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처럼 다가온 교통사고6

by 젼샘

내 차는 외관상 크게 손상되지 않았다.

운전석 에어백, 무릎 에어백, 망가진 4개의 안전벨트, 파손된 전면 범퍼....대략 800만원의 견적이 나왔고 수리 기간은 보름 이상이 걸릴거라 했다.

매일 차량과 연동된 휴대폰 어플에서 차 문이 열렸다. 시동이 걸렸다. 메세지가 뜨는 걸 보면 대략 수리중이구나.... 알 수 있었다.


최근 바꾼 차가 생각보다 너무 커서 어색했지만 이런 저런 신박한 기능들이 많아 반자율주행 느낌의 호사를 누리고 있었다. 그래서 주의가 소홀해졌었나보다. 그런데 이렇게 사고가 나고 나니 도저히 다시 그 차의 운전대를 잡을 수 없어 남편에게 차를 바꿔타자 했다.

늘 suv만 타서 세단이 마뜩잖았지만 취향의 문제? 기호의 문제?를 따질 계제가 아니었다.

남편과 차를 바꾸기로 했다.


작년 요맘때 나는 교통사고 피해자였다.

신호대기 중 뒷 차에 받쳤다.

그때 사고 구간이 공교롭게도 약간의 내리막이었다.

What a coincidence!

차량 사고를 거의 겪어보지 않았던 나에게 너무 큰 충격이었고 개학 직전에 일어난 사고로 2달간 매일 퇴근 후 병원을 갈만큼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합의를 종용하는 보험사 직원의 전화를 받아도 무시했다.

MRI에 목 디스크 소견까지 보여서 치료기간이 얼마나 길어질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가해 운전자는 그렇게 크게 부딪히지 않은 것 같은데 나이롱 환자짓 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도 있을테지만 경추통증은 지옥같은 일상을 가져왔다.


역지사지

Put yourself in someone else's shoes.

그때의 피해자였던 나의 미흡한 공감력이 다소 아쉬웠던 탓일까?

나는 벌을 받고 있는 것일까?

나는 무슨 잘못을 했던가?


뽈뽈대며 여기저기 움직이며 뭔가를 하던 내가 정물화의 주인공인 탁자 위 사과가 된 기분이었다.

멈추니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얼마전 테무에서 바나나 걸이를 사고서 큰 아들에게 조립을 맡겼다.

아들은 이게 되겠어?라며

바나나 걸이의 조악함을 지적했다.

그런데 연둣빛 바나나가 안정감있게 걸려있었다. 심지어 힐링이 될 정도로 그 모습이 그림같았다. 소파에 앉아있는 내 시점에서 저 바나나가 조금씩 익어가는 재미를 볼 수 있겠구나.

까만점이 콕콕 박히면 그때 뇸뇸 먹어야지...라는 작은 기대가 옅은 미소를 짓게 했다.

얼마전에 떠난 다육이 화분에 아직 새 주인이 없는 것도 눈에 들어왔다.

흠...Not Today

꽃바구니를 만들고 남아 물꽂이 해둔 식물에 잔뿌리가 내려있었다. 좀 더 따수워지면 마당에 심어줘야 겠다.

파워 J는 다리가 좋아지고 나서 해야 할일의 리스트를 만들고 있었다. ㅎㅎㅎ


문득 교실 식물들이 떠올랐다.

반톡에 물 줄 사람 손드세요~~~했더니....ㅎㅎ

이렇게 스윗한 답이 왔다.


첫 인사도 드리지 못했는데 학부모님들은 담임의 부재에도 총회에 참석해주셨다.

꿀귀요미들은 옹기종기 첫 중학교 생활의 설렘을 간직한 채 잘 지내주고 있다.

휴대폰을 손에서 내려 놓지 못하고 내 대신 수업하고 계신 강사선생님과 시간표에 맞춰 호흡을 같이했다.

날개없는 천사가 커피와 빵을 슬쩍 집 앞에 두고 가기도 했다.

오랜만에 집으로 병문안을 와주는 반가운 얼굴들도 있다.

안부를 묻는 지인들의 전화와

시간을 보내기에 좋을 책 조공도 참 감사하다.



I'm grounded but conn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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