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돌아가신 지는 오래되었지만, 문득 이렇게 갑자기 추워지는 날이 되면 아버지가 생각나는 때가 있습니다.
제 아버지는 알콜의존장애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워낙 다혈질이었던 성격에 젊었을 적 겪었던 큰 실패까지 겹쳐지니, 술 없이는 하루를 이겨내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 되었습니다.
알콜에 의존하기 시작한 이후로 일감마저 끊기자 원래도 가난했던 집이 더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여름이 되면 찜통 같이 더워졌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찬 바람이 부는 겨울이었습니다.
특히, 보일러도 못 떼는 얼음장 같은 마룻바닥은 우리의 현실을 더욱더 얼어붙게 하였습니다.
공기마저 얼어붙어 침묵만이 가득한 늦은 밤.
저와 동생이 잔업을 하고 늦은 귀가를 하고 들어오면, 주방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옵니다.
알콜에 의존한 탓에 끼니마저 잘 안 챙기시던 아버지가 라면 세 봉지를 끓이고 있습니다.
냄비에서 김이 피어오르며, 창가에 작은 이슬이 맺힙니다. 차가웠던 공기가 잠시 따뜻해지고, 얼근한 라면 냄새와 따뜻한 공기가 잠시나마 집 안에 온기를 불어넣습니다.
제 아버지는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썩 훌륭한 아버지라고 하기엔 그렇습니다. 알콜의존증으로 인해 가족들이 참 많이도 힘들어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갑자기 찬 바람이 불어와 따뜻한 라면이 생각날 때면 문득 아버지가 보고 싶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