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화 Mar 26. 2024

감성 엔진이 작동되는 순간

맘 속에 신경 쓰이는 상처가 있다면

맘 속 깊은 곳에 항상 신경 쓰이는 상처가 있다. 모른 척하기도 하고, 포기해보려고도 했지만, 결국은 생각만 수 없이 하였을 뿐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항상 이전 상태로 돌아가기를 반복하였다. 나를 버리고 다가가기에는 상처를 더 내는 것 같아서, 몇 년간 아물지도 않은 그 상처를 대충 나은 척하고 다녔다. 상처가 생겼을 때 간단히 연고만 발랐어도 쉽게 나을 수 있었을 텐데, 이렇게 만성적인 염증처럼 계속 안고 가게 되었는지 생각해 본다.



무엇 때문일까? 무엇이 두려웠던 것일까?


최근의 감정부터 오래 묵은 감정까지 내 안에서 켜켜이 쌓인 감정들을 처박아두고 외면하지 말자. 

감정은 발견되어야 한다. 

                                                                        -손화신(2021), <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 다산북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이유는 수십 년 동안 쌓아온 '나'라는 존재 때문이었다. 나조차도 건들 수 없는 높고 단단한 나를 다치게 할까 봐 깊고 넓게 퍼져가는 상처를 애써 외면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한 번은 이런 내 모습을 참을 수가 없어 심리 상담을 받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 마저도 용기가 나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고 말았다. 상담사를 통해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 모습이 확인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그렇게 또 시간만 허비하고, 상처도 언제 다시 커질지 모르는 그런 상태로 내버려 두고 있었다. 


아무런 시도 없이 다시 그런 상태가 나인 것처럼 살아가고 있던 중 멘토 코치님에게 직접 코칭을 받을 기회가 생겼다.  나의 맘속에 묵혀든 상처도 코칭의 주제로 다뤄질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지만, 그날은 무슨 일인지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다. 


멘토 코치님은 나의 마음이 열릴 수 있도록 차분하게 질문을 시작하셨고, 나는 어렵게나마 나의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코치님은 내 이야기에 집중하시며 나와 계속 함께 해주셨다. 멘토 코치님은 이 주제가 얼마나 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 주셨다. 코칭 내내 눈물이 앞을 가렸다. 멘토 코치님의 진심 어린 경청과 위로로 내 안의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었기에 그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던 것 같았다. 이어 자리에서 일어나 내가 앉아 있던 의자 뒤에서 나를 바라보게 했다. 힘없이 고개를 떨군 채 앉아 있는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나는 나를 안아 주었다.


이번엔 주변을 둘러보며 내 주위에 있는 물건들을 바라보게 했다. 두 개의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한 남자가 회색 구름 가득한 바다를 향해 도전하는 듯이 서핑보드를 가지고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친 파도에도 불구하고 넘어서야만 한다는 결심과 의지가 느껴졌다. 그 사진은 마치 현재 망설이고 있는 나의 모습과 마음 상태를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른 액자에는 깊은 바닷속 한 잠수부가 수면 위에서 환하게 비추는 빛을 향해 힘차게 헤엄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마치 나도 그 빛을 따라 조금만 더 노력하면 마음속에 짐을 모두 내려놓을 수 있는 희망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다음으로, 80세 생일잔치의 모습을 그려 보라고 했다. 누가 함께 있으며, 그 사람들이 어떤 말들을 전하는지도 상상해 보게 했다. 그 순간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전해졌다. 마음이 안 좋아도 그냥 하루 하루 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앞으로 40년 가까운 시간을 이렇게 지내고, 인생의 막바지까지도 현재 그 상태라고 생각하니 지금의 상처가 악성 종양과도 같이 느껴졌다. 절대 이렇게 놔두면 안 되겠다는 절실한 울림이 왔다. 코칭이 마무리될 때쯤 나는 그 상처를 치료하기로 결심했다. 그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을 코칭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주말, 용기를 내어 먼저 손을 내밀었고, 내가 내민 손을 고맙게도 잡아 주었다. 마음속 상처가 서서히 녹아들면서 원래의 건강한 나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나를 힘들게 하는 감정이라면 그것을 고스란히 끝까지 느껴내야만 치유가 된다. 

그러니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자.

                                                                           -손화신(2021), <쓸수록 내가된다>, 다산북스-



과연 이 힘은 무엇이었을까? 몇 년 동안 감히 나조차도 꺼내지 못한 나를 움직이게 한 이 코칭의 힘은 무엇이었을까? 


그 힘은 멘토코치님과 나의 감성이 교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멘토 코치님은 나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나라는 사람 자체에 주목하였고, 코칭 내내 나와 모든 순간을 함께 하였다. 이로 인해 나도 마음을 열고 변화에 대한 의지를 보일 수 있었다. 


코칭에서 감성지능 활용은 고객과 깊은 연결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만일 고객을 자동차로 비유한다면, 고객의 감성은 자동차를 힘 있게 나아가게 하는 엔진과 같다고 한다. 따라서 코치는 고객의 감성을 잘 이해하고 다룰 줄 알아야, 고객이 좌절의 상황에서도 스스로 동기부여하고 희망을 갖게 된다고 한다. 멘토코치님은 내 안에 있는 감성을 정확히 이해해 주시고, 내 자신을 솔직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그 결과로 나 또한 상처를 치료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일 수 있었다. 이번 멘토코칭을 통해 코칭의 효력은 내가 생각한 이상으로 대단한 것이며, 그 한계가 없다는 것을 명확히 깨달았다. 


다시 한번 고객으로서 멘토 코치님의 탁월한 감성 지능에 찬사를 보내며, 몇 년 동안 숨겨든 나의 상처를 치유해 준 코치님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더 나아가 나 또한 고객의 감성 엔진을 제대로 작동시킬 수 있는 감성 지능 코치가 되어 보고 싶다.  


우리는 어느 순간 깨닫게 될 것이다. 

내가 품고서 괴로워했던 감정들은 내가 만들어낸 왜곡된 생각에서 비롯된 물거품 같은 것이었구나 하고..


                                                                           -손화신(2021), <쓸수록 내가된다>, 다산북스-






작가의 이전글 혼자 애쓰지 말아요, 우리 함께 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