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력이 없어진 나는 잉여인간인가?

by 상냥해지고싶다

남자는 경제력을 잃으면 잉여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참 서글픈 문장이지만, 어쩌면 우리가 살아온 시간들을 돌아보면

그리 놀라운 이야기만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30만 년 전, 현생 인류가 모습을 드러낸 뒤,

남자는 생존을 위해 사냥터로 향했고

여자는 생존을 위해 불 옆에서 남은 가족들을 지켰습니다.

남녀는 서로 다른 두 자리에서

서로를 지탱하며 하루하루 생을 이어갔지요.

지금은 사회가 바뀜에 따라

경제를 책임지는 비율이 거의 5:5가 되었지만,

사람들 마음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본능이 남아 있습니다.


남자는 돈을 벌어야 하고,

여자는 가정을 돌보아야 한다는

한참이나 묵은 옛 얼룩 말입니다.


남자에게는 바깥세상과 맞서는 근력과 기질이,

여자에게는 섬세하고 포근한 마음으로 가정을 품는 기질이

오랜 시간동안 우리의 DNA 속 깊숙이 자리 잡아 왔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문제는,

섬세함과 포근함은 나이가 들어도 더욱 깊어지지만

바깥일을 책임지는 역할은

나이 앞에서 점점 자리를 잃는다는 사실입니다.


그게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평생을 일하며 가정을 책임졌지만,

정작 가정과는 멀어져 버린 남자들.


자신의 흔적을 여기저기 남겨왔던 월급이

계좌에서 공백으로, 빈틈으로만 남아 있습니다.

은퇴 후 낯선 공백 앞에서

남자들은 자리를 잃고 방황합니다.


그래서일까요.

60이 넘어도 남자들이 여전히 일터로 향하려는 이유는

돈 때문만도, 생계 때문만도 아닐 겁니다.


그 보다는

자신의 의미를 잃지 않기 위해.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기 위해.

아마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집에 가지 못하고,

덩그러니 사무실에 홀로 남아있는 요즘.


괜스레 이런 사실들이 서글퍼질는건

사무실의 적막때문일까요

아니면 영원히 사회와 연결되고 싶은

안쓰러운 몸짓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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