 죄송스러웠다.


마침 월요일 시간표를 빼서 학교에 가지 않는 큰 아이와 택시를 불러 병원으로 향했다.

깁스를 해서 굽힐 수 없는 다리와 어색한 목발때문에 택시에 타는 것 자체가 미션이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해서 아들을 쳐다보니 벌써 운전석 옆에 타 있었다.

흠....

아들을 불러 목발을 차에 싣고 문을 닫게 했다.

병원에 도착했는데 병원 입구 건너편에 차를 세워주는 것이었다.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 좁은 길이라 보통은 무단횡단을 해서 건너는 곳이었지만 목발 짚은 나에게는 16차선 도로를 건너야 하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단 한 걸음이라도 덜 걷는 것이 간절했다.

택시기사님의 미흡한 배려에 아쉬움이 남았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아들은 목발 짚는 시범을 보였다.

자~ 이렇게~ 이렇게 하면 되잖아~~!!!

튼튼한 어깨와 팔은 가진 아들은 상체로 몸을 지탱하는 것이 얼마나 쉽냐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Ha....저 녀석의 미흡한 공감력에도 아쉬움이 남았다.


정형외과 전문의는 사진을 판독하고 무릎부터 발목, 고관절까지 전문가포스 넘치게 촉진을 한 후 무릎이 손상되지 않았으니 깁스, 목발 모두 필요없다고 했다.

발을 땅에 딛어도 되지만 일주일 후에 경과를 보고 MRI를 찍을지를 판단하자고 했다.

소염진통제와 냉찜질 처방을 받고 2주간 직장에 나가지 말라는 소견서를 받아들고 돌아왔다.

더 나쁜 소식은 없으니 한시름 덜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안 움직이기.

와....내가 세상에서 가장 못하는 그것을....

해내야 하는 것이다.


응급실에서는 경황이 없었는데 진료비 계산을 하며 다시 한번 죗값을 치른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단 한 푼도 에누리되지 않은 생짜 오리지날 병원비를 내야했다.

교통사고 가해자는 실손도 40프로만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할증될 자동차 보험이야 아득히 먼 이야기이고

그야말로 현실적인 죗값이었다.


2주라는 감사한 회복 기간을 선물받았다.

온전히 회복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참으로 감사했다.

신통방통한 무릎에어백에게도 고마웠다.

하지만 사고 이후 차에 깔리는 느낌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앞 차를 뭉개고 바닥에 번호판이 굴러다니던 순간의 이미지가 계속 떠올랐다.

브레이크를 아무리 세게 밟아도 서지 않았던 그 육중했던 차의 무게가 계속 마음을 짓눌렀다.


오빠....나 그 차 못 탈 것 같아...

도저히 다시 운전할 용기가 생기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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