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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 Mar 26. 2024

혼자 애쓰지 말아요, 우리 함께 가요

처음 사는 인생, 누구나 서툴지

유독 나는 회사에서 임신한 직원과 또 출산하고 복귀한 직원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나 또한 임신과 출산을 거쳐 힘들게 아이들을 키우면서 일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세월이 흘러 그 기억도 점점 희미해져 갈 만도 하지만 임신과 출산의 힘든 기억은 평생 갈 정도로 아직도 선명하게 자리 잡고 있다.


 임신 초기 직원들은 입덧 때문에 얼굴이 까칠하다. 개인 차이는 있겠지만 이때는 어떤 음식을 먹어도 입맛에 맞지 않는다. 때때로 화장실 가서 몇 번씩 토하고 다시 아무렇지 않은 듯 자리로 돌아와서 일했던 적이 생각난다. 혹시나 임신 때문에 다른 직원보다 일을 소홀히 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힘든 기색도 못 했다. 분명 우리 여직원들도 이 시기를 힘들게 버텨내고 있을 것이다. 임신 말기에는 아이가 무거워져 허리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또한 항상 해오던 교육도 숨이 차서 가끔 숨을 몰아쉬었던 기억이 난다.


 ‘처음 사는 인생, 누구나 서툴지. 그래, 외롭다고 투덜댈지언정 불평하거나 포기하지 말자. 그저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나의 인생을 나아가보자. 

-나태주(2023), , 북로그컴퍼니-


 임신과 출산 기간이 지나고 복직해도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린아이를 맡길 곳도 마땅치 않을 뿐만 아니라,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는 등 끊임없이 예기치 못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종종 임신 기간과 출산을 힘들게 버텨온 직원들이 복직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퇴직하는 경우도 발생하기도 한다.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할 수 없는 그들의 힘든 상황이 안타깝기만 했다.


 옆 부서에 출산 후 복직한 직원이 있다. 임신기간에도 미국 본사 상을 받을 정도로 유능하고 책임감 있는 직원이다. 이 직원과 복직 후 함께 식사하게 되었다. 직원은 육아의 애로사항이 아닌 복직 후 자신의 입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복직하니 새로운 매니저로 바뀌어 있었고, 매니저는 이 직원의 업무 성과를 아직 파악하지 못하는 듯했다. 직원은 육아로 인해 단축 근무를 신청하였고, 이것 때문인지 다른 직원들에 비해 업무 역량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점심 식사 후 커피를 마시는 내내 직원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코칭 대화를 시작해 보았다.

 “한 번 입장을 바꿔볼까요? 지금 본인이 매니저라면, 이런 상황에서 직원이 어떻게 하기를 바랐을까요?” 

“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지금보다 더 용기를 내어 시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짧은 질문들을 던져보았고, 한참을 생각한 직원은 현재 상황을 매니저 관점에서 생각해 보았다고 말을 이어갔다. 직원은 그동안 본인 입장만 생각하였기 때문에 상황이 더 힘들어진 것 같다고 했다. 새로운 매니저가 어려워서 대부분 의견은 이메일로 전달했다고 한다. 매니저 또한 답변을 이메일로 했다고 한다. 온기 없는 차가운 대화들이 온라인으로만 이루어진 것이다. 직원은 무엇인가 느낀 듯 진솔하게 마음을 열고 매니저에게 원온원 미팅을 신청해 보겠다고 했다.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직원은 갑자기 나를 작은 회의실로 데려갔다. 그러고는 내 손을 꼭 잡고 눈물을 글썽거리며 본인의 이야기를 공감 해주고 일깨워 줘서 감사하다고 말을 건넸다. 갑작스러운 반응에 놀랐지만, 그보다 그동안 맘고생이 심했을 직원이 애처롭게 느껴졌다. 그 직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 직원에게 지금 필요한 건 자신감이라고 생각했고, 움츠려진 자신감을 회복시켜 주기 위해 나는 강점 코칭을 해주기로 약속했다.


 이번 직원과의 코칭 대화를 통해 코칭이야말로 출산 후 다시 일터에 복귀하는 여직원들에게 중요한 삶의 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이 들었다. 코칭을 통해 출산 후 변화된 환경에서 누구보다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온전히 인정해 주고, 자신 있게 다시 당당히 일어설 힘을 보태주는 것이다. 본인 한 몸도 버티기 힘든 일터에서 종종걸음으로 노력하고 있는 초보 엄마 직원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 그들의 성장을 함께 만들어 가는 선배 엄마 코치로서 든든한 파트너가 되고 싶다.


 ‘함께 가요, 우리. 그 길이 산길이라 해도 우리는 갈 수 있어요. 그 길이 사막 길이라 해도 우리는 갈 수 있어요. 끝내 승리합시다. 지치지 맙시다. 포기하지 맙시다. 어딘지 모르는 인생의 종점에서 우리 정답게 악수합시다. 함께 웃으며 하늘을 봅시다.’

-나태주(2023), , 북로그컴퍼니-


 우리 초보 엄마들! “혼자 애쓰지 말아요, 함께 가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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