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피곤한 몸을 질질 끌며 집으로 향한다.
차가워진 밤공기가 땀에 젖은 옷자락에 달라붙어
하루의 피로를 더욱 짙게 만든다.
혹여나 가족들이 깰까 봐,
문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선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자정이 다 되어가는데도
아내가 거실에 앉아 있었다.
괜히 코끝이 찡했다.
‘나를 기다렸구나’ 싶어
고마움이 마음속에서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 마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나, 주말에 친구가 내려온대.
하룻밤 놀다 올게.”
그 한마디에,
고마움은 금세 낯선 서운함으로 바뀌었다.
“그래, 다녀와.”
짧게 답하고는 피하듯 욕실로 들어간다.
뜨거운 물줄기에
하루의 땀을 씻어내지만,
마음에 붙은 아내의 말들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거실에는
나 혼자만이 덩그러니 있었다.
욕실의 환풍기 소리마저도
크게 들리는 늦은 밤의 거실에서
그저,
밤의 침묵만이
나를 감싸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